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숲 나무학교는 왜 매년 '수업축제'를 하는가?

11월 8일 토요일에 제10회 배움의 숲 나무학교 수업축제가 열립니다. 나무학교 선생님들은 매년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합니다. '왜 우리는 매년 수업축제를 열고, 우리 공동체 외부의 선생님들을 초대하는 걸까?', '그냥 우리끼리 서로를 축하하면 안될까?', '수업축제가 나무학교를 홍보하는 것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질문합니다. 수업과 업무로 바쁜 일과를 다 하면서도 따로 시간을 내 축제를 기획하고, 1년 간의 공부를 정리하고, 외부의 누군가를 초대하고, 공간을 준비하고, 축제를 운영하는 일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고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시즌이 될 때마다 나무학교라는 공동체에게 '수업축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축제'와 '연수'는 어떻게 다를까요? 수업축제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에 그가 생각하는 '좋은 공동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공유된 관심'이 공동체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존 듀이는 좋은 공동체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의식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관심사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가?"를 제시했습니다. 공동체란 단순히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모여있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와 신념, 즉 '공통된 이해'를 가질 때 비로소 살아있는 공동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수업축제'는 바로 이 '공유된 관심'을 폭발적으로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축제의 장에서 한 선생님이 꺼내놓은 수업에 대한 깊은 고민, 용기 있는 도전, 빛나는 아이디어는 더 이상 그 선생님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동료 선생님들의 경험과 만나고 서로의 생각을 자극하며 공동체 전체의 귀중한 자산으로 확장됩니다. 나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이 되고, 너의 성공이 우리의 영감이 되는 순간, 공동체는 수많은 관심사를 의식적으로 공유하며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수평적 나눔은 일부 전문가가 지식을 전달하고 다수의 교사는 수동적으로 받아 적는 연수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듀이는 가치를 공유할 기회가 불평등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고했습니다. 공유된 관심이 부족한 공동체는 결국 일부는 지배자로, 다른 일부는 노예로 전락시키는 구조를 낳습니다. 심지어 가장 뛰어난 전문가라 할지라도 고립된 채 자신의 지식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는 “결실 없이 메말라 죽어가고” 결과물은 “화려하게 치장된 가짜 전시물”처럼 되고 맙니다. 수업축제는 바로 이러한 지적 고립과 위계를 막는 가장 민주적인 장치인 셈입니다.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다른 사람과 서로 주고받을 기회가 공평해야 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는 일과 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사람만 지배자로 교육하게 되고 그 영향력으로 인해 다른 이들은 노예로 전락시킬 수 있습니다.

2. ‘자유로운 상호작용’이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듀이가 제시한 좋은 공동체의 두 번째 기준은 "공동체 외부와의 상호교섭이 얼마나 자유로운가?"입니다. 그는 다른 집단과의 교류 없이 고립된 집단은 결국 경직되고,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이념을 추구하며 변화와 진보의 동력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업축제'는 교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물고 '충만하고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마다 다른 교과, 다른 학년, 다른 경험을 가진 교사들이 자신의 실천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섭니다. 내 교실에서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던 문제가 동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보니 숨겨진 문을 드러내는 놀라운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듀이가 말한 교육의 본질, 즉 “경험의 의미를 더하고 이후 경험의 경로를 방향 짓는 능력을 높이도록 경험을 재구성하거나 재조직하는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동료와의 자유로운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더 나은 실천을 향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나무학교라는 공동체 역시 공동체 외부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며 나무학교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더 나은 실천을 향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는 수업축제에 학생, 학부모, 전문직, 관리자, 연구자, 마을 주민, 시민 활동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초대하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얼마든지 교사가 아닌 분들이 우리 축제에 오고 계시고 오실 수 있지만요.

3. 수업축제는 가장 민주적인 만남의 장입니다.

'풍부하고 다양한 공유된 관심'과 '충만하고 자유로운 상호작용'. 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공동체가 바로 듀이가 말한 '민주적 공동체'입니다. 듀이에게 민주주의란 단순히 투표와 같은 정부 형태를 넘어선 개념이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자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며 의미를 나누는 경험의 방식' 그 자체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업축제'는 교사 공동체가 민주주의를 가장 교육적인 방식으로 실천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교사들은 서로의 경험에 참여하고 연대하며 교육이라는 공동의 의미를 나눕니다. 이 과정 속에서 교사 개개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가 끊임없이 성장하며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게 됩니다. 수업축제는 교사들을 위한 가장 민주적인 배움의 장인 것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왜 우리는 매년 이 고된 축제를 열고 외부의 손님들을 초대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더 넓게 '공유'하고 더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우리의 배움이 살아 숨 쉬고 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무학교의 교사들은 이 민주적인 배움의 장을 우리 안에 가두지 않고, 기꺼이 문을 열어 더 많은 동료들과 이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는 11월 8일, 배움의 숲 나무학교에서 열릴 제10회 수업축제는 바로 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양식'을 실천하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배움의 숲 나무학교'가 걸어가는 이 민주적인 실천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10회 배움의 숲 나무학교 수업축제 초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