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보내고, 11월의 첫 주를 맞이하며 구독자님께 글 쓰는 마음이 도착했습니다. 풍요로운 자연의 계절, 가을이 점점 멀어지는 것은 왠지 안타깝지만 또 다가오는 겨울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대로 가을을 떠나보내기 못내 아쉬워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낙엽 위를 걷고 있어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가을이 내려앉은 길을 바스락바스락 걸어보지요. 한때는 푸릇푸릇한 잎이 울긋불긋 물들고, 끝내 힘없이 바사삭 부서지는 모습들을 보며, 생기 넘치던 잎이 쓸모를 다하여 낡아버리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깊어지는 것이었어요! 내년을 기약하며 부서지는 울림을 발끝으로 느끼며, 드는 나이만큼 깊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이렇듯 자연을 걷다 보면, 굳이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그 자체로 위로를 건네는 것들이 있어요. 김채원 작가님의 글에서도 자연이 건네는 꽤 단단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 writing한 글쓰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쓸모없는 것들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글: 김채원 작가
사람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면 가슴도 같이 답답해지고, 숨 쉴 틈 없이 바쁠 때면 어깨가 묵직하니 말이다.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면 어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몸만 늙어가는 나 자신이 소름 끼치도록 낯설다. 이러다 100살을 코 앞에 두고도 "100살이나 먹고도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구먼."하고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 내가 살아있다는 게 무서울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같은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 떠오르면 운동화를 신는다. 그리고 무작정 걷는다.
나의 걸음에는 목적도 목표도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보면 햇빛도 만나고 바람도 만난다. 강렬한 태양빛으로 어두워진 마음을 비추고 선선한 바람에 축 늘어진 몸을 살짝 말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때부터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몇 년을 살았는지 모를 나무들과 이름 모를 꽃과 풀, 모습을 감추고 목소리만 들려주는 새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당장 나에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쓸모없는 것들에게 위로받고 나면 나의 쓸모를 고민했던 일이 멋쩍어진다. 자연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데 고작 내가 뭐라고 방황을 하나 싶다.
생각해 보면 나는 평생 쓸데없이 나의 쓸모를 증명하려 아등바등 했던 것 같다. 수능 점수로 내가 얼마나 쓸모있는 학생인지 증명하려 늦은 밤까지 공부를 했고, 유능한 인재인 척 면접을 통과해 직장도 얻었다. 불쾌한 말도 웃어넘기고 무리한 요구도 다 받아주며 남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쓸모 있는 사람의 최대 단점은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진다는 것임을 끄때는 알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평생 쓸모 있는 사람인 척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생이 그러겠지.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쓸모를 따지기보다 그저 존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몇 년이나 곁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다 함께하게 됐는지도 모르지만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몇 년을 살았는지 모를 나무와 이름 모를 꽃과 풀, 그리고 새들은 그저 그곳에 존재하며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데, 우리는 끊임없이 쓸모를 증명하려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문장이 가슴에 턱 하니 걸려버렸어요. 목적도 목표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던 길 위에서, 자연이 건네는 이야기들을 찬찬히 눈으로 읽어냈던 채원 작가님의 모습은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습니다.
삶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함이 생길 때마다 자연을 관찰하면서 동물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이가 또 있습니다. 오늘은 자연이 주는 지혜를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 <...라고 말했다>를 소개합니다.
잘 읽어보셨나요? 아이일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서툰 우리에게, 자연이 건네는 위로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심어줍니다.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구독자님이라면, 지금 당장 자연을 만나러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자연의 위로를 건네며, 글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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