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구단의 가치, 수천억대로 치솟는 이유

게임이 스포츠냐고 욕했는데, 이제 야구단보다 비싼 시대가 왔습니다

2021.02.24 | 조회 9.7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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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승환

언제 폐간될지 모르는 뉴스 큐레이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로 세계 최초로 e스포츠 리그가 한국에 등장하더라

1. 옛날옛날 먼 옛날에, 프로게임단은 없고 PC방 고수들이 있었습니다

프로게임단이 생기기 전까지 고수들은 PC방 대회 상금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투니버스 등에서 단편 프로그램으로 게임 프로그램이 제작됐고, 그 인기가 커지며 아예 온게임넷이라는 케이블채널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적인 온게임넷 개국 첫 경기
역사적인 온게임넷 개국 첫 경기

 

2. 온게임넷은 최초의 게임 전용 방송국이었습니다

게임은 젊은 세대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는 유니크한 소재였습니다. 특히 게임 광고하기 좋은 채널이었죠. 지금은 게임 회사가 유튜브는 물론 공중파에도 광고하지만, 당시만 해도 온게임넷은 게임 광고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채널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대작이 나올 때마다 온게임넷 광고는 필수로 여기는 풍토가 자리잡았죠.

 

3. 마침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치솟았고, 자연스레 프로게임리그 창설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대기업이 요즘 말로는 MZ세대, 당시는 1020 세대를 타겟으로 프로게임단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임요환 선수가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찍었고, 지금은 KT롤스터로 바뀐 KTF 매직엔스가 박정석, 홍진호, 강민 선수에게 억대연봉을 줬죠.

풋풋했던 두 사람
풋풋했던 두 사람

 

4. 매출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지만, 대기업들은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사실 지금도 게임단은 매출이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죠. 수익이라고 해봐야 대회 우승상금인데, 주요 선수 몸값이 우승상금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하지만 운영 비용이 1년에 20억 내외밖에 되지 않아서, 돈 못 번다고 욕 먹진 않았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만들어 홍보효과를 누렸죠. 실제로 프로게임단은 프로스포츠 소속이 아니라 홍보팀 산하에 있었습니다.

현재도 젊은 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리그가 되었다. / 출처: 월간중앙
현재도 젊은 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리그가 되었다. / 출처: 월간중앙

 

5. 하지만 다른 게임은 리그를 운영할 만큼 커지지 못했습니다

카트라이더나 서든어택 같은 게임도 알음알음 운영은 됐지만, 스타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야구를 주축으로 4대 메이저 스포츠가 존재했습니다. 거기에 2~3개의 e스포츠 종목이 나눠 먹을 파이까지는 없었던 거죠. 1020을 타겟으로 한 니치 마켓으로의 장점은 있었으나, 애초에 그들 세대는 경제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2010년까지 스타1이 그 파이를 차지했고, 이후부터는 LOL이 가져갔죠.

지금도 순위권일 정도로 아재들은 스타를 사랑했다
지금도 순위권일 정도로 아재들은 스타를 사랑했다

 

스타1은 죽고 그 시장을 LOL이 차지하더라

6. 그 와중에 스타크래프트1 시장이 팍 죽었습니다

여러 복합적 요소가 있지만, 2009년 승부조작의 여파가 컸습니다. 그때 수사받은 선수가 20명 가까이 됩니다. 이들 중 마주작 등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들이 있었기에 팬들이 등을 돌렸죠. 그 와중에 결정적으로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와의 지적재산권 논쟁이 터졌습니다. 블리자드가 협회에, 스타1 대회를 열 때마다 자기들에게 비용을 내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던 것이죠.

세계 최초의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의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7. 블리자드는 스타2를 띄우기 위해 스타1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1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는데, 그동안 게임단과 방송사가 돈을 벌었으니 비용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새로운 게임인 스타2로 e스포츠를 하고 싶어했던 겁니다. 그러려면 스타1에 있던 좋은 자원이 스타2로 넘어와야 했죠. 반면 게임단은 스타2가 성공할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스타1을 e스포츠로 잘 꾸리고 있는데, 이제 와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기는 싫었던 거죠.

후속작이지만, 느낌이 많이 달랐다
후속작이지만, 느낌이 많이 달랐다

 

8. 시간은 걸렸지만, 리그는 결국 스타2로 넘어가게 됩니다

1년 정도 이어진 법적 분쟁과 조정 끝에, 2012년 블리자드와 협회가 MOU를 맺었습니다. 프로리그 1세트는 스타1으로, 2세트는 스타2로 나누어 진행하는 식이었죠. 선수들도 하루는 스타1에 출전했다가 다음 날에는 스타2에 출전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게임을 섞다가, 2014년에서야 완전히 스타2로 넘어갑니다. 스타2로만 단체전이 시작된 거죠.

 

9. 외국 게임단이 한국에서 뛸 수 있도록 리그도 오픈되었습니다

GSL이 ‘곰티비 스타리그’로 불렸지만, ‘Global Starcraft2 League’가 정식 명칭입니다. 예선만 통과하면, 외국인도 자유로운 참가가 가능했습니다. 많은 외국선수들이 한국에서 뛰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스타2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꽤 인기가 있어서 GSL은 인기리에 해외에 송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10. 하지만 국내 대세는 이미 LOL로 넘어간 상황이었습니다

2011년 말 한국에 LOL이 한국에 처음 서비스됐는데, 첫 대회부터 대박이 났습니다. 스타1의 대세를 LOL이 잡아간 것이죠. 스타2가 망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원래 한국의 시장 사이즈에서는 한 게임밖에 뜨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11. LOL의 인기는 스타1의 전성기 수준이었습니다

선수들의 네임밸류가 스타1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게임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습니다. 시작부터 리그가 흥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죠. 일례로 2012년 당시 용산 경기장이 400석 만원 규모였는데, 경기 시작은 5시부터인데도 불구하고 12시부터 사람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사고 나겠다 싶어서 매일 대기표를 줬어요. 스타1에서도 빅매치 아니면 대기표를 주는 일이 드물었는데 말이죠.

 

해외는 뒤늦게 게임사들이 판을 만들어 리그를 시작하더라

12. 해외도 열심히 게임의 프로화를 노력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해외 리그는 꽤 긴 시간, 고수들이 상금 타러 대회에 출전하는 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유럽-북미에서는 전통적으로 FPS가 대세입니다. 특히 카운터 스트라이크 대회가 많이 열렸죠. 카스는 매니아층이 두꺼운 게임이라 지금도 대회가 열립니다. 한국의 e스포츠 모델을 따라 스타1, 스타2 팀을 키우는 경우도 있었지만, WCG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잘 동작하지 않았죠.

카운터 스트라이크. 추억의 이름 추억의 그래픽…
카운터 스트라이크. 추억의 이름 추억의 그래픽…

 

13. 삼성이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WCG를 시작했지만, 대회 위주에서 게임사 중심으로 판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WCG는 삼성전자의 젊은 층 공략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된 대회입니다. 삼성전자가 2000년 첫 시범대회부터 후원했고, 2001년 본격적인 대회가 열린 후 국제대회로 커 나갔죠. 문제는 게임사였습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WCG 게임 종목은 게임사의 간단한 허락만 받으면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부터 점점 게임사의 입김이 커졌고, 개최 종목을 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마치 블리자드가 스타2의 권리를 주장하듯, 대회 위주에서 게임사 중심으로 판이 넘어간 거죠.

 

14. 게임사가 본격적으로 직접 대회를 여는 시대가 시작됩니다

한국은 스타1의 인기가 엄청났기에, 대기업의 참여 하에 리그가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은 그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사들이 리그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2를 시작으로 하스스톤, 오버워치까지 직접 대회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LOL도 비슷했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팀을 관리하고 대회를 만들고 상금을 주기 시작했죠.

웅장한 블리즈컨
웅장한 블리즈컨

 

한번 판이 깔아지니, 해외 프로게임단 가치는 수천억대로 뛰더라

15. 게임사가 주도하며 해외 게임리그는 선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은 연 1~2억씩 스폰서십을 땡겨 오며 소규모로 게임단을 유지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블리자드나 라이엇이 판을 깔아주니, 대회가 커지고 여러 스폰서를 땡겨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단들이 돈이 많아지고, 게임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게임의 인기가 늘어나고, 대회가 흥행하는 선순환 구조가 그려진 것이죠.

 

16. 선순환을 기반으로, 해외의 e스포츠는 급성장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미국의 팀 리퀴드와 클라우드 나인, 이블 지니어스 등 메이저 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 팀에는 LOL, DOTA2, 오버워치 등 다양한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멀티e스포츠팀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미국에서 LOL 리그가 최초로 프랜차이즈화되었습니다. 야구로 따지면 메이저리그가 열린 거죠.

전세계 LOL팀을 인기순으로 나열한 차트. 1위는 국내의 T1, 2위는 유럽 팀 G2다
전세계 LOL팀을 인기순으로 나열한 차트. 1위는 국내의 T1, 2위는 유럽 팀 G2다

 

17. 미국은 스포츠팀에 대한 투자가 일상적이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투자받게 됩니다

이미 5년 전부터 100억 단위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원래 미국은 스포츠팀에 많이 투자합니다.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주는 개인이 아닌 컨소시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구단과 리그 자체의 가치를 높여서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려 합니다. e스포츠는 이머징 마켓입니다. 이미 MLB, NBA 등이 그랬듯, 초기투자 잘 해두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이미 엄청난 인기를… 출처: 데일리e스포츠
이미 엄청난 인기를… 출처: 데일리e스포츠

 

18. 현재 외국팀의 구단 가치는 수천 억으로 인정받습니다

한국의 T1도 컴캐스트의 투자를 받으며 1100억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인구가 한국의 6배가 넘는 경제 1위 미국의 게임단이 수천억인 게 이상할 건 전혀 없지요. 대기업 중심의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자생력을 갖춰 수익을 내야 합니다. 이 모델이 한국과 미국의 프로게임단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죠. 지금도 한국 프로게임단은 자사 지원 비중이 높지만, 미국은 스폰서십을 구하고 열심히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포브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구단 가치가 1억 달러 넘는 팀만 13개입니다.

 

19. 한국도 프로게임단 투자가 이어집니다

센트럴투자파트너스의 아프리카프릭스 투자가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알토스 등이 통 크게 젠지에 150억을 꽂습니다. 대만계 구단주인 케빈 추는 실리콘밸리의 갑부입니다. 미국에서 프로게임단 투자가 활발한 걸 보고, 프로게임단 가격이 오를 걸 예측했죠. 한국은 실력은 최고지만 미국 구단만큼 가격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케빈 추는 2017년 롤챔스에서 우승한 삼성갤럭시를 냉큼 인수했습니다. 그때 블라인드에서 LOL 인기를 아는 삼성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하더군요.

젠지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케빈 추.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 중 재산 상위 100위를 기록한다고 한다
젠지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케빈 추.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 중 재산 상위 100위를 기록한다고 한다

 

모바일과 스트리밍이 일상화되며, 그 힘은 방송사가 아닌 게임사로 돌아갔다

20. 이제 한국 e스포츠는 LOL이 다 먹어버렸습니다

LOL은 PC방 점유율이 50% 가까이 된 적도 있는 게임입니다. 인기가 엄청났죠. 처음 LOL의 한국 대회인 LCK가 시작될 때에는 OGN에서 독점 중계되었습니다. 2011년 MBC게임이 망하며 게임 방송사가 OGN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인 게임방송사 OGN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맺고 가자는 쪽이었죠.

10년 된 게임이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
10년 된 게임이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

 

21. 하지만 점차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LOL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시작합니다

OGN은 LOL의존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점점 굳이 그 많은 돈을 OGN에 줘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2015 서머시즌은 OGN과 SPOTV게임즈가 손잡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해외에서 게임사가 리그를 키워나간 시기와 얼추 겹칩니다. 이렇게 헤게모니가 넘어가면서, 라이엇게임즈는 종로에 LOL파크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경험이 쌓였으니 외주를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방송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그랑서울 내에 건설된 LOL 파크의 모습, 라이엇 게임즈에서 직접 제작했다
그랑서울 내에 건설된 LOL 파크의 모습, 라이엇 게임즈에서 직접 제작했다

 

22. 방송사는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독점 권한이 사라진 방송국은 제작사로 내려앉았습니다. 기존에는 OGN이 라이엇게임즈로부터 제작비를 받고 제작과 홍보를 도맡았는데, 이제 라이엇게임즈는 구미에 맞는 영상제작사를 찾기 시작했죠. 어쩔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OGN이나 SPOTV게임즈가 타성에 젖은 측면도 있지만, 방송사가 아무리 잘해도 게임을 소유한 IP사로 힘이 넘어간 상태였지요.

 

23. 이미 해외는 트위치 등 스트리밍 중계 포맷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미디어의 변화도 게임 회사로 패러다임을 넘기는 데 일조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일상화된 미디어환경도 방송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제작 능력을 가진 스튜디오와 온라인에서 방송을 송출할 플랫폼을 섭외하면 끝나는 상황이 된 거죠.

그와중에 나타난 새로운 복병
그와중에 나타난 새로운 복병

 

24. 한술 더 떠서 라이엇게임즈는 자사 게임의 중계권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부터 갑을관계가 완전히 뒤바뀝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를 트위치나 중국의 후야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에 판매합니다. 또 중계권을 각국 지사에 맡겼습니다. 그 나라 실력이 높으면 점점 더 많은 세계인이 보게 되죠. 자연스럽게 각 지사는 자국 리그를 잘 운영해서 중계권료를 높이려 했습니다. 그 경쟁으로 점점 리그가 활성화되었죠. 지금은 중국이 최강국이라 중계권료가 높습니다. 마치 분데스리가와 EPL이 경쟁하는, 유럽 축구리그와 같은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후야TV는 중국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미국에 상장되기도 했다
후야TV는 중국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미국에 상장되기도 했다

 

상상을 초월하게 성장할 중국 프로게임단

25. 리그 초창기, 중국은 재벌 2~3세들이 게임단을 운영했습니다

현재의 중국 리그는 한국과 미국이 섞인 분위기입니다. 초창기의 중국 e스포츠 팀들은 재벌 2~3세가 사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했습니다. 제조업은 부담스러우니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죠. 심지어 판다TV로 유명한 완다그룹 2세 왕쓰총은 iG라는 팀을 만들어 스스로 프로게이머 생활까지 했습니다. 게임단의 가치를 엄청나게 올려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지요. 그 와중에 2018년 세계대회인 롤챔스 우승까지 합니다.

팀 IG(Invictus Gaming)에서 선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재벌 2세 왕쓰총, 자국에서는 패리스 힐튼 같은 이미지라고…
팀 IG(Invictus Gaming)에서 선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재벌 2세 왕쓰총, 자국에서는 패리스 힐튼 같은 이미지라고…

 

26. 중국 프로스포츠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겁니다

지금은 게임 실력도 중국이 좀 더 위입니다. 2018년만 해도 한국인 용병 2명을 데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전 세계 돈 있는 팀은 죄다 한국 용병을 2명씩 두고 있었는데, 실제 팀에서의 비중은 60%가 넘을 정도였죠. 아무튼 롤챔스에서 중국이 첫 우승을 차지하며 LOL 열풍이 더욱 커집니다. 구단 가치도 올라갔습니다.

팀은 전세계에서 오지만, 선수는 어째 국적이 비슷하다(…) / 출처: INVEN
팀은 전세계에서 오지만, 선수는 어째 국적이 비슷하다(…) / 출처: INVEN

 

27. 중국 리그는 한국처럼 재벌 산하 팀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미국처럼 투자를 받기도 합니다

시작은 재벌이었지만, 지분 투자를 받으며 커나가는 중국 구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사도 아니고, 중국이 미국처럼 투명한 나라는 아니니 가치를 명확히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인구가 많으니 시장가치가 높긴 하겠죠. 게다가 중국은 땅덩이가 크니 지방정부가 게임단 경기장도 지어줍니다. 타 스포츠처럼 홈-어웨이 방식이 작동하고 있어요. 이런 지원책으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 봅니다.

 

28. 한국 게이머는 고연봉을 받고 해외 팀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페이커를 100억 연봉으로 데려가려 했다는 썰도 있습니다. 사실인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프로게이머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한국 리그인 LCK 1군 기준 최저연봉은 6천으로 공시되어 있습니다.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지 3~4년이 지나면 대충 5억 이상이라 보면 됩니다.

안돼, 페이커 지켜..
안돼, 페이커 지켜..

 

29. 어떻게 구단이 유지되냐고요? 연봉을 제외하면, 구단 측의 부담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프로게임단 운영은 선수 연봉 말고 돈이 별로 안 듭니다. 사무국 직원은 그냥 직장인이고, 그 수도 많지 않습니다. 숙식비도 별로 안 들어갑니다. 야구선수처럼 프로게이머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과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정리된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 버는 건 없지만 쓰는 것도 별로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과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정리된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 버는 건 없지만 쓰는 것도 별로 없다…

 

30. 한국도 못지않게 대우하며 프로게이머 유출을 막고 있습니다

한국이 프랜차이즈 리그를 만들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프로게이머를 제대로 대우하며 한국의 게임 경쟁력을 키우자는 거죠. 그래도 당분간 유출을 막기는 힘들 겁니다. 한국인이 워낙 게임을 잘 하다 보니…

 

리그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LOL 프랜차이즈화 추진

31. 라이엇게임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 큰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겁니다. 축구에서 야구로 바뀌었다 생각하면 됩니다. 축구는 승강제가 있는 축구에서 순위가 낮은 팀은 2부리그로 떨어집니다. 그 팀은 연속성 있게 운영하기 힘들죠. 반면 야구는 승강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어차피 플레이오프 못 올라갈 것 같으면, 여러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면서 드래프트 순위를 높이기도 하죠. 어쨌든 프랜차이즈 안에 들어오면 강등 걱정 없이 장기적 비전으로, 안정적으로 팀과 선수를 육성할 수 있게 됩니다.

프랜차이즈화로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화로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32. 그래도 LOL에 드래프트 시스템이 생기긴 어려울 겁니다

애초에 드래프트는 학원 스포츠 시스템이 있는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LOL은 선수들 데뷔 연령도 어려서 힘듭니다. 대신 라이엇게임즈는 각 프랜차이즈 팀 아래에 2군을 설치했습니다. 한국은 1군 LCK 리그 아래에 2군 LCK 챌린저스 리그가 있고, 그 선수들과 일일이 계약을 맺습니다. 드래프트는 없지만 자체 육성하라는 거죠. 챌린저 등급 찍으면 외국에서 먼저 콜이 오기 때문에, 선수 육성에도 꽤 힘을 쏟을 거라 생각합니다.

 

33. LCK리그는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데, 돈도 별로 안 들어갑니다

프랜차이즈에 들어가는 돈이 100억 이상이라지만, 실상은 20억씩 분할납부하면 됩니다. 그 정도는 대기업에 큰 돈도 아니지요. 프로야구는 연간 실질 적자만 100억입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아끼면 20~30억으로도 운영이 가능합니다. 구장을 만들 필요도 없으니 부수비용이 적어서 타 스포츠에 비해 효율성이 높습니다. 반면 매력은 뚜렷합니다.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잖아요.

 

e 스포츠의 가치, 다양한 게임과 함께 더욱 오를 것

34. 외국에서는 LOL 이외에도 잘 돌아가는 DOTA2 같은 게임이 있습니다

DOTA2는 한국에 LOL보다 6개월 늦게 들어오면서 묻혀버린 게임입니다. 이미 LOL이 PC방을 꽉 잡은 뒤였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DOTA2는 덕후들이나 하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는 LOL과 위상이 비슷합니다. 유저 참여형으로 상금도 높고요. 운영 자체는 라이엇게임즈가 나을지 몰라도, 상금이 워낙 높으니 시청자 수도 비슷비슷합니다.

DOTA2가 아무리 해외 인기가 많고
DOTA2가 아무리 해외 인기가 많고

 

35. 오버워치 시장은 좀 특이합니다만, 어쨌든 이쪽도 나름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버워치는 글로벌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블리자드가 좀 무리해서 미국식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팀을 배치하고 글로벌 대회를 열려고 한 거죠. 미국 외의 지역은 서울 다이내스티, 런던 스핏파이어 정도만 호스트를 세웠습니다. 그랬더니 글로벌 관심도가 좀 떨어졌습니다. 나중에는 홈-어웨이 제도로 다시 살아날까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아무 의미가 없어졌죠. 그래도 오버워치는 아직 어느 정도는 포지션이 있고, 상금도 꽤 됩니다.

오버워치가 넘봐도
오버워치가 넘봐도

 

36. 다른 FPS도 여전히 흥행하고 있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부터 콜 오브 듀티까지 여전히 흥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사이즈가 작다 보니 LOL만 인기를 얻게 되지만, 전세계는 다양한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게임단의 전체 위상은 계속 올라가겠지요.

국내는 그냥 LOL이다.. (2019년 자료)
국내는 그냥 LOL이다.. (2019년 자료)

 

37. e스포츠단의 가치는 원래도 희망적이었는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더 빨리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까지 오래 가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어린 세대들은 게임으로 사회화되고, 친구들과 돈독해집니다. 코로나 전에는 학교가 3시에 끝난 후 한두 시간씩 꼭 PC방에 갔습니다. 옛날에는 운동장에서 공 차고 운동 잘 하면 인싸였지만, 이제는 게임 못 하면 어울리지를 못해요. 반대로 게임 잘 하면 스타가 되고요. 우리가 학교에서 이승엽 홈런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10대는 페이커의 펜타킬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


아프리카프릭스에 투자했던 박영찬 전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심사역 인터뷰

이승환: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박영찬: 전동킥보드 제조업체 맥스모빌 대표 박영찬입니다. 과거 벤처캐피털에서 일할 적, 아프리카프릭스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전동킥보드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전동킥보드를 만들고 있다

이승환: 아프리카프릭스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영찬: 한국에서는 첫 프로게임단 투자여서 반대도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프로게임단 가치, 즉 구단의 가격이 올라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LOL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곧 한국의 프로리그인 LCK 프랜차이즈 제도가 완비됩니다. 이 리그에 들어오려면 가입금 100억 정도를 내야 합니다. 여기에 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높은 거죠.

이미 21개 팀이 지원했다
이미 21개 팀이 지원했다

이승환: 어떻게 투자하게 됐습니까.

박영찬: 당시에는 아프리카TV 마케팅 부서 안에 프로게임단이 속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습니다. 다행히도 서수길 대표이사님께서 잘 이해해 주셨습니다.

이승환: 그런데 왜 이후 후속투자가 없는 거죠?

박영찬: 모기업 아프리카티비가 자금이 있으니, 특별히 돈 받으며 지분 섞일 이유가 없는 거죠. T1이 이미 1천억 넘게 찍었는데, 저는 아프리카프릭스도 그 정도 가치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구단보다 비싼 SKT T1의 가치
야구단보다 비싼 SKT T1의 가치

이승환: 어… 너무 높게 잡으시는 거 아니에요?

박영찬: 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가 다른 프로게임단보다 아프리카프릭스에 주목한 이유는 아프리카TV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아프리카TV는 베트남 등에 PC방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베트남은 배틀그라운드가 인기인데, 아프리카프릭스는 LOL 말고 배틀그라운드 팀도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해외진출의 IP가 되어버리는 거죠. 이는 LOL 선수단도 마찬가지이고요.

이승환: 해외 프로게임단 가치도 계속 커나갈까요?

박영찬: 물론이지요. 미국과 중국은 한국과 사이즈가 다릅니다. 미국은 이미 투자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수천억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히려 한국 야구단과 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야구단이 돈은 안되지만 재벌의 상징이듯, 중국도 마찬가지다. 1류 프로게임단 소유에 큰 의미를 둡니다. 중국 축구리그와 비슷해요. 자존심으로 비싼 선수들 사들이고 키우는 거죠.

대륙의 e스포츠 경기장
대륙의 e스포츠 경기장

이승환: 헐. 그러면 페이커 중국 진출하면 100억 썰도 사실이려나요?

박영찬: 공개는 되지 않지만, 전 100억도 너무 싸다고 봅니다. 중국 프로게이머 위상이 엄청나요. 일류 선수들 팬싸인회하고 지역 광고 좀 나오면 10억은 우습게 법니다. 그렇게 각 지역 투어 다니면 100억씩 생기겠죠. 엄청 많아 보이지만, 한때 한류 스타들이 중국에서 광고로 번 돈 생각하면 당연한 숫자죠.

이승환: 앞으로 프로게임단의 미래는 어떻게 보세요?

박영찬: 먼 미래는 제쳐두고, 당장 내년만 해도 장난 아닐 겁니다. 게임을 코로나 수혜주라 하는데, 프로게임단은 코로나가 사라지면 더 큰 이익을 볼 겁니다. 선수들이 각 대륙을 오가며 엄청난 인기를 모을 테니까요. 팬들이 경기장으로 모여들며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이벤트가 열리고, 리그와 구단 가치는 더욱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2019 롤드컵 결승은 최대 동시 시청자 4400만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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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그러면 흑자를 낼 수도 있다고 보나요?

박영찬: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프로게임단 운영의 장점은 비용 최소화입니다. 제가 아프리카프릭스에 투자할 때의 예상 운영비용도 연 20억 수준이었습니다. 연봉 외에 큰 돈이 나가지 않고, 모기업 홍보효과만으로도 본전은 뽑는다고 봅니다. 글로벌 리그가 점점 자리잡고 젊은 세대들이 경제력을 가지면 수익성도 점점 좋아지겠지요.


위에서 인터뷰한 박영찬 님은, 현재 전동킥보드 제조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면, 문과 출신 금융맨, 갓성비 전동킥보드 대량 양산에 성공하기까지: 맥스모빌 박영찬 대표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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