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종이에도 과학이 있다?

구겨진 종이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그걸 연구해야하는 대학원생들이 있으니까...

2024.08.26 | 조회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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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레터 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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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아무 생각 없이 종이를 구겨본 적이 있나요?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문득 쟁반 위에 구겨진 빨대 포장지며 휴지조각을 보며 "뭐여 이거 언제 이렇게 됐어?" 하면서 깔깔 웃어본 적은요? 너무 구체적이라고요? 이게 다 과학을 위해서랍니다(?)

일상 속에서 무심결에 구긴 종이, 그 안에서 과학을 찾아내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이번주 스몰레터 주제는 구겨짐의 과학입니다. 

🤷‍♀️ 구겨진다는 게 뭔데?

나다운 거? 나다운게 뭔데? 하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원래 가장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구겨지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선 우선 구겨진다는 현상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부터 시작해야하죠. 구겨진다는 현상의 과학적인 정의는 얇은 판형의 물체가 작은 공간에 들어가도록 힘을 받아 변형되는 과정을 의미하죠. 당연한 말이지만 구겨짐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는 우리가 종이 등을 구길 때를 생각해볼 수 있겠죠. 지진이 일어나 땅의 모양이 변형되는 것 역시 구겨짐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그냥" 일어나는 일들은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자연스레 구겨지는 현상에서 규칙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합니다. 

🧮 규칙을 찾습니다

구겨짐을 연구한 첫번째 연구자들은 구겨지면서 생기는 주름의 길이에 주목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자 라이크로프트와 안드레예비치는 2018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원통형의 얇은 플라스틱을 위 아래로 압축해서 구기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위의 실험을 시뮬레이션한 영상입니다.

그리곤 한번 구겼을 때, 두번 구겼을 때, 그 이상 구겼을 때 생기는 주름의 길이를 측정하죠. 그랬더니 주름의 길이가 로그함수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마침 제가 로그함수에 대해서 기똥차게 설명한 글을 하나 알고 있는데요. 😉⤵️)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죠. 처음 종이를 구겼을 때에는 주름이 확 많이 생길테고요, 그 이후에 구겨질 때에는 이미 난 주름결대로 구겨지기도 하니 주름이 적게 생기겠죠. 이 연구는 구겨지는 현상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 했지만 구겨짐 현상에서 수학적 구조를 가진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구겨짐 현상을 실험적으로 재현할 방법을 제안했죠. 

동일한 연구소의 연구진들은 2021년에 비슷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구겨짐으로 인해서 생기는 주름의 길이 대신 구겨짐으로 인해서 생기는 다양한 도형들 - 논문에선 이를 facet 이라고 칭합니다 - 에 집중합니다. 플라스틱 판을 한번, 두번, 세번, 여러번 구겼을 때 주름으로 인해서 생기는 작은 도형들의 평균 면적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판의 전체 면적은 정해져있지만 주름으로 인해 생기는 도형들은 점점 작아진다고 예상해볼 수 있겠죠. 여기서 한가지 난관에 봉착합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로는 주름들이 정확히 인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연구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요바나 안드레예비치는 말 그대로 소매를 걷어붙히고 나섭니다. 수많은 작은 도형들을 손으로 직접(!) 트레이싱하기 시작한 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노가다 작업이죠.

안드레예비치가 직접 트레이싱한 도형들입니다. 왼쪽 상단의 그림부터 오른쪽 하단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점점 구겨진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br> (출처: 하버드 매거진)
안드레예비치가 직접 트레이싱한 도형들입니다. 왼쪽 상단의 그림부터 오른쪽 하단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점점 구겨진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처: 하버드 매거진)

보기만 해도 눈이 빠질 것 같은 이 과정을 통해서 연구진들은 facet 관련 데이터 수집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평균 단위 면적의 그래프가 어떤 규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선행 연구중에 Fragmentation theory라는 이론이 있었는데요, 이는 큰 돌이 조약돌이 되듯 큰 형태가 어떤 규칙으로 쪼개어지는지에 대한 이론이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수학적 이론을 대입하자 데이터가 맞아떨어졌던 거죠. 안드레예비치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어떤 면적이 구겨지는 과정은 어느 물체가 쪼개어지는 과정과 같은 규칙을 지니고 있다 라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 좋아, 그런데 이걸 어디다 쓰죠?

물체가 구겨지는 현상은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한 현상이죠. 하지만 이를 어디다 적용시킬 수 있지? 하는 의문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구자들은 난기류에 부딪히는 비행기 날개, 정면 충돌로 파손된 자동차 등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파손의 형태들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예상하는 데 이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거야 원래 그렇지" 싶은 일들에서 규칙과 원인을 찾아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 이번 주 스몰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저는 손수 트레이싱을 해서 데이터를 모았다는 대목에서 이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잊혀지질 않더라고요. 역시 큰 일을 하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나봐요. 그럼 저는 2주 뒤에 또 재미난 과학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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