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주제는 '나의 영수증'이다. 소비 형태를 글감으로 잡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하고 필진분들과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우선 지난달 내역을 살펴봤다. 아무래도 차량 운행이 많아 유류비가 전체 소비 내역 중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식대비(식사·커피·술)가 25%로 나타났다. 책 구매나 자기계발에 쓰인 돈은 10% 정도였다. 남은 금액은 대출이나 저금으로 '순삭'됐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힘껏 떠났다.
높은 소비로 나타난 유류비는 다음과 같다. 현재 거주지는 경남 김해시 진영 '신' 도시다. (여기서 신도시는 꼭 들어가야만 된다. 읍에 사는 사람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그리고 사무실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 다음으로 '출입처'라는 게 있다. 이는 기자가 취재를 담당하는 구역을 뜻한다. 현재 내가 맡은 곳은 경남 양산시, 부산 동래구, 금정구, 기장군 등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이른바 '탐사보도' 팀을 맡게돼 출입처 개념이 더 모호해졌다. 필요하면 거제, 통영, 부산 영도나 사상을 오가기도 한다.
아울러 현재 나는 주말부부다. 금요일 전체 회의가 종료되면 곧장 부산 해운대에서 전라도 광주로 향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는 순간이다. 휴게소 방문 없이 곧장 달리면 3시간하고도 40~50분 남짓 소요된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만 다들 믿지 않는다. 익숙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일상에 대부분은 운전대를 잡거나, 전화를 거는 일이다. 덕분에 운전대를 잡기전에 의식처럼 업무에 필요한 강의나 동기부여 교육 영상 등을 청취한다. 시사라디오는 기본적으로 빠짐없이 듣는다. 귀동냥으로 듣게된 무언가가 때때로 내 가슴을 건들면 기사의 제목이 되기도 첫줄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짧은 에세이를 완성하는 데도 쓰인다.
가끔은 운전대 잡는게 지겨워 대중교통(무궁화호로 시작해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한다. 그때가 실은 제일 좋다. 밀려둔 책도 읽고 잠깐 멍 때리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높은 소비 하나를 썼더니 너무 길어졌다. 그외 식대비나 기타 내역등은 충분히 말 그대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쓰인다.
기자라는 직업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동반하는 것 같다. 낯선 취재현장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숨은 이야기를 찾고 글로 옮겨 세상에 내비친다. 시선에 담긴 사람과 장면들이 가끔 잠들기전에 주마등처럼 스친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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