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방호기술은 적의 위협을 신속 정밀하게 탐지하는 기술과 이를 효과적으로 요격하는 대응기술이 유기적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결합돼야 하는 종합적인 기술 분야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나 기술 정보 제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연구 진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부족한 기술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02년 러시아, 2003년 독일이 약 900억원 수준의 기술이전비를 요구했고, 2005년 이스라엘 역시 단계적 기술이전에 약 1,000억원 수준의 기술이전비를 요구했으며, 미국은 기술이전 자체를 거부했다. 특히 러시아는 러시아의 능동파괴체계 중 하나인 ARENA를 성공시키기 위해 수만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기술적 오차 요소를 해결했기에 한국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며 우리와의 기술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상대국의 과도한 기술이전비 요구로 인해 국제공동연구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연구소에서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크레모어를 이용한 대응파괴기법에 대한 선행연구를 자체 수행하며 고정식 대응탄 시스템에 대한 기본 분석 기술을 확보했고, 레이다 등 주요 구성품에 대한 모델링을 실시해 능동파괴체계의 설계 요구도 설정을 위한 시뮬레이션 초기 단계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능동파괴체계가 대전차미사일과 대전차로켓탄으로부터 전차의 생존성을 2~6배 이상 증대시킬 수 있음이 국내외적으로 분석됨에 따라, 2005년 초 연구소는 능동파괴체계 개발이 차세대 혁신기술 분야로써 관련 기술 확보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개발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해 이를 순수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하게 됐다.
이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대전차미사일 공격에 대해 복합연막탄을 발사해 미사일의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유도교란 방식의 능동방호장치(소프트킬)를 개발해 K2 전차에 장착했다. 또한 2011년 도심 작전 및 시가전을 대비해 대전차로켓탄까지도 막아낼 수 있는 능동파괴체계(하드킬)를 독자 개발했다.
능동파괴체계를 둘러싼 숱한 의구심
능동파괴체계 개발 과정은 중기계획서에 반영돼 사업화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이유는 단순했다. 수백m/s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레이다로 탐지 추적해 3차원 교전위치를 계산하고, 발사장치 구동 후 대응탄을 발사해 위협체를 무력화하는 시간이 고작 1초 이내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눈 깜빡할 사이에 조금의 실수도 없이 가능해야 했다.
이 때문에 연구소 최초로 기술검토위원회가 구성돼 능동파괴체계 과제의 운용개념, 목표 설정의 적합성, 기술적 위험도, 개발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연구소 내 체계, 레이다, 성능분석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검토를 받은 것이다. 항간의 소문에는 이 기술이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다소 격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술검토위원회는 국회청문회와 비슷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개념은 좋은데 도대체 개발이 가능한 기술인 것이냐는 무수한 질문에 논리적인 답변과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개발을 담당한 연구팀에게도 무턱대고 도전하는 열정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개발가능성을 자체적으로 검증하고 재확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됐다.
기술검토위원회의 결정은 응용연구 3년과 시험개발 4년으로 통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즉, 먼저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한 후 시험개발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의 요구는 달랐다. 북한의 대전차로켓탄 전력 증강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5년간의 시험개발 후 조기 전력화를 원했다.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진 능동파괴체계 개발은 2006년 8월에 착수해 2011년 종료됐다. 개발 초기부터 숱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위험사업으로 분류돼 주목을 받았지만 연구소는 개발시험과 군 운용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해 당당히 군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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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그런데 대체 왜 실전배치가 안됐냐구요 왜!!!!!!
쉘든의 밀리터리 (1.98K)
그 이후로 흑표 양산을 포함해서 사업 자체가 붕 떠버리기도 했고...비용 자체도 좀 비싸서 채택하기 꺼려진 듯 합니다. 거기다가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도 워낙 오래 걸리니까 그 사이에 단종이슈+기술진부화가 있었을것이고, 현대로템도 수출 시장에서 잘 팔리는 트로피를 붙여서 판매하니까 내수용/수출용 모두 다 수요가 없어져버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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