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가끔씩 회사에서 “해경씨 잘 지내고 계시죠?” 라고 연락이 오면, 난 영락없이 잘 못지내고 있을때다. 함께한 기간이 오래되어서 그런가.. 뭔가 내 상태를 잘 안다는 기분이 들곤 한다. 잘 못 지내는 건 다른게 아니고 음악 작업이 막혀서 이다. 지난 7월에 회사에게 아주 호기롭게 이런저런 멋진 곡을 써서 돌아오겠다! 하고 2달동안 곡을 쓰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만든 것 중에 몇 개는 쓸 수 있다 쳐도 마음에 드는게 안나오니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그래도 회사에 연락이 온 시점에는 마음에 드는 곡이 있었다. 다만 가사가 잘 안쓰여서 벽에 박치기도 해보고 별 짓을 다 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뜩 이거 나.. 집 밖에 안나가서 그런건가 싶었다. 그래서 n년만에 경주로 급하게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을 가서 좋은 영감을 얻고 와야지라는 생각과 다르게 경주가기 전날이 되니, 귀신같이 가사가 생각나더라. 나의 일은 매번 이런 식이여서 욕하면서 가사를 다 썼다. 그래도 나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곤 경주 불국사에 가서 앞으로는 제때 제때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 좀 드렸다.
2.
초등학교 저학년 때를 생각하면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 홀로 동네 시장을 돌아다녔던 기억들이 있다.
개중에 기억에 선명한 게 당시 학교 수업에 가족들의 이름을 10번씩 쓰는 수업이 있었다. 첫번째 공책 상단에 이름을 써놓고, 두번째 세번째부터 계속 틀리게 써서 여러번 지우고 썼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신해경->신효경->식후경) 어렸던 당시에도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야? 라며 나에게 분노했다. 아마 나는 어릴때부터 공부에 전혀 소질이 없었던 거야 이건.. 어릴 때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어머니께서 넌 말도 글도 걸음도 다 느렸단다라고 하신다. 애초에 좀 느린 인간인건가 싶다.
여튼 이때는 집안 사정으로 가족과 떨어져 몇 년을 따로 살았던 시기였다. 마구 성장하던 시기에 무한한 자유가 보장되니 혼자 산도 타고, 하루종일 시장도 돌아다니고, 수련회인가. 소풍인가 여튼 가정통신문도 전부 버리고 다녀서, 안가고 집에서 혼자 놀고 그랬다.
이외에 이 시절에 강렬했던 기억을 꼽자면, TV에서 내귀에 도청장치의 E-mail을 처음 들었던 일, 토요명화에서 레옹을 보고 하루종일 우울했던 날, 동네 오락실에서 게임들을 구경한 것들이 있다. 이 글을 보시고 검색해 보시는 분들도 있을 듯.
그러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그때 살았던 동네를 갈 일이 있었다. 시장은 재개발로 옛 모습을 잃었고, 예전에 살던 친구들의 집도 전부 사라졌다. 혼자 올라가던 산만 그대로 남았다. 산도 생각보다 협소해서 이렇게 별볼일 없었나 싶었다. 사라지는게 씁쓸하다.. 전혀 그런거 없고,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저 시절이 추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저 그랬던 시절이기도 해서 그리움이 없더라.
다음주 월요일에 또 보냅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유선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신해경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김민수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신해경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우인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신해경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하원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신해경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하원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신해경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101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신해경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