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LEO, Low Earth Orbit) 군집 위성시스템은 적대적인 공격에 의해 일부 위성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교란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서비스를 복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위성 발사체는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인 목적의 긴급발사 소요에 적시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에 미 우주군은 전략적 대응형 발사(TacRL, Tactical Responsive Launch)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적으로 성숙한 민간 우주기업들의 탑재체와 발사체, 지상관제시스템을 신속하게 통합하고, 단기간에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DARPA 발사 챌린지
이러한 도전과제는 TacRL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다. TacRL 이전에 진행되었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발사 챌린지(Launch Challenge)는 민간 소형 발사체 개발업체를 지원하면서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여 군에서 요구하는 위성을 신속하게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탑재체, 목표 궤도, 발사 위치와 같은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 요청을 수신한 이후 14일 이내에 궤도상에 위성을 배치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최종적으로 버진 오빗(Virgin Orbit), 벡터 스페이스(Vector Space), 아스트라(Astra)가 후보로 선정되었고, 다른 팀이 포기하면서 아스트라社의 Rocket 3.0이 유일한 후보로 남았으나 2020년 2월 17일부터 3월 2일까지의 기간 동안 기술적인 문제로 발사 절차를 중단하면서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였다.
Odyssey(TacRL-2)
TacRL-2는 DARPA의 발사 챌린지보다 조건을 완화하여 진행되었다. 계약이 체결된 이후 위성과 발사체의 제작이 완료되면 발사 명령이 통지될 때까지 상시 대기(Hot-Standby)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14일의 기한이 21일로 늘어났고, 발사 장소에 대한 정보는 제공한다. 발사체는 페가수스(Pegasus) XL이 선정되었다. TacRL-2가 된 이유는 2008년 8월 3일 점프스타트(Jumpstart) 임무(발사 실패)가 이후 TacRL-1으로 명명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Falcon-1 발사체가 목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 위성은 궤도에 올라가지 못했다.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社의 페가수스 XL은 L-1011 항공기를 발사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공중발사체로, 3단 구조의 고체연료 발사체다. 탑재체인 위성은 SMC(Space and Missile Systems Center)(현 SSC, Space Systems Command)의 Space Safari Program Office에서 11개월 만에 기성품을 사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사체는 약 4개월 만에 설계 및 제작, 통합, 시험까지 완료하고 발사 명령이 떨어진 후 21일 만에 발사 준비를 마쳤으며, 2021년 6월 13일에 약 40,000ft 상공에서 발사되었다.
VICTUS NOX(TacRS-3)
2번째로 진행된 임무는 Victus Nox로 명명되었으며, TacRL에서 TacRS(Tactically Responsive Space)로 변경되었다. 발사체는 파이어플라이(Firefly Aerospace)社의 알파(Alpha) 로켓이 사용되었고, 탑재체는 Millennium Space Systems社에서 생산하는 위성 중에서 스페이스 사파리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일부 규격을 수정하여 공급하였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알파 로켓은 길이 29m, 직경 1.82m의 소형 발사체로, 1단에 추력 184kN 리버(Reaver) 엔진 4기를 사용하며 2단은 70kN 라이트닝 엔진 1기를 사용하고 있다. 두 엔진 모두 케로신(RP-1) 연료와 액체산소(LOX) 산화제를 사용한다.
미 우주군에서 9월 8일에 활성화 명령을 보낸 이후 발사체 운반, 연료 공급, 탑재체 어댑터 통합 등을 수행하는 활성화 단계를 58시간 이내에 완료하였고, 9월 13일에 발사 명령을 수신한 뒤 궤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부터 위성 적재까지 27시간 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발사 단계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위성 발사는 9월 14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수행되었으며, 위성 발사 후 37시간 만에 위성의 상태를 점검하는 초기 운영 단계를 완료하는 기록을 세웠다.
VICTUS HAZE(TacRS-4)
TacRS-4 임무는 Victus Haze로 명명되었다. 2024년 4월 11일 로켓랩(Rocket Lab)社는 Victus Haze 임무를 위한 발사체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공시하였으며, 일렉트론(Electron) 로켓이 발사체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로드는 True Anomaly社에서 개발한 Jackal AOV(Autonomous Orbital Vehicle)가 선정되었다. 이 임무는 위성 간 근접기동작전(RPO, Rendezvous Proximity Operation)에 활용 가능한 위성과 지휘통제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시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다중 궤도에 대한 비행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Jackal AOV에 Agile Space Industries社에서 개발한 추진시스템을 통합한다고 한다. 위성 발사는 2025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현황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소형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긴급 투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3년 12월 4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시험발사체(GYUB-TV2)를 발사했다. 공군에서는 초소형위성체계의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대체 위성을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는 공중발사체를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 2단계(~2040년)에 포함시켰으며, 이와 관련하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공중발사체 투하 시스템 개발('22.12~'27.03)" 과제를 수행하면서 수송기에 탑재 가능한 공중발사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 우주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TacRL/TacRS 임무를 보면 고체연료/공중발사와 같은 특정 형태의 발사체가 아니더라도 민간에서 가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와 위성을 신속하게 조달하여 발사할 수 있으며, 위성과 발사체 조달에 소요되는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 주도의 군용 발사체 개발과 동시에, TacRS를 참고로 하여 민간의 우주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면서 발사체와 위성을 조달하여 군용 저궤도 위성의 서비스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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