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마 우리 모두 스스로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오히려 안락함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문제는 많은데 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대충 하지 뭐.’와 같이 자조와 불만, 그리고 포기에서 오는 안락함이 공존하는 묘한 상황들 말이죠. 정말 불가항력인 경우도 당연히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돌아보면 대부분 조금은 심신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 무력함을 받아들이는 나름의 자기 보호이자 회피 반응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위에서 이야기한 행동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코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오늘은 우리가 조직에서 흔하게 처하는 곤란한 상황, 즉, 비전략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관점과 행동을 가져갈 수 있을지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비전략가가 만든 ‘썩은 늪지대’라는 장소에서 스스로 무력감에 빠져 너무 긴 시간 허우적거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콘텐츠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상황은 단지 상황일 뿐이고 그 상황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이기에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점, 그리고 결국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든 그 상황을 개선하든 이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콘텐츠를 보시며 기억해 주시길 바라요!

‘비전략가’와 ‘썩은 늪지대’에 대한 정의
직관적으로 느낌을 이해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오늘의 핵심 용어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대표가 혹은 팀장이, 때로는 옆자리 동료가 무능하고 멍청해서 힘들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오늘 사용할 비전략가라는 표현은 이와 동일하지는 않아요. 즉,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의 부족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죠. (뭐, 영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비전략가’는 ‘특정 기간 동안 일관된 관점과 행동을 유지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이는 옳고 그름,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임팩트의 크기 등과는 큰 관련이 없어요. 잘 만들어진 전략도 때론 실패할 때가 있고, 전혀 전략적이지 않은 행동도 때로는 성공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비전략가는 단순한 멍청이나 무능력자와 구분될 수 있어요. 그래도 대표, 팀장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정 영역에서는 강점(말을 엄청 잘한다거나)이 있고, 또 어떤 순간에서만큼은 통찰력이 있었고, 적어도 특정 시기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 한 사람들일 거예요. 그 공로를 누군가(고객 혹은 상사)에게 인정받아 그 자리에 있는 것일 테니까요.
비전략가를 위해 일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데에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의 궁극적인 결과가 무엇이 될까, 이를 통해 나의 미래(몇 년 후의 커리어)는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와 같은 답을 전혀 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반면, 전략가는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적인 성공(경쟁에서의 승리)를 지향하지만, 조직 내에서의 역할로 한정한다면 조직이, 조직의 구성원들이 생산성 높은(실패든 성공이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죠. 조직, 사업, 프로젝트, 팀 등 단위에 상관없이요.
이런 비전략가가 만들어 내는 ‘썩은 늪지대’는 가히 비전략가의 영역전개(필살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비전략가가 조직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늪의 범위는 넓어지게 돼요. 조직의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주력(이라고 쓰고 영향력으로 이해하기)이 커지기 때문이죠.
사실 늪 자체는 생명의 보고이지만, 썩은 늪은 좋거나 필요한 것을 빨려 들어가고, 안 좋은 것은 퍼지게 만들어요. 즉, 조직에 썩은 늪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조직의 시간, 노력, 여러 유형의 자원들이 흡수되고, 비생산적인 활동이 퍼져나간다고 이해할 수 있어요.
대부분 전략이 필요한 선택과 행동은 그 결과를 나중에,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알 수 있어요. 전략가의 행동이든, 비전략가의 행동이든 말이에요. 그렇기에 비전략가가 펼친 썩은 늪지대라는 영역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아닌지, 그리고 어떤 결정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혹은 우리들의 행동이 가치를 높이고 있는지 훼손시키고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것이죠.
‘썩은 늪지대’에 대응하는 원칙
먼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썩은 늪지대’에서는 탈출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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