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수성

성격유형검사에서 놓치는 것

2023.10.27 | 조회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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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라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계절의 변화가 이리 감격스러움은 지난여름의 고통만큼 비례하는 듯합니다. 굳이 설악산 단풍을 구경하지 않아도 어디서나 멋진 풍광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요즘 찬란한 계절의 향기를 맘껏 음미하시기를 바라며 문안인사를 드립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신가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직업)이 과연 나랑 맞는 일인지 질문해 보신 적 있으시죠? 아마 숱하게 질문하고 그만두고, 바꾸기를 거듭했는지도 모르고 저처럼 한 가지 직업을 오래 지속한 경우도 있으실 것 같아요. MBTI유형과 자신의 직업과의 궁합을 고민해 보는 새로운 시선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로 만나보아요.      

 

✍Writing한 글쓰기     

INFP는 회사 다니면 안되나요? 

스테르담     

회사에 심리 상담소가 있다.     

전문적으로 임직원 상담을 해주는 곳인데, 한 팀원이 전체 담당 인원 MBTI를 단체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검사가 아니라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고, 서로의 유형을 잘 알면 업무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면서.     

일주일쯤 흘렀을까. MBTI 검사했던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급하게 한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세요? 지금 상담사 분이 급하게 찾으세요."

"왜? 무슨 일인데? 나 지금 출장 중이야."

"아니, 선배 MBTI 유형이 INFP로 나왔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INFP는 처음 봤다면서 정말로 누군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고 해서요."

MBTI는 오랜만에 해본 것이었는데, 그러게... 내가 INFP였나?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예전부터 몇 번 검사해본 기억은 있었고, 대학생 시절 MBTI 유형은 'I'가 아닌 'E'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뭐, MBTI는 상황과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 이미 아니까 그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닌데, 내가 극. 단. 적. 인 INFP라고?     

어쩌다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요전 날 한 기사에서 특정 MBTI 유형은 회사 지원 불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몇 가지 중 가장 먼저 나온 게 INFP였다는 게 머리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인.

인식형.     

아, 그러네.     

나는 회사를 다니면 안 되는 가보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내향적이라니. 현재에 집중하고 경험에 근거해야 하는데 직관적으로 인식한다니. 사고 중심이어야 하는데 감정적인 데다,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적이고 유동적? 하... 지금까지 나는 대체 어떻게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온 걸까? 지원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극단적인 INFP가.     

어느 학자는 사람의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4가지 혈액형으로도 사람을 미루어 짐작하던 게 꽤 의미 있던 걸 생각하면, 조금은 더 과학적인 MBTI가 왜 주목받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사람들은 나누고 분류하고, 나와 같은가 다른가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굳이 MBTI가 아니더라도 우리네는 또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내었을 거니까.     

굳이 INFP로서 나와 같은 사람을 옹호해 보자면.     

내향적이기에 들뜨지 않고, 직관적이기에 사실 그 이상을 보며, 감정적이기에 상대를 배려하고, 다소 계획적이진 않아도 융통성은 충만하다. 회사에선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과 변수가 발생하는데,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 예외적인 성과를 내기도 한다.

중요한 건, INFP가 아니었던 내가 변한 것처럼, 다른 누군가의 MBTI를 평가하는 그들도 언젠간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INFP는 지원하지 말라는 회사의 방침은, 그들의 자유.     

그러나, 지원을 받기도 전에 '판단'하는 그들의 태도는 MBTI를 떠나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INFP는 회사 다니면 안 되나?

난 20년 넘게 잘 다니고 있는데.     

문득, 근거 없이 판단하는 그들의 MBTI가 몹시나 궁금하다.

아마 누군가는, 그 무리에 끼기 위해 자신의 MBTI를 속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 속의 한 줄 감상 코너 

 

리처드 로어는 인간의 성격을 분류하는 다양한 유형론( 점성술, 히포크라테스의 기질론, 에른스트 크레치머의 체형론, 카를 구스타프 융의 유형론, 마이어스-브리그스 유형지표, 카렌 호니의 유형론등)을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도 한 장 연구하는 것이 그 나라를 직접 ‘경험’하는 것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 어떤 유형론이나 취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개인의 독창성, 독자성 및 특성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특수한 ‘표지’의 분류용 칸막이로 밀어 넣을 위험, 그리하여 개인을 딱 잘라서 최종적으로 고정시켜 버릴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인간의 행동에 대한 표준적 전형을 발견하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고 동시에 모든 것이 확정된 상태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때만 의미를 갖는다. 

『내 안에 접힌 날개』- 리처드 로어, 안드레아스 에베르트 

     

INFP가 회사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통념과 달리 20년 넘게 회사생활을 잘하고 있는 스테르담 작가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성격유형의 한계를 잘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는 할 수 있으나 그것이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죠. 리처드로어의 지적처럼 개인의 독창성, 특성이 무시된 칸막이 식의 분류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특수성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듯합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그래서 간단하지 않은 듯 합니다. 구독자님의 성격유형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카테고리화된 유형이 담아내지 못하는 구독자님만의 특수성은 무엇인지요? 질문과 함께 10월의 레터를 전합니다.      

 

구독자님의 특수성이 발견되기를 빌며 

나모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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