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콘텐츠를 시작하기 전에, 인정욕구 자체는 잘못이 없으며,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외재적 동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외부의 인정이나, 동료, 상사의 칭찬, 팀원들의 지지는 더 열심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언제 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는 1997년 개봉한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인정욕구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거의 처음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강박적이고 냉소적인 주인공 멜빈이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라고 말하는 장면은 외재적 동기(인정욕구)가 내재적 동기(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지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었죠.
삐뚤어진 인정욕구의 시작점.
하지만 때로 조직 내 만연한, 그리고 조금은 삐뚤어진 인정욕구는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개인의 성장도)
삐뚤어진 인정욕구는 기본적으로 내가 인정받고자 하는 대상이 바라보는 방향(인정하는 말이나 행동)이 조직이 성장하기 위한 방향과 다른 경우에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개인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가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조직 내에서의 인정욕구는 성과에 대한 좋은 평가와 보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야 지속적인 외재적 동기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즉, 나에 대한 누군가의 인정이, 조직의 인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누군가가 실질적인 성과(목표 달성, 가치와 이익 창출 등)는 없지만, 평가자가 인정하는 말과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조직차원에서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게 된다면 그 누군가의 인정욕구의 방향은 조금씩 삐뚤어지기 시작할 거예요. 일반적으로 내 주변의 특정 개인을 만족시키는 것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보다는 쉬울 테니까요.
하지만 누구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 자연스럽죠. 또한, 개인이 어려운 방법보다는 쉬운 방법,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따라서 구성원이 가지는 인정욕구가 삐뚤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시스템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좋은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욕구를 법과 도덕이 제어해 주는 것처럼요.
시작점을 고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우리의 선택은,
아주 적절한 예시일지는 모르겠지만(그리고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 언론에서 계속해서 다뤄지고 있는 상법 개정 이슈는 이러한 시작점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요. 상법 개정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디스카운트)는 펀더멘탈이나 실적에 있기보다는, 오너나 대주주, 경영진의 욕구를 제어하거나 그 욕구가 전체 주주의 이득을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와 시스템의 부재에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거든요.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의 이슈는 여론과 선거라는 간접적인 도구를 통해, 그리고 보장되는 자유와 권한에 따라 간접적으로나마 의견을 내 변화를 만들어 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조금은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작고 우리의 삶과 더 가까운 조직의 구조와 시스템은 우리 대부분이 손댈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 같아요.
이렇듯, 시작점을 고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 가지 선택지 앞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돼요.
-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 적극적으로 순응할 것인가?
- 조용히 살아갈 것인가?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한 사람은 매우 희소한 외재적 동기를 바탕으로 힘들고 어려운 도전을 해나가겠지만, 끊임없이 내재적 동기를 쥐어짜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번아웃에 빠지게 될 수 있어요.
적극적으로 순응한 사람은 지금은 괜찮을 수 있지만, 항상 본인의 대체재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불안함을 느끼게 되며 본인의 선택이 항상 본인 외부의 기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무너질 수 있어요.
조용히 살아가기를 선택한 사람은 전형적인 현상 유지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고, 그에 따라 더 낫지도, 더 나쁘지도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조용히 살아온 만큼 조용히 사라지게 될 수도 있죠.
선택지 창조의 관점을 바꿔, 제4의 길을 찾기!
아마 삐뚤어진 인정욕구가 만연한 조직에 불만을 가진 분이라면 두 번째 선택지인 순응에는 큰 관심이 없으실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첫 번째 선택지인 변화를 택하기에는 너무나 외로울 것이 예상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의심(‘어디나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을 텐데, 그렇다면 나는 부적응자인 게 아닐까?’와 같은)이 생겨날 수도 있고요. 세 번째 선택지인 침묵은 나의 커리어와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했을 때, 나의 가치를 높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마도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을 거고요.
이러한 이유로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선택지는 그 어떤 것도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리스크 중심으로 작성했기 때문이기도…)
그렇다면 지난 커리어를 갉아먹는 ‘썩은 늪지대’에서 탈출하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탈출’하는 것만이 마지막 남은 선택지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탈출을 하든 하지 않든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는 과정이 필요할 거예요. 지난 콘텐츠에서는 이를 위한 행동(해야 하는 일)에 대해 집중했었어요.
오늘 콘텐츠에서도 비슷한 맥락이지만,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시간을 조금 덜 고통스럽게, 더 나아가 의미있게 보낼 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오늘 콘텐츠도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원칙이 중심이 될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관점과 행동’이고요.
1960년 하버드대학교의 테오도어 레빗 교수는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들이 자신이 속한 산업을 지나치게 제품 중심으로 정의하는 것을 경계했어요. 겉으로 드러난 욕구(wants)가 아니라 고객의 근본적인 요구(needs)에 집중해야 함을 주장했죠.
마케팅 근시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내용은 ‘시장을 지나치게 좁게 정의’하는 행동에 대한 것이에요. 과거 미국 철도기업들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철도 사업자(기차 운행)로 정의하면서 교통(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큰 시장을 놓쳤고, 그 결과 비행기 산업에 시장을 내줬던 사례가 대표적이에요.
앞선 3개의 선택지는 모두 내가 속한 환경을 조직 내부로 바라보고 있어요. 내부의 삐뚤어진 인정욕구, 인정-평가-보상 시스템을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환경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가 속한 환경을 조금 더 넓게 보는 것(관점의 변화)을 통해 우리는 앞서 이야기한 3가지 선택지 외에 제4의 선택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가 속한 환경을 넓게 바라본다면, 현재 속한 조직에서의 역할과 관계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정의할 수 있고, 제4의 선택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제4의 길 : 역할과 관계의 목적을 진정한 성장으로 전환하기.
조직 내부의 인정-평가-보상 시스템을 내가 속한 시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철도 회사의 사례처럼 자신이 속한 시장을 좁게 바라보는 커리어 근시안(Career Myopia)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서 제4의 길은 내가 수행하는 역할과 관계 구축의 목적을 나의 진정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에요.
1. 역할 : ‘시장 기대치’와 ‘조직의 현안’의 교집합
역할 측면에서는 ‘내가 수행하는 직무와 직책에 대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현재 조직 내의 역학관계나 기대치와 전체 시장에서 기대되는 것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에요. 즉, 외부 시장의 Needs, 그리고 내부의 Wants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우리는 이 교집합을 통해 지식 혹은 기술적으로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 그리고 강조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은 과거보다는 쉬워졌지만(여러 매체의 발달로…), 여전히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방법적으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2. 관계 : ‘정보 획득의 창구’로서의 가치
이런 맥락에서 관계 측면을 정보 획득의 창구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이는 무의미한 심리적 에너지 소비를 막는 방어적 행동이기도 하죠.
수직적(상사, 팀원 등), 수평적(다른 동료) 네트워크 모두 나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는 창구가 될 수 있죠.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은 질문과 답변, 외부 네트워크 탐색과 같은 적극적인 방식일 수도 있지만, 관찰이라는 조금은 소극적인 방식이 때로는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오늘 이야기한 제4의 길은 거대한 시스템을 고친다는 원대한 목표(그리고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보다는, 그 안에서 나를 지키는 실용적인 관점과 방법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생각해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세계(환경)를 조금 더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이를 통해 역할과 관계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거고요. 결국 제4의 길은 더 나은 평가가 아닌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탐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변화가 그렇겠지만.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 과정에서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be a better man)를 원하는 시장과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근시안’이라는 주제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지난 콘텐츠인 🌟 세스 고딘이 말하는 전략적 근시안을 피하는 방법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서로 초점은 조금 다르지만, 관점을 넓히는 데에는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 오늘의 콘텐츠가 일상의 수많은 고민들 중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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