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전공하긴 했지만, 우리 학과는 제품을 주로 디자인하는 학과였기 때문에 UX디자인은 완전히 다른 분야였다. 어설프게 화면을 구성하긴 했지만 이게 맞는건지 항상 혼자 고민했다. 그런데 업계에서 이름난 UX디자이너분께 디자인을 배우고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라니! 이건 절대 놓칠 수 없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지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합격자 발표가 났다. 운이 좋게도 이번에도 합격했다. 지원서에 담은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칼퇴근을 해야해서 일하고 있는 회사에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출근시간이 9시반이었기 때문에 강의에 늦지 않으려면 퇴근시간 조율이 필요했다.
"제가 다음주부터 매주 화요일에 디자인 강의를 들으러 가야하는데, 시간을 맞춰서 가려면 6시에 사무실을 나가야 수업에 늦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9시에 출근할테니 6시에 퇴근해도 괜찮을까요?"
대표님은 열심히 산다며 쿨하게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서 사무실 비밀번호를 나에게 알려주셨다. 매주 화요일에는 내가 가장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열게 되었다.
디자인 클래스는 10월 첫째주부터 9주간 진행되고 12월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만든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일정이었다. 수업에서는 UX의 기초적인 개념부터 프로토타입을 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막바지에는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가져가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있어서 이 시간에 나도 무한 수정을 반복해서 서비스의 UX를 보완할 수 있었다.
빠르게 9주가 흘러 12월이 되어 마지막 수업일에 서비스 발표를 마치고, 여러 선배 디자이너분들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된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이 피드백을 듣고 더욱더 이 서비스가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얼른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다. 이제 수정된 디자인을 코드에 반영하고 서비스를 배포하는 단계만 남아있었다. 나는 시간을 의미없이 쓰고 싶지 않아서 현주와 동규가 개발에 반영하는 동안 서비스를 만들면서 들어가는 돈을 충당할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했다. 큰 금액은 기대하지 않았고 소소하게 몇십만원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단히 성공적이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126%라는 달성률으로 마무리되었다. 펀딩 리워드를 제작하고 열심히 포장해서 배송까지 완료했다.
디자인을 개발에 반영을 하면서 어느새 해가 넘어갔다. 작년 4월에 시작된 우리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시작한지 어느새 10개월을 넘겼다. 나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디자인을 수정하겠다며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3달정도를 내가 썼기 때문에 나도 할 말은 없었다. 다만 걱정은 크라우드 펀딩을 하면서 리워드 중 하나로 우리 서비스를 클로즈드 베타(closed beta)로 써볼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겠다고 적어뒀는데, 이걸 빠른 시일 내에 보내주지 못하면 큰일이었다. 나는 또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고 이걸 해결해야했다.
(앗 잠시, 독자 여러분 잊지 말아주세요. 주인공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