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노트>
제가 PR 담당자 초년병이었던 시절, 기자가 참 미웠습니다. 저는 을, 기자는 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갑을 관계로 일하는 게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PR 담당자와 기자가 갑을관계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아마 7년 차 무렵이었을 겁니다. 곽아람 기자님이 쓴 <쓰는 직업>을 읽고 난 뒤부터였죠. 기자도 우리처럼 자주 거절당한다고. 데스크에선 “얘기 안 된다”고 거절당하고, 취재원은 연락을 안 받거나 잠적하는 일도 잦다고. 기자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걸 깨닫고 묘한 동지애를 넘어 인류애까지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잘 알고 있어요. PR 담당자와 기자는 둘 다 좋은 이야기를 찾아 헤매지만 서로 니즈가 맞지 않아 엇갈릴 뿐이라는 걸요.
문득 기자의 삶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서로 더 좋은 ‘케미’로 일하고 싶어서요. 배려하며 일하고 싶어서요. 일도 남지만 좋은 관계로 더 오랫동안 남고 싶었어요. 언론 홍보 10년 차가 된 지금, 늦게나마 기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기자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1. 자기소개 해주세요.
3대 매체라 불리는 신문사 1곳의 기자예요. 사회부, 산업부 등을 거쳤고, 이제 5-10년 차 되었어요.
2. 기자님의 9-6가 궁금합니다. 하루 종일 어떤 걸 하세요?
오전 - 타 일간지를 읽고, 발제합니다. 일찍 취재하러 나갈 때도 있고요.
정오 - 점심 미팅
오후 - 주로 취재를 해요. 간담회나 기자회견에 참석할 때도 있고요. 그리고 기사 마감, 출입처 관련 온라인 단독 기사 확인, 가판 확인 등 오후엔 챙겨야 할 일이 많아요.
3. 특별히 바쁜 요일, 시간대가 있다면요?
바쁜 요일을 특정하긴 어려워요. 이슈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까요. 이건 어느 출입처든 마찬가지일 거예요. 다만 저희는 토요일 자 신문을 발행해서 대개 금요일에 여유로운 편이에요. 토요일 자 지면 분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굳이 바쁜 요일을 꼽자면 월요일이에요. 주말 사이에 발생한 기삿거리를 챙기고, 출입처 관련 기사도 모니터링해야 하니까요. 마음이 조금 바빠지죠.
바쁜 시간대를 꼽아 보자면 출근 ~ 오전 10시 (발제 때문) 그리고 오후 3~5시 (기사 마감 + 필요시 취재 보완 때문)일 거예요.
참, 일간지 기자는 금요일에 연락을 안 받기도 하는데요. (이미 많은 PR 담당자님이 아실 테지만) 일간지 기자는 일요일에 출근해야 하므로 1년의 절반가량은 금요일에 휴무할 때가 많아요. 보상 휴가 개념으로요. 금요일에 일간지 기자가 전화를 안 받았다면 그런 이유였을 거예요. 문자, 카톡으로 용건을 남겨 주시면 좋아요 🙂
4. 하루 평균 몇 개쯤 보도자료를 받는지 궁금해요.
세본 적은 없지만 수십 개 정도 될 거예요. 그래서 보도자료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고, 제목만 보고 현재 출입처 보도자료 중심으로 클릭해 읽고 있어요.
5. 일주일 평균 몇 개쯤 기사를 쓰시나요?
4장 미만 자잘한 기사는 하루에 두어 개씩 쓰고, 8장 이상의 면톱 기사는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 써요. 중요한 사건·사고가 생기면 더 많이 쓸 때도 있고요. 많이들 “기사 할당량이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정해진 건 없습니다.
6. 취재 대상(기업)을 고르는 기준도 있을 텐데요. 투자 규모? VC 추천? 타 매체 최근 기사? 등도 취재 대상 선정에 영향을 미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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