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물박사 김민지입니다. 대부분의 편지처럼 안부를 묻고 신원을 밝힙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 쓰기에서 클리셰란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상에서 클리셰는 좋은 버릇이 되어주기에. 이 뉴스레터가 여러분과 저의 일상의 한 축이 되어주길 바라는 뜻에서 첫 레터의 서두는 편지의 국룰을 지켜서 써보았습니다.
메일링 서비스를 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제가 생산적인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작년 이맘때의 저는 죽을 맛을 넘어 저 스스로 죽음의 재료가 되길 바랐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로부터 일 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 이렇게 새롭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지금도 마음이 재건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약속하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이 메일을 읽고 계신 시점부터 여러분의 삶에 파고든 기쁨과 슬픔에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 없겠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의 생활에 파고든 무기력에 이상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렇게 약속하고 한동안 헤맬 수 있습니다. 조금은 기다려주실 거라고 믿어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 너무 큰 난국을 견디고 있으니까요. 그 안에 이 정도 기다림 하나 포개 넣는다고 시간이 무너지지 않을 테니.
저는 평소에 전전긍긍하는 순간이 많은데 이상하게 큰일 앞에서는 초연해지더라고요. 그런 현상에 발휘되는 제 자신의 능력에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어요. 아 이건 '초탈의 긍정'이다.
저의 큰 능력이 앞서 말한 초탈의 긍정이라면, 그 비슷한 힘을 외부에서 받을 때도 있어요. 저는 그것을 '이상한 활력'이라고 불러요. 왜 이상하냐고 물으신다면, 활력이라는 것도 당연히 오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인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초탈의 긍정을 바탕으로 이상한 활력을 불어넣을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당분간 두 가지 콘텐츠로 굴러갑니다.
1. 만물과의 인터뷰
2. 만물박사의 잡문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추신, 점심에 찍은 카모마일 사진과 꽃말을 같이 보내요. 언젠가 비슷하지만 다른 꽃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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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끄리
만물박사 김민지님! '생활에 파고든 무기력에 이상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약속'이라고 하시니 벌써 설렙니다. 제 과민성 대장에 도움이 되는 텍스트 기다리겠습니다. 꺄르~
만물박사 김민지 (424)
저야말로 설레는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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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와! 이상한 활력이라니! 벌써부터 장이 까르르 웃네요. 사람이 아닌 대상의 인터뷰도 잡문도 기대됩니다. 꾸준히 지속되길 바라며! :)
만물박사 김민지 (424)
장이 까르르 웃어서 좋습니다. 방금 잡문으로 문을 열었어요. 꾸준히 지속할게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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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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