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껏 레거시 미디어 포맷에 맞는 이야기들을 만들어왔습니다.
극장 영화와 TV 드라마.
OTT의 첫 등장 때까지만 해도 기존 미디어의 확장이라 생각했어요.
넷플릭스는 비디오가게에서 시작했잖아요.
넷플릭스의 빈지워칭 [폭음·폭식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빈지(Binge)'와 본다는 뜻의 '워치(Watch)'가 결합된 용어로, 단기간에TV프로그램 등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은 영화처럼 한 번에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으로 풀어야 해서 제한이 있다고 느꼈던 이야기들을 오히려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요.
넷플릭스 뿐만이 아니라, 다른 OTT도 나타나면서 제작자와 창작자들에게는 오히려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 것처럼 느껴졌죠.
그러나 넷플릭스가 다른 OTT 플랫폼들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하더니 절대적인 승자로 자리 잡게 된 지금, 많은 것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2024년 영화관 '빅3' (CGV, 롯데, 메가박스)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요,
TV도 광고 수익의 악화로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TV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는 것 알고 계신가요?
얼마 전 넷플릭스는 TV처럼 매주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예능을 공개하는 '편성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미국에서는 유튜브의 TV 시청이 급증하여 넷플릭스를 넘어 TV에서 스트리밍되는 최다 시청 서비스가 되었어요.
[출처 : 악시오스가 인용한 닐슨의 최근 조사]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레거시가 될겁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출발한 넷플릭스가 영화의 유산을 따르고 있어 창,제작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뉴 미디어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만 바라보기에는 경쟁이 심하지 않나요? 영화 제작은 언제나 힘들었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의자 뺏기 게임의 마지막 라운드처럼 느껴져요.
극장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통해 전국의 모든 영화관 매출이 집계되고 계약에 따라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제작사에 분배합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영화처럼 개별 작품의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고, 제작사에 매출에 따른 수익 분배도 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구독형 서비스 특성상 개별 작품의 흥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추가 수익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작품 성공에 따른 제작사의 보상은 차기 프로젝트나 시즌에서 이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 2022.01.19.
유튜브는 기존의 영화, 드라마 창,제작자에게는 낯선 포맷입니다. 그렇지만 유튜브의 핵심 사업 모델은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 이를 크리에이터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업 구조입니다. 크리에이터에게 성과를 배분하는 유튜브의 사업 구조가 오히려 영화 배급사가 제작사에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와 유사하지요.
그리고, 유튜브가 콘텐츠를 노출하는 시스템인 '알고리즘'은 냉정하지만, 동시에 가장 민주적인 도구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와 극장 배급사는 투자를 심사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대신, 선택을 알고리즘에 맡깁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거대 자본이나 인맥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은 오직 콘텐츠의 경쟁력만을 판단합니다.
물론, 영화 투자 배급사나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게 되면 거대한 자본을 들여 유명한 배우와 함께 위대한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그러나 의자의 수가 너무 적잖아요. 의자 뺏기 게임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대신, 우리만의 이야기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유튜브에서는 제작비의 규모가 성공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거액을 투자한다고 해서 조회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죠. 대신 다른 흥행 공식이 존재합니다. 알고리즘이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알고리즘은 결국 우리가 만든 콘텐츠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아닌가요?
변화는 두렵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힘,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관객과 소통하는 경험까지. 우리는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미 그 변화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사람입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그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OTT 드라마 시리즈로 기획했던 작품을 숏폼 콘텐츠로 재구성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시행착오 끝에 최고 조회수 30만 뷰를 달성하고 수익화까지 성공했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 그리고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인사이트들을 진솔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그때까지 여러분의 고민과 생각들도 답글로 들려주세요. 함께 이야기 나누며 새로운 길을 찾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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