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기대하지 않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본은 언제든 밀릴 수 있다는 것, 검은색 인쇄는 먼지가 잘 낀다는 것, 보라색은 절대 기대한 것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것 따위지요.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앞에 붙이고 싶어지는 그 오묘하고 매혹적인 보라색은 기대하는 것과 똑같이 인쇄되기 어렵습니다. 빛을 투과해 보는 색과 빛을 비추어 보는 색은 다르기 때문이죠. 온갖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보던 보라색을 그대로 인쇄하면 기대하던 색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보라색은 대개 기대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이 책의 표지에 오묘한 보랏빛이 옅게 물들어 있는 건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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