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스페이스X의 경쟁자로 급부상? 뉴질랜드의 "로켓 랩"

2021.06.09 | 조회 6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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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개발의 전성기입니다. 냉전기에는 미국과 소련 정도만이 추진할 수 있었던 야심찬 우주개발 사업에 이제 민간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으니까요. 지금 가장 주목받는 민간 우주개발 기업은 역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일 텐데요, 얼마 전에는 스페이스X의 행성 간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의 10번째 프로토타입(SN10)이 비행을 마치고 지상에 착륙하는 데까지 성공했지요. 아쉽게도 착륙 당시의 충격 때문에 착륙하고 10분쯤 뒤에 폭발했습니다만, 정말로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날이 조금씩 가까워져 오는 것 같아 설레는 소식이었습니다.

흔히 민간 우주개발 분야의 양강으로 스페이스X와 함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후원하는 블루 오리진을 꼽습니다. 하지만 블루 오리진은 초기에 몇 건의 성과를 올렸던 이후로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아직 지구 궤도권에 진입한 로켓도 없으니까요. 블루 오리진이 주춤한 틈을 타서, 민간 우주개발 분야에 신흥 강자가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창립되어 지금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기업 "로켓 랩(Rocket Lab)"입니다.

로켓 랩은 2006년 뉴질랜드의 엔지니어 피터 벡(Peter Beck)에 의해 창립됐습니다. 2009년에는 '남반구 기업 최초로' 관측 로켓을 우주에 발사했는데요, 직후인 2010년에는 미국항공우주국 NASA와 저비용 로켓 연구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때부터 NASA의 본격적인 인력/장비 지원을 받아서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아예 미국 캘리포니아로 본사를 이전합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소형 인공위성 발사에 쓰이는 로켓, '일렉트론(Electron)'을 처음으로 발사합니다.

로켓 랩은 인공위성 발사 대행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렉트론 로켓은 2016년에 개발을 시작한 이래 4년 동안 무려 18차례의 발사를 거쳤고 실패한 발사는 고작 2건 뿐입니다. 위의 유튜브 영상은 2019년 연말에 업로드된 일렉트론 10회 발사 기념 영상이네요. 2018년에는 겨우 세 번째 로켓 발사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위탁받아서 매출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요, 지금까지 100개 가까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수많은 인공위성을 묶어서 단일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하는 메가위성군집(satellite mega-constellation)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라 시장에서의 포지션도 좋아 보이고요.

일렉트론 로켓만 보면 로켓 랩과 스페이스X의 사업 영역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일렉트론은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로켓이고, 스페이스X는 로켓에 사람을 실어서 달, 화성, 그리고 심우주로 날려 보내는 거니까요. 일렉트론에 실을 수 있는 최대 중량은 약 300kg에 불과한 대신 1회 발사 비용이 750만 달러로 비교적 적은 편인 반면, 스페이스X의 팔콘 로켓은 최대 23,000kg을 실을 수 있고 한 번 발사하는 데 5,000만 달러 정도가 듭니다. 로켓 랩의 기업 소개 페이지를 보아도 로켓 랩의 사명은 "지구에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보내는 것"이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 3월 1일, 로켓 랩의 차세대 로켓 '뉴트론(Neutron)'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변했습니다. 뉴트론 로켓은 2024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대형 로켓입니다. 지구 저궤도로는 최대 8,000kg까지 쏘아 올릴 수 있고, 일렉트론 로켓과 달리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뉴트론 로켓의 스펙 설명 페이지에서는 금성/화성까지 1,500kg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고도 기재되어 있고, "행성 간 미션(interplanetary mission)", 유인 우주비행(human spaceflight)"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명백하게 스페이스X에서 목표하는 행성 간 유인 우주비행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이지요.

뉴트론 로켓의 단기 목적이 유인우주비행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뉴트론 로켓의 첫 번째 목표는 "신뢰성 높고 저렴한 군집위성 배치(reliable and cost-effective launch services for constellation deployment)"라고 되어 있습니다. 로켓 랩의 주된 사업 영역이 인공위성 발사 대행업이었으니 아마 기존에 잘 하던 이 분야를 더 강화하고 싶을 테지요. 유인우주비행이나 행성 간 비행도 할 수 있다는 선언은,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자사 기술력을 홍보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립서비스일지도 모르죠. 더군다나 유인우주비행은 실수했을 때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발사에 실패하면 그냥 로켓이 폭발하고 끝나는 무인 비행에 비해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훨씬 높습니다. 아직은 로켓 랩과 스페이스X의 기술 격차가 상당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스페이스X의 독점 상태였던 유인우주미션 분야에 새로운 경쟁자가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반갑습니다. 어느 분야든 건전한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빨라질 테니까요. 더군다나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보잉처럼 거대자본을 끼고 있는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던 민간우주개발 사업에 작은 기업들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소식이라 더 듣기 좋습니다. 뉴트론 로켓을 공개한 3월 1일, 로켓 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인 벡터 애퀴지션(Vector Acquisition Corp, VACQ)과 합병해서 우회적으로 상장한다는 뉴스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제 대규모 자본도 끌어낼 수 있으니 바라건대 뉴트론 로켓의 개발이 승승장구해서 예정대로 2024년에 발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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