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놓인 삶에 대한 온전한 충실감

좋은 글쓰기를 열망하는 당신에게

2023.03.31 | 조회 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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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독자를 만났습니다. 제주여행 중에 성산읍 한 해변가 책방에서 제 책을 발견했다며 "글을 써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날은 하루종일 현장 취재로 지쳐있던 때라 짧은 응원의 한마디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습니다.

벌써 저의 두번째 책을 출간한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마치 꿈처럼 지나간 시간이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고해서 강렬한 무언가가 찾아올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어요. 워낙 주변에서 들떠 있다 실망하는 분들을 많이 봐온 덕인지도.. 덕분에 가끔 찾아오는 기회(강연과 북토크, 칼럼 기고 등)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간혹 <유일한 일상>을 다시 읽어보는데요. 부끄럽습니다. 조금은 힘을 빼고 써도 좋았을 건데. 그런 페이지를 발견할 때마다 빈 여백에 낙서하듯 기록합니다. 다음 책 출간까지 더 풍부하고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살아가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듯 기록합니다.


글을 쓸까 책을 쓸까 고민이라면

-첫 책 출간 후 1년

글 : 영글음

첫 책을 낸 지 딱 1년이 되었다. 영국에서 종이접기 수공예 작가가 되어 고객들과 만나며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다. 출간기획서를 써서 출판사에 보내 계약을 하고 원고를 쓴답시고 매일 글과 씨름하던 시간이 이제는 안갯속 풍경처럼 아련하다. 그땐 꽤 괜찮은 글을 써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읽어 보니 얼굴이 빨개져서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다.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감정과잉이 그대로 드러났으며 불필요한 수식어가 많고 과장된 비유법이 널렸다. 초입부가 지루해져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부족한 글도 있고 내용 자체가 재미없는 일화도 있다. 출간 전에는 괜찮았던 표지도, 제목도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글을 세상에 내놓았다니 할 수만 있다면 모두 수거하고 싶었다. 책은 잘 안 팔렸다.

나에게 출간의 과정은 현실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 비해 책 내기는 쉬워졌지만 독자 찾기는 어려웠던 시대에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 안에 메세지를 담는 힘도 부족하고 책을 냈어도 그걸 팔아 낼 홍보 능력도 약했으며 아직 덜 읽고 배워야 할 게 산더미였다.

부끄러움 끝에 내가 찾은 결론은 "다시는 먼저 책을 내지 말자"는 것이었다.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들어온다면 모를까 기획서 들고 뛰어다니며 책 내려고 발버둥 치지는 말아야겠다, 그 대신 글쓰기 실력을 높이자, 하고. 그런데 얼마 전 읽은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자신이 쓴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피면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점검하는 것, 그러다 때로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가끔은 '나 글 진짜 못 쓰는구나'라고 자학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 본문 중에서

장강명 작가처럼 유명한 사람도 나와 비슷한 걸 느끼는 거였어? 글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옛 글에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할 다리처럼 생각되자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책을 쓰라고 말한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편의 글을 쓰다 보면 다양한 시선을 던지며 구석구석 살피게 되며 예상되는 독자의 비판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며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고. 책을 낼지 말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담아, 책 한 권의 분량이 되는 글을 써내는 것이라고.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다르다. 써냐애 할 글의 분량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책에는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책 쓰는 것보다는 글 쓰는 게 목표를 두는 것이 나은 일이라 생각했다. 출간에만 치중하는 것이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여겼던 것 같다. 생각이 바뀌었다.

책을 쓸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기획으로 여러 편의 글을 써보는 것. 실제 그것이 책으로 나올지 말지는 훗날의 이야기이고, 설령 안 나오더라도 하나의 주제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글로 풀어내는 과정은 꽤 괜찮은 글쓰기 단련법이지 않을까. 

올해 목표를 수정했다. 책을 낼 생각으로 글을 써보자. 핵심은 "책을 내자"가 아니라 책을 낼 생각으로 "글을 써보자"에 있다. 첫 책을 낸 뒤 자괴감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책 같은 건 다시는 내고 싶지 않은데 더 잘 쓰고 싶어서 이런 목표를 잡았다. 그래도 책 한 권에 75,000자를 담았던 첫 출간의 경험이 용기를 북돋아준다. 한번 해봤으니 또 할 수 있잖아? 하고. 잘 익은 막걸리 한 사발 하면 캬~ 소리가 절로 나듯, 내 글도 잘 숙성되어 언젠가는 캬~ 소리가 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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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부르는 질문

여러 곳에 밑줄 그었지만 "'책을 내자'가 아니라 책을 낼 생각으로 글을 써보자"라는 문장이 좋았습니다. 삶은 어쩌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낯선 이들을 만나고 집으로 귀가하는 밤이면 혼자 중얼거리곤 합니다.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만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라고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한 일상속에서 힘껏 살아내며 흥미로운 목차를 써내려가는 당신을 응원하며 레터를 마칩니다. 잔뜩, 행복하세요. 

 

싸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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