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관점에서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대부분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혹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였던 것 같아요. ‘무엇을 위해’ 혹은 ‘지금 하고 있는 무엇’과 같은 파편은 늘 눈에 보이는 형태로 있었고 그 나름의 과정과 결과는 그래도 제가 있는 곳에서 좋은 평가와 평판을 얻을 수 있었고(아마도…), 그리고 시장에서도 괜찮게 봐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파편들이 모였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은 늘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정의에서 시작해 탐구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지만 정작 저에 대한 정의는 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죠.
이게 저의 커리어 전체(거의 10년)를, 그리고 최근 2년간 심하게 괴롭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처음 쓰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비슷하죠…?)
올해는 이러한 고민이 가장 극에 달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발행한 뉴스레터의 상당 부분이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콘텐츠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중 일부는 저의 한풀이라고 해도 반박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발행한 콘텐츠가 누군가는 도움이 되었다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을 주시는 경우가 있어 저도 위안 받고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래도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늘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고난(이라고 쓰고 자기가 판 함정)을 극복하고 조금은 정신적 안정을 찾고, 제가 고민하던 문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거든요.

내 안의 두 파편, 전쟁을 시작하다
뭔가 장황하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고민의 결과, 즉, 답은 오히려 간단했어요.
적어도 커리어적으로 저는 ‘전략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고, ‘전략은 어떤 일을 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본다면 제가 알고 있는 저의 파편을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었어요.
사실 복잡할 것이 없었죠. 수행했던 일에는 나름의 뚜렷한 목적과 목표가 있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와닿지 않더라도 큰 문제 될 것은 없죠.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 누군가’의 몫일 테니까요. 돌이켜보면 저는 이 사실을 마음속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한 후에는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해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입 밖으로 그 표현을 꺼내지 못했는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찾은 원인은 결정적인 몇몇 순간에서 내가 생각하는 ‘전략’과 내가 하고 있는 ‘전략’이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그 사소한 몇 개의 순간들이 또 다른 파편이 되어버렸던 것이죠. 즉, 쉽게 이야기해 보면 저라는 전체를 구성하는 여러 파편들 중 ‘자신 있는 파편’과 ‘자신 없는 파편’이 충돌했는데 ‘자신 없는 파편’이 승리해 버린 상황이었어요.
저는 ‘자신 없는 파편’과 전쟁을 벌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전쟁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미뤄왔던, 피해 다녔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자신 없는 파편’과의 전쟁을 위해 저는 전장을 둘러볼 필요가 있었어요. 전쟁이 벌어질 장소를 알아야 작전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전장은 역시나 ‘전략에 대한 관점’이었고, 승리의 키는 내가 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일이 내가 한다고 생각하는 일과 일치하는지, 이에 대해 저 스스로 온전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에 달려있었어요. 결국은 제가 제 안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의견 중 특정 의견에 손을 들어준다면 그 의견의 승리로 전쟁은 막을 내리는 것이죠. 물론 저는 ‘자신 있는 파편’의 승리를 바라지만, 명확한 이유나 근거 없이 손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어요.
어쨌거나 저는 ‘전략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이냐’, 그리고 그 정의가 나의 현재와 미래와 부합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려야 했어요. 그리고 이 전쟁을 길게 끌고 싶지는 않았죠. 이미 충분한 소모전이 지속되어 이번에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전쟁을 할 힘도 남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작년 1월 뉴스레터를 시작하며 전략에 대해 정의했었고, 그 이후 꽤나 많은 콘텐츠에서 전략의 개념과 구조, 조직 내에서 작동하는 모델에 대해 고민해왔던 내용을 작성했었어요. 따라서 저의 정의는 이미 1년 전에 내려놓은 상황이었죠. 그때와 비교해 전략에 대한 생각이 변한 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발전된 부분은 (조금은) 있겠지만요.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조금은 모호한 영역, 또 조금은 복잡해 저 조차도 가끔 특정 부분을 잊거나 헷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조금 더 명확하고(모호하지 않고) 명료하게(복잡하지 않게) 전략과 전략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전략은, 전략을 한다는 것은?
전략과 전략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 보는 것으로 왜 지금까지 ‘자신 없는 파편’이 계속해서 승리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이유를 안다면 ‘자신 있는 파편’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전략을 정말 아주 간단한 단어로 표현하면 ‘의사결정’이라는 점은 늘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전략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했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의사결정의 범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조금 세분화해 보면 선택지를 만들고, 그 선택지 중 좋은 선택지를 고르고, 그 선택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까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좋은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뭘까요? 결과가 좋으면 좋은 의사결정일까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렇겠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무엇이 좋은 의사결정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결과가 확정적인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의사결정의 마지막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까지라고 한다면, 좋은 결과는 의사결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죠. 전체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의 업무에서 R&R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내 역할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나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행동의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드백-개선 루프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거예요. 그러면서 행동과 결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는 있을 거예요. 그렇기에 우리는 가끔 결과가 안 좋을 때(혹은 불만족스러울 때) 그 과정 속 모든 것을 부정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신 없는 파편’이 승기를 가져간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어요. 행동과 결과 사이 경계의 모호함에 있었죠. 이 모호함이 ‘자신 없는 파편’이 가진 강력한 무기였던 셈이에요.
저는 항상 의미 있는 전략을 하기 위해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참여하는 전략의 위계에 따라 결과를 끝까지 만들어 갈 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죠. (그리고 조금은 불운하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의미 있는 전략을 하고 있었나?’라는 작은 의심이 ‘자신 없는 파편’에 계속해서 먹이를 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자신 있는 파편’이 이 모호함을 이길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행동’에 집중하는 것으로 승기를 잡다.
저는 제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저보다 앞서 걸어간 사람들이 겪었던 문제일 거라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시 제가 좋아하는 경영 사상가의 말, 다양한 전략 개념과 프레임워크, 케이스스터디 등을 초심자의 마음으로 확인해 봤어요.
이를 통해 ‘전략을 한다’는 것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많은 감사한 분들이 있지만, 역시나 로저 마틴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어요.)
첫 번째로 행동과 결과의 모호함을 해결했어요. 결과를 특정 시점이나 상태가 아니라, 행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즉, 끊임없는 행동이 전략을 한다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이는 단기적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 걸음 뒤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줄 거라고 믿어요.
두 번째로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찾고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이야기한 끊임없는 행동이 요구돼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찾고 특정 선택지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말이 되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검증이 필요할 거예요. 이 검증은 보통 실험이라고 부르는 행동이 되겠죠.
즉, 앞서 이야기한 ‘좋은 의사결정’은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할 수 있는 선택을 만드는 것’과 ‘선택이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 조건을 참으로 만드는 행동’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은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조건(혹은 환경)을 현실로 옮기는 데 집중하게 될 거예요. 즉,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변수로 놓음으로써 ‘전략을 한다’는 것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저의 ‘자신 없는 파편’은 약해졌고, ‘자신 있는 파편’은 자기가 어디에 자신을 가져야 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게 되면서 조금 강해졌어요.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을지는 아마도 저의 행동에 달려 있겠지만요.
결국 답은 제 안에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콘텐츠에서도 의사결정,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등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었고요. 이렇게 되니 콘텐츠를 쓸 당시의 저는 진정한 의미를 모른 채로 글을 썼다는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이번에 이렇게 승기를 잡았다 하더라도, ‘자신 있는 파편’을 의심하는 순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늘 그렇듯 고난과 역경은 다른 모습으로 저희를 찾아올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번 기회에 저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갈 용기를 얻기도 했고요.
오늘 콘텐츠가 보시는 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모쪼록 나름의 방법을 찾아 또 한 걸음 나아가시는 데 한 줌의 용기와 따뜻한 응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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