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대부분의 동화들은 그렇게 끝난다. 서비스를 배포만 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서비스를 운영하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다. 내가 안일하게 생각한 것일지는 몰라도, 서비스를 만들고 런치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고비들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비스가 런치되기만 하면 행복한 결말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는 행복하게 서비스를 런치하자마자 한 명의 팀원을 떠나보냈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셋일 때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그랬으니까 오히려 잘된거야. 둘이 잘 해보지 뭐.'
서비스 런치 후 얼마 뒤에 디자인 클래스를 들었던 선생님께서 간단한 인터뷰와 함께 서비스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디자인이 유려한 서비스가 아닌데도 소개해주신다는게 너무 감사해서 메일에 바로 답장을 드렸고 그 다음날 페이지에 우리 서비스가 소개되었고, 페이스북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유입됐다.
이후에도 여러 디자인 커뮤니티와 개발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방문자 수가 엄청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고기록을 세웠던 날엔 하루만에 1756명이 방문한 것을 보고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이제 우리 서비스는 꽃길 걸을 일만 남은 것 같다는 착각까지 하게 되었다.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한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현주와 둘이 회의를 하기로 날을 잡았다. 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현주를 만나기 전에 해야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서비스 업데이트를 하던 중에 갑자기 서비스가 다운되었다. 서버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에 어디서 뭘 잘못 건드려서 이게 다운이 된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백엔드 개발자인 현주가 필요하지만 일하고 있는 중이라 올 수 없었고 나는 이리저리 다시 복구를 해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 같았다.
현주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공유했고 빨리 복구를 하기 위해서 현주가 일하는 가게 근처의 카페에 가있기로 했다. 현주는 일이 끝나자마자 카페로 와선 물었다.
"뭐야? 왜 갑자기 서비스 다운된거야?"
"내가 뭘 잘못 건드린 것 같아. 진짜 미안해.."
"아냐 어쩔 수 없지 뭐. 빨리 해결해볼게."
카페에서 한참을 복구를 위해서 계속 작업을 했지만 서비스는 쉽게 복구가 되지 않았다. 서비스 배포도 쉽지 않았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배포를 도와줬던 준오를 포함해 여러 개발자들과 이야기해보았지만 해결이 어려웠다. 카페는 마감시간이 되어 나와야했고 현주는 나와 같이 내 자취방으로 이동해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새벽 4시가 되도록 서비스는 복구되지 않았고 현주는 다음날도 일해야했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자러 갔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건지도 모르겠고 절망감만 맴돌았다.
'다 잘되어가고 있었는데. 내가 일을 다 망쳤어.'
자취방에 혼자 남아 계속 눈물만 흘리다가 서비스를 살려주기만 한다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돈을 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멋쟁이호랑이처럼 학교 대표 단체카톡방을 열어 도움을 요청했다. 새벽 5시였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아무도 답장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밤을 꼬박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