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혹시 지난 번 뉴스레터 기억 나시나요?
레거시 미디어인 영화와 티비 드라마는 의자 뺏기 게임 마지막 판처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복자인 넷플릭스에게 선택 받는 건 마치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간택 받는 일처럼 느껴지고요.
대중들은 점점 더 SNS와 유튜브에 빠지고 있지만 온라인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형식은 기존 영화, 드라마 창작자들에게는 낯섭니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플랫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창작 철학과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저는 영화, 드라마, 출판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역량을 쌓은 창작자들이야말로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왜냐면요.
1. 인플루언서는 돈이 되니까요.
한국 영화가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된 요인이 무엇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봉준호, 박찬욱과 같이 뛰어난 창작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 감독님들도 데뷔작부터 잘된 건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시지요?
한국 영화계는 이 창작자들에게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었어요. (박찬욱 감독이 처음으로 주목 받은 작품인 <공동경비구역:JSA>는 그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제작자는 자본과 창작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영화 산업은 제작사에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순간부터 수익의 40%를 분배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결국, 이 시스템이 한국 영화 발전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성과 기반의 수익 배분 시스템 때문에 제작자는 창작자와 창작물을 계속 발굴하게 되거든요.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유튜브와 SNS 플랫폼은 성과 기반으로 수익을 배분해요. 이 점이 바로, 영화의 수익 분배 시스템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극장 티켓 판매 수익 외에도 부가 판권 유통을 통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가지고 있듯이 인플루언서 역시 조회수 수익 외에도 브랜드 협찬 및 광고, 구독 및 후원, 굿즈 판매와 기타 수익원으로 수익원이 다각화되어 있습니다. (Influencer Marketing Hub, 2023)
2. 나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을까?
구독자님은 인플루언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화려한 일상을 공유하며 협찬 받은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하여 큰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로 알고 있지 않나요? 그런 인플루언서가 큰 돈을 벌고 있는 건 사실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유통 시키는 여러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게 되면서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어요. 2023년 기준, 크리에이터 경제의 시장 규모는 약 25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 Statista, 2023]
꼭 대형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더라도, 내 창작물을 좋아해주는 팬을 모을 수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런 흐름을 전부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기존 레거시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 경쟁을 뚫을 자신이 일단 없었어요. 살아남으려는 제게 선택지는 뉴 미디어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컸어요. 그래서 OTT 드라마로 개발했던 대본을 유튜브와 SNS에 올리기로 하고,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지금은 '첫경험'으로 <시네마 세로>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이 콘텐츠는 원래 OTT 미드폼 옴니버스 드라마의 6개 시리즈 중 첫 번째 에피소드로, '디데이'라는 제목이었어요. '디데이'는 첫경험 디데이를 앞둔 캠퍼스 커플의 이야기로, 여자 주인공이 남친을 만날 때마다 뽕브라를 차고 있어서 디데이를 위해 가슴에 긴급 처방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저는 이 콘텐츠를 인스타와 유튜브로 유통 시키기로 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맞게 세 가지를 변경했습니다.
첫째, 제목을 바꿨습니다. 온라인에서는 SEO(검색 최적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제목부터 검색에 걸릴 수 있고, 유사한 콘텐츠와 함께 연관되어 뜰 수 있는 단어가 훨씬 유리하지요. 그래서 '디데이'가 '첫경험'이 되었습니다.
둘째, 가장 후킹되는 씬으로 첫 씬을 바꿨습니다. 온라인 콘텐츠는 첫 3초가 매우 중요합니다. 온라인에서 보는 콘텐츠는 인트로에서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급격하게 이탈하게 됩니다. 초반 이탈이 크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가 불가능하지요.
셋째, 세로 화면에 맞게 그림 콘티를 바꿨습니다. 온라인 배포를 고려하면서 숏폼 형태를 염두해 두었기 때문에 숏츠와 릴스에 맞게 각색하고 그에 맞는 콘티를 제작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영상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omYFQ6xfOiw?si=3t5eHwF0uLelW6fF
그리고, 스레드를 비롯한 SNS에 이 프로젝트의 모든 제작 과정을 올리기 시작했지요. 그 결과, <첫경험> 프로젝트 오픈 3개월만에 유튜브 구독자 수 1500명, 최고 조회수 30만, 인스타 릴스 최고 조회수 50만을 달성했습니다. 구독자 수 0명에서 시작해서요. 지금은 스레드 5,131명 인스타 1,142명, 유튜브 1,610명으로 총 7,883명의 팔로워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돈은 벌었냐고요?
수익 창출 조건은 꽤 빨리 달성했지만, 아직 수익은 조회수 수익 30달러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요.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좋은 제안들을 많이 받고 있어요. 앞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진행되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모두 알려 드릴께요.
3. 환경을 위해서 오리지널 창작자가 필요하다.
인플루언서들이 보기에, 이 정도의 성과를 가지고 얘기하는 게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레거시 산업에 20년 간 종사해온 제게 이 성과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사실 유튜브도, 숏폼도 보지 않았던 그야말로 고인물 영화인이었거든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온라인 생태계에 입문해 보니, 온라인 콘텐츠의 성공 방식을 가르쳐주는 분들이 다들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조회수가 잘나온 콘텐츠를 벤치마킹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업계에서는 '우라까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 방식이죠. 영화든, 디지털 콘텐츠든 벤치마킹은 콘텐츠를 성공 시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온라인에는 간혹 도가 넘는 가르침들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AI로 자동화하여 손쉽게 월천 버는 법' 같은 것들이요. 그런 콘텐츠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베끼기만 하면 도대체 오리지널은 누가 만드는 거지?
영화 <컨택트>의 원작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SF소설가 '테드 창'은 2023년 뉴요커 기고문에서 "생성형 AI는 학습한 데이터의 평균 값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뿐"이라며, 생성형 AI는 결국 원본을 점점 더 상실해 가는 "손실압축" 방식이라고 지적했어요. 일리가 있는 말이지요.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요소 없이 있는 것을 서로 베끼기만 한다면, 그곳은 새로운 개념의 창작물 없이 비슷한 것들만 양산되는 쓰레기장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진실 되고 창의적인 것을 찾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SNS와 유튜브계에 오리지널리티를 창작하는 스토리텔러가 필요하다는 생각, 혹시 해보셨나요? 우리가 뉴미디어에 맞게 창작물을 변형하는 새로운 방법만 익히게 된다면, 수익 창출 또한 가능합니다.
다음에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워왔던 사람이 1,260만 유튜버가 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짐작하고 계신 분이 맞을 수 있습니다. 혹시 누가 떠오르는지 댓글 달아주시겠어요? 어떤 댓글이라도 다 좋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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