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를 할 수 있는 팀원 한 명은 있지만 내 개발 실력은 0.5인분이어서 팀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팀원을 구해야했다. 개발 동아리는 1년에 한 번 해커톤을 하는데, 해커톤을 하기 전 온라인으로 아이디어톤을 진행한다. 아이디어톤에서 본인의 아이디어를 올리면서 팀원을 구한다는 홍보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아이디어와 함께 프론트엔드를 맡아줄 팀원을 구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역시나 팀원을 구하는건 쉽지 않았다. 우리의 아이디어에 투표를 해주는 사람도 많았고 필요한 서비스였다고 공감해주는 댓글도 많았지만 정작 팀원으로 지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둘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나 생각하던 찰나, 한 명의 지원자가 나타났다. 운이 좋게도 필요했던 프론트엔드 개발 포지션의 지원자였다.
지원자인 동규는 문과생인데, 개발을 동아리에 들어와서 처음 배웠다고 했다. 백엔드는 쉽지 않았지만 프론트엔드는 생각보다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되었고 올해가 개발동아리 2년차인데 이제는 개발에 약간 자신감이 붙어서 본인이 흥미가 생긴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지원했다고 했다. 우리는 팀원 한 명이 간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검증이고 뭐고 그저 우리 팀에 지원해준 것이 고마웠다. 대화는 잘 통했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에 그렇게 어려울 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디자인 1명, 백엔드 1명, 프론트엔드 1명. 완벽한 팀 구성이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와 현주는 말이 많은 편이었는데, 동규는 과묵한 타입이었다. 디자인을 주면 묵묵히 화면을 만들었고 특별한 동작이 필요할 땐 말로 설명하면 일단 '해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텍스트를 작성하면 다른 박스에도 동시에 작성되게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음... 잘 모르겠는데, 한 번 해볼게."
해보겠다고 말한 뒤에 동규는 혼자서 잠시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서 10번 중 8번은 '된다'는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 정말 믿음직한 팀원이었다.
현주는 함께 하겠다고 손을 내밀어줘서 내가 서비스를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준 친구였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팀원이지만, 같이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내가 서비스에 대해서 고민을 할 때 이야기를 꺼내면 항상 같이 고민해주는 좋은 팀원이었다. 나는 팀원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평일에는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기도 했고, 동규는 다른 학교였기 때문에 우리는 주말마다 강남의 한적한 카페를 찾아서 모였다. 보통은 점심먹고 1시부터 저녁먹기 전까지, 어떤 날엔 저녁을 먹고서 또다시 카페로 돌아와서 작업을 계속했다. 우리가 작업을 시작한 건 4월이었는데 개발 동아리에서 하는 해커톤은 8월이었다. 해커톤 전까지 서비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시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는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서비스에 필수적인 기능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MVP¹를 정의했고, 이것만은 해커톤 전까지 완성하는 걸 목표로 했다.
한 주 한 주 빠르게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용어설명 1) MVP: 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최소한의 핵심 기능을 구현한 제품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