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으니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다. 말은 거창하게 서비스 기획이지만 그리 잘하지도,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내가 한 기획은 서비스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어떻게 보여주면 될지 대략적으로 종이에 화면 구성을 끄적인것이 서비스 기획의 전부였다. 사실 초반에는 화면 기획을 하는 시간보다는 자료를 찾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생각은 단순했지만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내용들을 서비스에서 어떻게 "잘" 보여줄지 정리해야했다.
겨울방학은 길어보여도 짧았기 때문에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에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은 대충하고 빠르게 코딩을 시작했다. 디자인은 개발을 하면서 개선해도 되지만 코딩은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마주칠 어려움이 많을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개발은 역시 쉽지 않았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HTML과 CSS, 그리고 약간의 jQuery 뿐이었기 때문에 생각한 서비스의 초기버전은 이랬다. 폰트를 리스트로 보여주는 메인페이지와 각 폰트마다 화면을 만들고 메인페이지에서는 어설픈 jQuery로 카테고리 필터를 만들어서 폰트를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정리해보니 폰트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큰일났다'라고 생각했다. 처음 자료수집을 할 땐 대충 2-30개정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무려 87개나 됐던것이다.
87개라는 숫자는 서비스 개발에 주는 의미는 엄청났다. 87개의 폰트를 한 개의 웹사이트에 넣어야하고(= 서비스가 엄청 무거워진다), 각 폰트를 위해 87개의 페이지를 만들어야하고, 87개의 폰트를 필터링할 수 있게 각각 라벨을 달아줘야한다(= 엄청난 반복 노동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폰트가 추가된다면 이것을 반복해야하기에 더더욱 힘들어질게 예상됐다. 이건 백엔드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함께할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해에는 휴학을 하기로 한 상태였는데, 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한 것이라 시간에 여유가 있진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일을 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개발 동아리 내에서 함께 할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일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채용 플랫폼에 올려 여기저기 지원했고 면접과 탈락을 반복했다. 반복하던 와중에 몇 군데에 합격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근무조건이 좋은 곳으로 골라서 출근하게 됐다. 2017년 1월, 나의 첫 직장생활이 시작됐다.
3월이 되자 다시 학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생각한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우선 같은 학교의 동아리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다녔다.
"PPT나 홍보용 이미지 만들 때 한글은 무료폰트를 찾기가 힘들잖아. 이런 서비스 같이 만들어볼 생각 없어?"
운이 좋게도 현주라는 컴퓨터공학과 동생이 아이디어에 동감해서 서비스 개발에 함께하게 되었다. 현주는 내가 전혀 할 수 없는 백엔드를 맡았고, 프론트엔드는 어설프지만 내가 코딩으로 화면을 그릴 수는 있긴 해서 내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어설픈 실력이기도 하고 디자인과 자료 정리도 같이 해야했기 때문에 업무 분담을 위해 가능하다면 프론트엔드 개발 팀원을 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