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왜 자꾸 얼어있는 동물들을 깨우려 할까

4만 6천여년 동안 꿀잠자던 벌레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2023.08.04 | 조회 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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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동토에 묻혀 있던 석기시대 벌레가 4만6천년 만에 깨어났다.
27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 벌레는 지난 2018년 시베리아 콜리마강 인근 화석화한 다람쥐 굴과 빙하 퇴적층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분석 결과 이 생물은 마지막 빙하기에 휴면(동면)에 들어간 선충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선충은 휴면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발휘하는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석기시대 벌레, 4만6천년 만에 깨어나..."되살아난 즉시 번식"] 2023년 7월 30일자 YTN 뉴스
<i>그만 살아나란말야...!</i>
그만 살아나란말야...!

과학 관련 뉴스들을 간혹 챙겨 보신다면 이런 내용의 뉴스들, 심심찮게 보셨을 겁니다. 극한의 조건에서 몇 천년, 몇 만년동안 존재 해온 동물 등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복원하고 되살리는 이야기들을요. 이 친구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놀랍지만 왠지… 스멀스멀 생각나는 영화 하나가 있죠.

<i>웰컴 투더 쥬라씩 월드~ <br>(이미지 출처: variety.com)</i>
웰컴 투더 쥬라씩 월드~ 
(이미지 출처: variety.com)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왜 자꾸 가만히 잠자고 있는 동물들을 깨우는거야? 쥬라기 공원을 보고 느낀 게 없어?

😴 꿀잠의 비결을 찾아서

동면에 빠진 생명체들을 다시 깨워내는 건 분명 리스크가 따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1997년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여성의 미라에서 1918년에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 일부가 발견되기도 했고요, 2016년에는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의 표면이 녹으면서 탄저균이 노출되어 2000여 마리의 순록이 탄저병으로 대량 폐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면 연구로 얻는 정보는 생명과학의 오랜 궁금증들을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i>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선충<br>(이미지 출처: 뉴욕 타임즈)</i>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선충
(이미지 출처: 뉴욕 타임즈)

이렇게 극한의 외부 상황에서 휴면 상태에 빠지는 걸 크립토바이오시스 Cryptobiosis라고 부르는데요, 앞서 이야기한 4만 6천년만에 깨어난 선충의 케이스는 바이러스나 단세포 동물 뿐만 아니라 훨씬 복잡한 구조의 다세포 동물도 크립토바이오시스 같은 휴면상태가 가능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죠. 과학자들은 어떤 조건에서 이런 휴면이 일어나는지,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체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연구를 지금 당장 인간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연구에 참여한 Teymuras Kurzchalia 박사는 이런 연구의 미래 활용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반도체도 DNA의 이중나선구조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몇십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는 게 드러났죠. 

🐘 맘모스의 화려한 컴백

그에 반해 아예 멸종된 동물들을 되살리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시 쥬라기 공원이 생각나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부분이죠. 다행인 점은 공룡은 아니라는 겁니다.

<i>태즈매니안 호랑이, 도도새, 매머드</i>
태즈매니안 호랑이, 도도새, 매머드

2021년에 설립된 회사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동물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매머드, 도도새, 태즈매니안 호랑이를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매머드는 약 1만 1천여년 전, 도도새는 17세기, 태즈매니안 호랑이는 1936년, 모두 비교적 최근에 멸종한 동물들입니다. 물론 멸종해버린 동물을 100% 복원할 수는 없지만 표본이나 화석 등에서 발견된 DNA를 이용해서 그와 최대한 유사한 동물을 복원하고 번식시키는게 이들의 목표라고 합니다.

왜 굳이 이런 일을 하냐고요? 연구진들은 종 다양성을 그 이유로 듭니다. 이미 지구에서,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에서 번성했던 과거의 종을 복원함으로서 인간들에 의해 빠르게 파괴 되고 있는 종 다양성을 지키고 종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이들이 복원하기로 한 매머드, 도도새, 태즈매니안 호랑이 모두 인간의 개입으로 멸종된 종이라는 점 역시 상징적이죠. 물론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것보다 현존하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이 동물들을 단순히 유전적으로 되돌린다고 해서 이들이 행동학적으로 비슷하게 자연환경에 적응하리라는 보장도 없고요.


저는 지금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김수영님 버전의 노래 조율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편의 제목을 지으면서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하는 가사가 맘속에서 계속 맴돌았거든요. 앞서 인용한 Kurzchalia 박사 (죄송해요 박사님, 아무리 생각해도 성함의 한글 표기법을 모르겠어요 🥲) 의 말처럼, 과학은 오늘의 발견이 미래에 어떤 기술로 이어질 지 예측하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의 발견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 지 현재와 미래의 빈칸을 채우는 건 때로 과학적인 사고가 아니라 상상력과 이야기의 몫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소재는 아무래도 쥬라기 공원의 공이 큰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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