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비둘기야 밥먹자~ 비둘기, 그리고 AI 알99리즘 999

"비둘기 대가리"를 욕으로 쓸 수 없는 이유.

2023.07.28 | 조회 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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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레터 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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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이번 글에는 비둘기 사진이 두 번 나옵니다. 비둘기를 무서워 하신다면 마음의 준비를!

“구독자님?” “아… 네.” “저번에 검사하신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제가 제 동료들과 함께 살펴본 바에 의하면 다행히 음성으로 보입니다. 큰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근데 왜 표정이 안 좋으시죠? 조금 못 미더우신가?” “아 그게 아니라요-” “아 이래봬도 정확도면에서는 믿어주셔도 됩니다. 나름 99%의 정확도를 자랑하거든요. 아직도 표정이 벙 찐 표정이시네. 혹시 무슨 질문 있으신가요?” “아니 저기 그게 아니라… 선생님은 혹시… 비둘기가 아니신가요?”
<i>(이미지 출처: Dall-E 생성 이미지)</i>
(이미지 출처: Dall-E 생성 이미지)

구구- 음성입니다

구독자님은 비둘기를 좋아하시나요?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갑자기 웬 비둘기 의사 얘기가 나와서 깜짝 놀라셨다고요? 오늘 스몰레터의 주인공은 비둘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암 진단을 할 줄 아는 비둘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때는 2015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와 아이오와 주립 대학교의 연구진들은 머리를 모아 유방암 조직 검사 결과를 더 정확하고 빠르고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당시에만 해도 컴퓨터 분석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 비둘기를 떠올리게 되죠. 상대적으로 훈련하기 쉽고, 시력이 좋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빛의 3원색을 볼 수 있는 3가지 색 수용체가 있지만, 비둘기는 5개의 색 수용체가 있다고 해요.) 

<i>실험에 참여하는 구구찡<br>(이미지 출처: Scientific American)</i>
실험에 참여하는 구구찡
(이미지 출처: Scientific American)

연구진들은 16마리의 비둘기를 외부 요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어두운 케이지에 넣고, 여러가지 조직검사 세포 사진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비둘기들을 훈련시킵니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조직검사 사진이 양성인지 음성인지 정확히 맞추어 내면 먹이를 주어 보상해 주었죠. 처음에는 랜덤으로 양성과 음성을 선택하던 비둘기들은 사진에서 어떤 경향성을 찾아내면 먹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하게 됩니다. 2주간의 학습을 거치자 이들 비둘기들은 85~90%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집단지성으로 3마리씩 팀을 지어 다수결로 결과를 내면 정확도는 99%까지 올라갔다고 하네요.

Q. 페이스 아이디와 비둘기의 공통점은?

사실 비둘기들이 조직검사 결과를 학습하는 과정은 머신러닝, 그 중에서도 뉴럴 네트워크라는 머신러닝 방식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뉴럴 네트워크라는 게 애초에 사람 뇌의 작동방식, 뇌 속의 뉴런들의 상호작용을 본따 만들어진 방식이거든요. 비둘기의 뇌도 크게 다르지 않죠. 비록 이름은 생소할 지 몰라도 뉴럴 네트워크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애플의 페이스아이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의 광고 알고리즘, 자율주행 자동차의 이미지 프로세싱 프로그램까지 전부 뉴럴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i>학부시절_PTSD_오는_그래프.jpg<br>(이미지 출처: 토론토대학교)</i>
학부시절_PTSD_오는_그래프.jpg
(이미지 출처: 토론토대학교)

뉴럴 네트워크를 검색하면 주로 이렇게 생긴 어질어질한 그래프를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짜증나게 생겼지만 그리 어려운 녀석은 아닙니다. 아주 빠르게 설명을 하자면 인풋 레이어, 그러니까 첫번째 입력 레이어로 신호가 들어오면 각각의 동그라미 (인공 뉴런이라고 부릅니다) 가 이 신호를 어떤 함수에 통과시킵니다. 예를 들어 손글씨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이다, 하면 첫번째 레이어에서 하얀건 종이요 검정은 글씨다- 이미지의 어떤 부분이 하얀지 검은지 부터 확인하는 겁니다. 함수를 통과한 결과값이 어느 기준치 이상이면 이 인공 뉴런은 자신과 연결된 다음 레이어의 뉴런들에게 이 정보를 전달합니다. 그 이하면 이 정보는 전달되지 않고요. 이 부분은 검정색이니 글씨부분이다 하면 그 뉴런과 손잡은 다른 뉴런 친구들이 이 이미지의 이 부분은 글씨다 라는 인풋을 받게되죠. 이 뉴런들이 연결 연결 되면서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신호들은 점점 줄어들고 살아남는 신호들은 어느 결과값을 가르키게 됩니다. 앞서 예를 마저 들면 하얀 종이 위에 꼬불꼬불하게 쓰였던 글씨가 3이라는 숫자를 결과값으로 내게 되는 겁니다.

<i>에라이 설명이 길어졌다. 모르겠다. 참 쉽죠?</i>
에라이 설명이 길어졌다. 모르겠다. 참 쉽죠?

네, 뉴럴 네트워크 이야기를 제대로 풀자면 또다른 레터 한편… 이 뭔가요 논문 하나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뉴럴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설명해놓고!) 중요한 건 이 알고리즘 속에 “동그라미 두개가 있으면 그 숫자는 8이야" 내지는 “이러이러한 패턴이 있으면 이 세포는 양성 종양이야" 처럼 알고리즘에게 직접적으로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비둘기 연구진들이 비둘기를 붙잡고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의 차이점을 가르치지 않은 것 처럼요.

그러면 어떻게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냐, 비둘기를 훈련시키는 것 처럼 알고리즘에게 많은 훈련 데이터를 먹입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 도출한 결과값에 대해 우리가 의도한 바와 얼마나 유사한지 점수를 매겨서 다시 입력합니다. 비둘기에게 보상으로 먹이를 주는 과정과 비슷한 과정이죠. 이런 과정을 거쳐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시키는 겁니다. 

가끔 머신러닝을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걸 본다면 이런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우리는 입력값을 알고 출력값도 알지만 중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죠. 그래서 최근에는 “설명 가능한 AI”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영상의학과 구 선생님의 미래는?

다시 비둘기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머신러닝 저리가라할 만한 학습 능력을 지닌 비둘기 선생님들이지만 서문처럼 비둘 선생님이 조직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상황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들이 아직까지 비둘 선생님들이 의사선생님들을 대체할 수 있으려면 조직검사 이외의 다양한 이미지들도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도 물론 있고요. 그렇지만 이 연구에는 여러 재미난 시사점이 있습니다. 지난 2월,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진들은 비둘기와 AI와 비슷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내용의 후속 연구를 발표했는데요, 논문의 1저자인 Wasserman이 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은 AI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써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쉽게 감탄합니다. 그렇지만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유사한 인간과 동물들의 연관학습 (associative learning)에 대해서는 반복적이고 단순하다고 쉽게 무시해버리죠.

오랜 시간 비둘기를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의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동시에 AI가 내린 결정은 왠지 동물이 내린 결정보다 더 정확할 거라고 생각해 왔던게 어딘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죠. 

아예 반대로 비둘기 연구를 들어 AI 알고리즘이 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의학 윤리학자의 논문도 있습니다. AI가 내는 의학적 진단들을 맹목적으로 믿을 게 아니라, 이를 비둘기가 내린 진단과 비슷한 선에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AI 보기를 비둘기 보듯 해라…)


비둘기에서 시작해서 AI의 학습 방식, 그리고 AI를 잘 쓰는 방법까지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구독자님은 비둘기들이 내리는 진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편에서 비둘기 연구자들이 한 이야기가 제일 맘에 남습니다. 동물들의 연관학습을 AI의 학습보다 하등한 걸로 여기지 말라는 말, 사실상 우리 비둘기들 최고! 우리 애들 멋진 것도 좀 알아달라! 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어떤 대상을 오랫동안 쳐다보면, 대상에 대해서 아는 게 많아지면 그런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오늘 퇴근길에 비둘기를 본다면 짜식, 너 생각보다 멋진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실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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