파란 목가적 어휘, J의 기도문
어머니의 기도(J)
왜 빡이 칠까요?.
시댁 안방에서 아이들과 남편, 어머니가 주말 드라마를 보고 있다. 평소 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의 호흡이 느껴진다. 저 사람은 분명 최고의 배우이거나 실제로 자주 빡이 도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
"너는 나를 하루에 12번도 넘게 빡 돌게 해!"
뜬금없이 신경세포의 틀어진 소리에 홀로 느슨한 파란을 느꼈다. 거실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을 즈음에 또 하나의 흥미를 가져다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빡이 친다고? 너무 재미있는 단어 아닌가? 통쾌하고도 명료한 전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써보았던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하고, 그런 분위기가 나에게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올해 일흔여덟이라 하신다. 내가 결혼한 지 17년이 되어간다. 수민이를 출산했을 때, 우리 집에서 두 달을 함께 하셨다.
"엄마가 다른 것은 해 줄 것이 없고, 두 달 동안만 집에 가서 밥해주고, 청소해 줄게."
그 간결한 약속을 수민이가 태어났을 때와 5년 뒤 주원이가 태어났을 때도 지키셨다. 한 문장으로 시작한 깔끔한 문장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집안일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첫 아이인 수민이를 낳는 날이 다가왔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 도와준 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어머니를 맞이했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어머니는 많이 답답해하시고, 할 말이 많으셨다. 그것을 보는 나는 매일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흥미롭기도 했다. 어머니 반응이 생각보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잠옷 바지의 가랑이 부분이 찢어져 있던 것이었다. 수민이의 수유와 잠투정에 하루하루 지쳐갈 때쯤 가랑이쯤이야 아무 관심, 부끄러움조차 없었다. 어머니는 어찌 너는 그렇게 옷을 입고 있냐며 어이없게 웃으시며 바지를 벗어라 하셨다. 나는 그것도 귀찮아서 제발 내버려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저 무서운 어른 손에 붙잡힌 나의 가엾은 하늘색 곰돌이 바지여, 너의 몸속으로 저 뾰족한 바늘이 군데군데 찔려가고 있구나. 나를 용서해 줘. 두 갈래의 다리가 생각보다 힘이 넘쳤던 것을. 하필 그 속에 나의 발 냄새까지 포함시켜서 정말 미안해."
어머니는 그 가랑이 부분에 나의 구멍 난 양말을 덧대어 꿰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빡이 친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 한다. 어머니는 항상 최선을 다하셨다. 우리가 안 맞는 부분은 상당했지만, 친정 엄마와 안 맞는 부분에 비해서도 비등했으므로 누구와 따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머니는 항상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분이셨다. 하지만 요즘 예전보다 못한 체력에 지쳐가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었다. 어제같이 차를 타고 다니는 중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항상 부처님께 너희들 기도만 드렸었는데, 올해부터는 내 기도를 드리고 있다. 2년만 더 살다가 80에 어디 하나 아프지 않고, 자는 길에 보내달라고."
운전하는 남편도, 나도 어떤 말로 답해야 할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자주 하시던 말씀이긴 하셨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과 비슷했기에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J가 칼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
칼 감독은 벽에 걸린 사냥총을 바라보며 따라 걷는다. 섬묘한 말투로 포장이 잘 된 선물을 주듯 J에게 카드를 보냈다.
"제목은 <파란 목가적 어휘>입니다. 집 어딘가에 있는 숨겨진 알람처럼 모든 것을 겨냥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배역의 성공은 이 모든 상황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서 꼭 깨어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칼 라르손 감독님께.
넓은 테이블에 다녀간 장난꾸러기들의 흔적이 보였어요.
말없이 옆으로만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에 반성을 하고 있어요.
감정회로가 판단 회로를 납치하지 않게,
편도체의 실밥들이 터져 나오지 않게.
내 삶의 나무 향을 맡을 수 있는
평화로운 경계에서 지켜나가야 할 바느질을 멈출 수가 없어요.
한결같이 따사로울 이웃으로부터, JSW.
J가 칼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
J의 미소가 아쉽게 지나쳐간다.
어머니의 이니셜이 바로 JSW이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사진을 봤었다. 늘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올곧은 모습이 사진에도 담겨 있다. 그녀는 미적 감각의 최대 소유자다. 칼 감독의 연출로 그녀의 삶의 눈부신 절정을 담아 그림 속에 스며가길 바란다.
"칼 감독 별명이 뭔지 알아? 킬 감독이야."
(J의 미소가 아쉽게 지나쳐간다.)
한없이 평화롭게 흘러내리는 파란의 목가적 어휘들이 꿈을 꾸고 있다. 그들의 살아있는 공간과 자연의 영혼이 하나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칼 감독은 누구보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여러분, 작품에 누가 나오는지,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지 않나요?"
J의 삶이 칼 감독의 작품에 오래도록 누군가의 입에 올라 영원히 불리기를 바란다.
*글쓴이 - 료
글/ 도서관/ 미술관에 곁들어 살고 있다.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예술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질주하는 본능은 태어났을 때부터 가진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멍 때리기를 반복하다가 얻어걸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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