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때문에 과대 평가 되었다는 평을 듣는 브랜드 'TWG'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TWG 만큼 논란이 많은 브랜드도 드뭅니다.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럭셔리 티 브랜드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마케팅으로 과대 평가된 브랜드'라고 해요. 특히 차 업계 종사자들과 차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TWG는 마케팅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얼마나 마케팅을 잘했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 걸까요? 그리고 정말로 TWG의 품질은 떨어지는 걸까요?
오늘은 TWG(The Wellbeing Group)라는 싱가포르의 티 브랜드를 파헤쳐보려 합니다. 😊
이 브랜드가 어떻게 2008년 신생 브랜드에서 시작해서, 불과 10년 만에 전 세계 럭셔리 티 시장의 강자가 되었는지 그 전략을 하나하나 분석해볼게요!
만들어진 헤리티지
2008년생 브랜드가 150년 전통 브랜드 처럼 보이는 이유

TWG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래된 유럽 전통 브랜드겠지?"
골드와 블랙으로 디자인된 클래식한 로고, '1837'이라는 숫자, 그리고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TWG는 싱가포르에서 2008년에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예요. 프랑스의 '마리아쥬 플레르'(Mariage Frères, 1854년 설립)나 영국의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 1707년 설립)과 비교하면 갓난아기 수준이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까요?
'1837'이라는 숫자의 비밀

TWG의 로고 한가운데는 '1837'이라는 숫자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브랜드의 설립연도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 숫자의 진짜 의미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1837년'은 '싱가포르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가 생기고, 차 무역이 공식화된 해 입니다. TWG는 이 연도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가져왔어요.
아주 영리한 전략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오래된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유럽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아시아를 정조준하다!

재미있는 점은 TWG가 유럽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라는 겁니다.
유럽의 고급 티 브랜드들은 대부분 전통이나 역사를 강조합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왕실에 납품했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죠.
하지만 TWG는 달랐어요. 유럽 브랜드의 클래식한 느낌은 가져왔지만, 그 안에는 현대적이고 화려한 요소들이 가득했습니다.
이것은 아시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었어요. 200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에서는 젊은 부유층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럭셔리를 원했지만, 너무 무겁고 전통적인 것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화려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하고, 현대적인 럭셔리를 원했죠.
TWG는 바로 이 틈새를 공략했습니다. 유럽 브랜드의 권위는 빌려오되, 아시아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비주얼과 경험을 제공한 거예요.
차의 패션화, 비주얼의 승리

많은 사람들이 TWG에 매료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예뻐서'입니다. 차를 마시거나 향을 맡아보기도 전에, 시각적으로 먼저 사로잡혀 버리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차를 다 마신 후에도 TWG의 틴케이스를 보관합니다. 소품으로 쓰거나,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기도 하죠. 너무 예뻐서 버리기가 아깝거든요. 각 제품 마다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제품명도 감성적이라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컬러·패키지·에디션을 수집하는 재미로 소비를 유도하는 패션·뷰티 브랜드의 전략과도 비슷해요.
감성을 자극시키는 네이밍

전통 브랜드들의 네이밍을 보면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 얼 그레이, 아쌈 같은 이름들이 많습니다. 산지나 수확시기, 등급 등을 중심으로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차의 맛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차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 와 닿지 않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TWG의 이름들은 좀 더 감성적입니다.
'실버 문'(Silver Moon)은 달빛처럼 은은한 느낌을, '게이샤 블러썸'(Geisha Blossom)은 일본의 우아함을 연상 시킵니다. 친구에게 선물할 때도 그냥 '녹차야' 라고 하는 것 보다 '이건 실버 문이야. 달빛처럼 은은한 향이 난대' 라고 말하는 게 훨씬 멋지지 않나요?
SNS용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팟

TWG 매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거대한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틴 케이스들입니다. 수백 개의 다양한 틴 케이스들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진열되어 있죠. 이걸 'Tea Wall'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이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립니다.
생각해보면 이전의 티 브랜드들은 이런 시각적 경험을 크게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매장이 있기는 했지만, 그 아름다움의 방향성이 ‘클래식하고 조용한, 품위있는 공간’에 가까웠지 ‘포토 스팟’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요.
이 전략은 인스타그램 시대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2010년 인스타그램이 출시되고, 2012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예쁜 것'을 찾아다니고, 그걸 SNS에 공유하는 시대가 온 거죠.
럭셔리 이미지 + 대중적인 맛의 콜라보

TWG의 비주얼은 무척 화려하고 고급스럽지만, 맛은 의외로 쉽고 대중적입니다.
차는 커피에 비해서 접근하기 좀 어려운 편이죠. 아무리 좋은 품질의 차라고 해도, 차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떫거나 밍밍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TWG는 향이 강하고, 마시기 쉬운 '가향차'를 주로 제공했습니다.
바닐라나 캐러멜, 새콤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지는 차들은 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도 쉽게 '맛있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것은 스타벅스 전략과 비슷합니다. 스타벅스도 순수한 에스프레소보다는 카라멜 마키아또, 프라푸치노 같은 달달한 음료들이 인기를 끌었잖아요.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만든 거죠.
TWG는 "럭셔리 티"라는 이미지는 확고하게 유지하되, 실제로는 "누구나 마시기 쉬운 티"를 만들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반면에, 차 전문가나 차 애호가들은 이 점을 비판합니다. "찻잎의 품질보다 향료에 의존한다", "차 본연의 맛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하죠. 하지만 TWG의 타겟은 애초에 그들이 아니었어요.
TWG의 타겟은 명확했습니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좋은 걸 즐기고 싶고, 예쁜 걸 좋아하고,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20~40대"
유통 채널 : 어디서 파느냐가 브랜드를 만든다
TWG가 있는 장소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공항 면세점, 고급 호텔, 백화점 명품관입니다. 동네 마트나 온라인 할인몰에서는 볼 수 없어요.
1. 면세점, 여행객을 타겟으로 한 전략적 선택

TWG가 초기에 집중한 채널이 바로 공항 면세점이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TWG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죠. 왜 하필 면세점이었을까요?
첫째, '싱가포르에서만 살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많은 여행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둘째, 여행객들은 기념품을 사고 싶어 합니다.
특히 아시아 여행객들은 선물 문화가 강해서 돌아갈 때 친구, 가족, 회사 동료들에게 줄 선물을 많이 사요. TWG의 예쁜 패키지는 선물용으로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셋째, 면세점 가격은 다소 '고가여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어요. 어차피 면세점에서 사는 건 특별한 거고, 좀 비싸도 '세금 없으니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생각해보면 정말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관광객들은 TWG를 싱가포르의 대표 명품으로 인식하고, 선물용으로 사 가요.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오, 이게 싱가포르 유명한 거네"라고 생각하게 되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 가면 TWG 사 와야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파리에 가면 마카롱, 일본 가면 로이스 초콜릿을 사야하는 것 처럼 TWG는 싱가포르의 필수 쇼핑 아이템이 되었어요.
2. 백화점, 명품관이냐 식품관이냐

TWG는 백화점에 입점할 때도 전략적이었어요. 대부분의 티 브랜드들은 지하 식품관에 들어갑니다. 커피, 차, 과자 같은 식품들과 함께 팔리는 거죠.
하지만 TWG는 다른 층, 명품관이나 라이프스타일관에 입점하려고 했습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있는 층이나, 고급 주방용품, 홈데코 제품들이 있는 층에 들어갔어요.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집니다. "아, 이건 그냥 차가 아니라 명품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같은 제품이어도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 보이는 거예요.
같은 시계라도 백화점 시계 코너에서 파는 것과 명품관 에서 파는 건 완전히 다른 느낌이잖아요? TWG는 후자를 선택한 겁니다.
Tea Salon, 경험을 파는 공간

TWG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Tea Salon'이라는 공간입니다. 단순히 차를 파는 게 아니라, 차를 경험하는 공간을 만든 거죠.
호텔 서비스 수준의 경험
TWG Tea Salon의 서비스 수준은 일반 카페와 완전히 다릅니다. 직원들을 "티 버틀러(tea butler)"라고 부르고, 호텔급 서비스 교육을 받게 해요.
메뉴를 주문하면 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이 차는 인도 다즐링 지역에서 재배된 것으로, 봄에 첫 수확한 잎만 사용했습니다. 플로럴한 향과 섬세한 맛이 특징이며, 뜨거운 물 80도에서 3분간 우려내면 가장 좋습니다"는 식으로요.
차를 우릴 때는 모래시계를 주기도 하고, 정확한 온도의 물을 사용합니다. 티 포트도 미리 데워두고, 잔도 차의 종류에 맞게 선택해요.
이런 서비스는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서 전문성과 격식을 느끼게 했습니다. 고객들은 '이건 특별한 경험이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럭셔리 문화를 즐기는 것

Tea Salon에 가면 단순히 차 한 잔을 마시는 게 아닙니다. 애프터눈 티 세트, 디저트, 심지어 브런치 메뉴까지 있어요.
가격도 상당히 높습니다. 2인 애프터눈 티 세트가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갑니다. 왜냐하면 이건 '경험'을 사는 거거든요.
특별한 날, 친구와의 모임, 데이트, 혹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Tea Salon을 찾습니다.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예쁜 티 세트로, 아름답게 플레이팅된 디저트를 먹으며 사진도 찍고, SNS에도 올리는 거죠.
이것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제3의 공간'을 팔았던 것과 비슷합니다. 스타벅스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집도 아니고 회사도 아닌 "제3의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이잖아요. TWG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럭셔리 제3의 공간'을 만든 거예요.
TWG는 정말 품질이 떨어지는가?
개인적으로, 일반인이 즐기기에 TWG의 절대적 품질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비판을 받을까요? 바로 "가격 대비 가치" 때문입니다.
TWG 차 가격이면, 더 고품질의 다른 차를 살 수도 있거든요.
그런 차들은 대부분 향료를 쓰지 않고, 순수한 찻잎만으로 깊은 맛을 냅니다. 그리고 가격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차를 잘 아는 사람들은 "TWG는 품질 대비 비싸다"고 말하는 겁니다. 같은 돈이면 더 고품질의 좋은 차를 살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TWG를 사는 소비자들은 '차만' 사는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을 함께 삽니다.
- 예쁜 패키지 (선물하기 좋은)
- 브랜드 이미지 (럭셔리, 세련됨)
- 싱가포르 여행의 추억
- SNS에 올릴 만한 경험
- 특별함을 느끼는 순간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이런 가치가 더 와 닿지 않을까요?
최종 결론
명확한 타겟 설정과 일관된 브랜드 전략이,
2008년 신생 브랜드를 10년 만에 글로벌 럭셔리 티 브랜드로 만들어냈습니다.
TWG는 '차 애호가들을 위한 최고의 차'는 아닙니다.
하지만 '작은 럭셔리를 즐기고 싶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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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산지명과 공법으로 표시하는 스페셜티 원두와 이미지를 네이밍한 브랜드 원두들의 차이와 비슷하네요
사유의 티 레터
맞아요 😁 차와 커피, 와인 다 결이 비슷해서인지 비슷한 면이 참 많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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