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의 문장들🖊💕

신년계획을 세울 때 가장 많이들 목표로 정하는 건 뭘까요? 🤔 모르긴 몰라도 'N권이상 독서하기'는 순위권에 랭크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봐도 그렇거든요. 작년 목표는 한 해 30권 읽기(기똥차게 망함)였고, 올 해 목표는 호기롭게도 일주일에 한 권 읽기예요. 얼마나 잘 실행되고 있는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작심삼일을 반복하다 3월이 되면 번뜩 정신을 차립니다. 봄은 곧 '시작'을 의미한다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거지요. 이번 뉴스레터 주제인 '내 마음의 문장들'은 그렇게 마음을 다 잡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였어요. 😃✨

봄엔 보다 많이, 책과 함께 집을 나서보려 합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대중교통 안에서, 한적한 근린공원 벤치에 앉아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에 선물할 책을 고르러 서점에 들려, 저를 위한 신간도 몇 권 사야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아끼는 문장들도 남겨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내 마음 속의 문장들📗🖋

글: 이레네 

내 인생 최초의 소설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다. 그 당시 살던 동네의 동사무소에서 햇살 고운 오후마다 책을 읽어내려갔던 기억까지 선명하다. 막 네번 째 전학을 마친, 열 살 때의 일이다.

잦은 이사와 전학에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웠던 나는, 낯선 급우들에게 다가가는 대신 학교나 동사무소의 도서실에 드나들며 책을 읽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는 그런 나의 훌륭한 친구였다. 어려운 집안 환경과, 이유 없이(어른이 되면 이유가 눈에 보이지만) 호되게 야단 맞는 상황은 남일 같지 않았고, 묘하게 느껴지는 그의 외로움 역시 동질감을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읽는 책이 이렇게 슬퍼도 되나 싶은데, 극중 제제를 아끼던 거의 유일한 어른인 뽀르뚜가가 죽었을 때의 상실은 어마어마했다. 처음으로 책을 읽으며 울었던 것도 이때다. 어쩌면 나는 제제만큼이나 뽀르뚜가를 좋아하고, 의지했지도 모르겠다. 내게 더 큰 세계를 열어줄, 다정한 어른을 갈구하면서.

근사하고, 반짝이고, 멋지며, 흔하지 않은 일들. 불과 오 년 전만 해도 내 사전 속 행복의 정의는 '일회성 쾌락'에 가까웠다. 요새는 조금 다르다. 평범하고, 은은하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소소한 것들 또한 행복이지 싶다. 항구적인 기쁨. 짜릿한 행복보다는 무탈한 나날이 가만가만 이어지는 것.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란다는 김훈의 말을 접하고부터 나 또한 일상에서 힘을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성룡의 취권처럼(?), 때로 유연함이야말로 모진 바람 속에서 굳건히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믿는다.

간혹 어떤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좀 울적하다.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맹탕으로 살고 있진 않은지- 묘한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만남이다. 이런 경우 대개는 개인의 성취, 특히나 경제적인 달성과 연관이 있다. 나, 인간 이레네는, ㅇㅇ 직급의 이레네, ㅇㅇ아파트에 사는 이레네, 혹은 (명품백이 아닌)에코백을 맨 이레네로 새로이 정의되곤 한다. 어쩌면 그 편이 사람을 이해하는데 간편한 까닭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파악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달성'보다도 그 사람이 지닌 '지향'과 '포즈'에 더 관심을 두고 싶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언정, 그 방식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작이 될 거라 믿는다. 또한 그것이야 말로 내 삶의 지향과 포즈일 것이다.

마음이 괴롭고 건조했던 날들이 있었다. 일과 인간관계, 연애, 가족 문제 등이 뒤엉켰던 시기였다. 틈만 나면 우울한 생각이 두드러기처럼 번졌다. 긁고 또 긁어 마음에 흉이 지고, 그러다 못해 남을 할퀴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은 요원해보였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넋두리 내지는 푸념에 가까운 일기였지만 효과는 있었다. 순환이 안되어 퉁퉁 불어있던 마음이 점점 붓기를 빼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어루만지지 못한 마음의 뼈대가 타자를 치는 손 끝에서 느껴졌다. 아, 나는 이런 인간이었지, 이대로도 뭐 괜찮네, 나쁘지 않아. ... ...타인이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 쓰는 글인데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위에 언급한 글귀처럼, 스스로가 견딜만해진달까. 

글쓰기가 나에게 무슨 의미냐 묻는다면, 나는 스스로를 사랑해나가는 과정이자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졌으며, 무얼 보고 느끼는지 적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매일 발견하고, 마주한다. 그리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

답장을 남겨주세요 :)   📫ROUGH우체통

연재 시리즈 🌈심심(心尋) | 📸선재의시선 | 🌱마음을짓는시간 | 🐢가장느린거북이

📻오디오클립||📝브런치||🙌인스타그램||✔블로그||👀춘프리즘||

©당신과 나의 이야기 러프 春F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