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겐 상대적으로 친근하지 않은 나라지만, 루마니아의 이곳은 드라큘라에 이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그 정도로 매우 특색 있고 긴 역사가 깃든 특별한 공간이죠. 바로 지하 깊숙한 곳에서 몇 천년 동안 살아 숨 쉬던 비밀의 공간 ‘살리다 투르다’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원래의 기능 대신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깊은 놀이공원
루마니아는 한국인들에게 그리 친근한 나라는 아닌 것이 사실이에요. 올림픽 때 선수들을 통해, 한 여름밤 납량특집 드라큘라 영화를 통해 상기시키는 정도죠. 그래서인지 루마니아의 브랜드나 랜드마크 등이 쉽게 떠오르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한국의 다양한 블로그나 매체에 소개되어 온 한 장소가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깊은 지하에 위치한 놀이공원 ‘살리나 투르다(Salina Turda)’입니다. 그 깊이가 지하 120m에 달하거든요.
루마니아 투르다(Turda)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약 2,000년(13세기) 전부터 소금 채굴을 해 온 소금광산이었어요. 그런데 시대와 환경이 변화하며 1932년 채굴이 중단되었어요.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며 2차 세계대전 시기엔 피난처, 그 후엔 치즈 저장소 등으로 뚜렷한 정체성 없이 사용되다, 1992년 테마파크로 변신하게 되었지요.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 이유로 주말이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 신기하고 독특한 테마파크를 많이 방문했어요. 그리고 그 입소문은 전 세계에 루마니아를 알리는 데 한 몫하게 되었지요. 그만큼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요. 깊이가 그렇게나 깊은데 하필이면 왜 테마파크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요? 그저 콘셉트가 독특하다는 이유만은 아니었습니다.
공간이 만든 콘텐츠
공간의 독특한 특성은 자연스레 콘텐츠로 확장됩니다. 예를 들어 화산 국립공원이라면 그곳의 뜨거운 물을 활용하여 삶은 달걀 매점이라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죠. 이처럼 작은 부분에서부터 더 큰 부분까지 콘텐츠로 발전될 수도 있고요.
그러한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땅 속에 위치한 지하 테마파크인 살리나 투르다는 매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었죠. 게다가 2,000년 가까이 소금 광산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이 갖는 환경적 조건은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 주었고요.
우선 120m 깊이에 위치한 이곳까지 내려가는 동안 탑승하게 되는 90m 길이의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한 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거대한 암벽을 깊게 파 놓은 듯한 벽면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테마파크의 뷰는 매우 낯설게 다가오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테마파크답게 다양한 놀이기구 및 시설을 발견할 수 있어요. 특히 나무, 철강 조각들을 이어 손으로 조립한 듯한 대관람차, 구름다리, 설치물 등은 전형적인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그곳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요. 여기에 볼링장, 미니 골프장 같은 놀이 공간도 어우러져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유념해 보아야 할 가장 유의미한 콘텐츠는 바로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체험이라 할 수 있어요. 왜 특별할까요?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방법
호수에 보트를 띄운 이유는 이곳의 과거 용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이곳은 원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소금 광산이었죠? 즉, 해당 공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염분이 높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 호수의 염도는 일반 바닷물보다도 8배 정도 더 높죠. 즉, 호숫물의 부력 또한 매우 강하고 큰 노력 없이도 물 위에 몸이 둥둥 뜰 정도예요.
이러한 특성을 살려 이곳 호수에서는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이다이빙 선수인 호주의 ‘리아난 이플랜드’와 루마니아의 ‘포포비치’가 색다른 도전을 하기도 했어요. 바로 그 엄청난 염도의 부력을 극복하여 다이빙에 성공하는 도전이었어요. 물에 염분이 많아 부력이 높다는 것은 다이빙을 할 때 더 빠른 속도와 완벽한 입수자세로 부력이 위로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다이빙보다 훨씬 강한 힘이 있어야 물속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죠. 이러한 도전을 두 선수가 멋지게 성홍한 것입니다.
원래 이 도전의 목적은 코로나 19로 인해 ‘절벽 다이빙 월드시리즈’ 대회가 10여 년 만에 무산되자 다음 해엔 무사히 진행될 수 있길 기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공간의 특별한 상징을 콘텐츠화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모두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살리나 투르다 테마파크만의 특별한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놀이 공원과 달리 자기만의 공간과 그 공간이 확대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성장시켜 가는 것은 공간과 브랜드 경험이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갖는지도 나타내지요.
공간은 오감 경험 매개체
세상엔 매우 다채로운 재생 공간이 존재해요. 뮤지엄, 미술관, 도서관, 고가도로공원, 호텔 등 용도 또한 다양하죠. 그런데 하나같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기존의 공간 쓰임새를 최대한 살려 그것을 콘텐츠화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에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사용 목적이 달라져도 공간이 쌓아온 시간과 역사, 유산과 분위기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독특한 자산이자 새 공간의 정체성으로도 연결되니까요.
그래서 건물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그 안에서 시간을 쌓아온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살아 숨 쉬니까요.
살리나 투르다가 ‘소금 광산’이라는 원래의 공간 용도를 다양한 콘텐츠로 살려 이어가고자 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고유화된 소금 광산의 유산을 유지했기에 지하 호수를 유유히 떠다니는 보트를 타며 현대의 사람들이 지난 시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간은 오감을 통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매개체라 할 수 있어요. 경험이 함축되어 있지요. 살리나 투르다의 지하 공간은 그래서 오감으로 브랜드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salinaturda.eu/en/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환경 이슈와 브랜드의 관계를 알고 싶은 분들
+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영향받아 생겨난 브랜드들이 궁금한 분들
+ 미래 자동차 산업의 좋은 모델을 찾는 분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