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파워 J인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목표를 만들고 달성하면서 계획적인 인생을 살아왔어요. 일에서도 여행에서도 저에게 계획은 참 중요한 것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못견뎌했죠. 지금은 아주 많이 내려놓고,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여전히 돌발 상황 앞에선 얼어버릴 때도 있지만요. 이런 변화가 제게 찾아온 건, 그간 좋은 책에서 좋은 문장을 계속해서 만났고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두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만난 좋은 책, 좋은 문장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삶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은 꽤 익숙한 방식이다. 목적지가 있을 수도 있고 일단 무작정 출발할 수도 있다. 때로는 길을 잃고 동행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떠나기도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여행이 복잡하게 꼬일 때가 있으며, 어떤 이의 여행은 생각보다 짧게 끝난다. 삶이 왜 여행 같은지 가만히 떠올려보면 금세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벼운 휴가는 우리에게 편안함을 선물하지만, 목적지가 멀어지고 여행이 길어지면 여행은 편안함 이상의 수많은 감정과 경험을 선사한다. 힘들어서 그만두자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얻고,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 속에 크고 작은 배움을 얻곤 한다. 어떻게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든, 준비 없이 덤비면 고생이라는 교훈을 얻든. 여행이 삶이고 삶이 여행이다.

​ 두고두고 다시 읽는 책 중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산문집이 있다. 작가가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를 여행을 하며 겪은 일을 소개하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여행의 경험 속에서 '삶의 가치'를 떠올리기에 참 좋은 책이다.

 여행을 가서 일부러 실패 경험을 늘리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계획한 것을 전부 이루지 못할 것이라면 최대한 즐겁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늘리려고 하지 않을까?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여행기는 책에 쓰인 대로 재미는 없을 것이다. 삶을 여행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어차피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고보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여행도 아주 짧은 여행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우리 삶은 그 어떤 계획을 세워도 완벽한 성취를 이뤄낼 수는 없다. 그러니 길을 나서서 모험을 할 땐 계획과 목표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나에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내 삶도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된 하나의 여행기라 생각하면 가끔 별별 일이 생겨도 그냥 넘어가진다.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또 생겼구나. (극한의 스트레스는 예외. 에피소드 만들자고 험한 일 겪는 건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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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가는 미숙한 여행자. 이 말은 20대의 내 모습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 같다. 어디 크게 데여본 적도 없으면서 모험보다 안전을, 도전보다 편안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학 후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공연을 해야한다거나 중요한 직책을 맡을 것 같으면 미리 그만두었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면 돈을 벌고 경험을 쌓겠지만 스트레스도 같이 얻을 생각에 항상 적은 시간으로 한 가지만 하곤 했었다. 힘들 것 같으면 피하고 할만한 것들만 하나씩. 경험이 부족하니 미숙한 여행자로 나이만 먹어갔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자체가 여행하는 삶이라고 보면 언제까지나 이것저것 못하겠다고 편안함만 좇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여행의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필연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맞닥뜨린다. 일찍이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부족한 여행 경험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그렇다고 해서 한 순간에 경험이 풍부한 여행자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이 말만큼은 명심하고 싶다.

'만약 우리의 정신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믿음에 집착한다면 여행은 재난으로 끝날 것이다.'

 요즘 나는 내가 좋다. 이 한 문장을 진심으로 적기 위해 알게 모르게 많은 일을 겪어왔다. 왜 이렇게 나는 더디고 미숙할까 생각하면서 통과해온 관문들을 지나 지금의 나는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고 담대해졌다. 어쩌다보니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하게 되고, 또 어쩌다보니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긴 하지만 이제는 마음 근육이 제법 단단해졌다.

하면 되지 뭐.

더 어려운 것도 했는데 뭐.

이 일이 끝나면 또 한번 레벨업 하겠네.

이렇게 조금씩 '경험이 풍부한 여행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걸까? 자만하긴 이르지만, 삶이라는 여행이 계속될수록 어려운 코스는 계속 나오겠지만 기대도 된다. 나의 여행기는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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