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별다른 할 말도 없고 쓸 거리도 없어요." 지난해 12월에 만난 K의 말입니다. 그는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두 딸아이의 아빠인데요. 궂은 날씨에도 건설 현장을 누비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청년이었어요. 투박한 손가락 사이로 연필을 쥐고 몇 줄 적다 괴로워하더군요.
그럼, 인터뷰라도 나누자며 대화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쭈뼛거리다 공감하는 바가 생겼는지 어렸을 적부터 산전수전 겪었던 삶의 궤적을 낱낱이 말했는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거예요. 문제는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대화는 멈출 기미가 없었어요. 길어지는 것 같아서 마무리하려고 하니까 외치더군요. "아직 못한 얘기가 있어요!"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말했죠.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문장을 매일 온몸으로 느끼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레터는 '쓰기 근육'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펼쳐집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
그럼 구독자님께 전하는 서른여덟 번째 편지 시작합니다.
<팀라이트 이달의 작가> 는 춘프카입니다. 산문집 '유일한 일상'에 담긴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첫 취재 경험을 떠올리며 쓴 글인데요. 정작 매체를 통해 보도될 순 없었지만, 귀한 의미를 새겼던 시기였어요.
첫 취재원을 기억한다
첫 취재는 기사화될 수 없었다. (...) 죄송한 건 할머니였다. 사정을 설명드렸고,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는 별다른 말씀 없이 괜찮다고 되려 나를 위로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마음을 정했던 것 같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는지 더 명료해졌으니까.
'첫 취재원을 기억한다' 본문 중에서
이번 주<writing한 글쓰기>의 주인공은 글향 작가님입니다. 지속적인 쓰는 삶을 위해서는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잠깐 멈추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겠죠? 작가님은 '쉼' 이후 깨달은 바를 진솔하게 기록하셨어요. 같이 읽어볼까요?
글쓰기 쉼표를 찍기로 했다
한동안 글쓰기를 쉬었다.
공저 프로젝트를 마친 후 기쁨과 동시에 방황이 시작된 것이다.
두 번의 공저 끝에는 이제 진짜 내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그 고민 속에는 약 50%의 부정적인 기운들이 들어있었다.
'열정'에서 발견한 10%의 욕심
'희망'에서 발견한 10%의 욕망
'진심'에서 발견한 10%의 흑심
'주관'에서 발견한 10%의 독선
'자신감'에서 발견한 10%의 두려움
진짜 내 것을 만드는 것에 욕심, 욕망, 흑심, 독선,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기운이 들어 있었고 그 기운들이 나의 글쓰기를 가로막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글 생활을 돌아보자 마음먹었고, 학생들에겐 방학이, 직장인들에겐 휴가가 주어지듯 글쓰기에도 쉼표 찍기를 해보자는 의미로 약간의 의도 하에 보름 정도를 쉬었다.
쉼표 찍기를 하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생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의문투성이고,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은 정리할 수 있었다.
글쓰기 쉼표 찍기 후 정리된 생각들을 끄적여본다.
1.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묻지 말고 그냥 쓰자. 쓰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되겠지. 그러니까 '내 것'이라는 결과물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2. 글이 안 써질 때는 굳이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나? 글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면 과감히 접어두고, 일상을 즐기자. 일상을 즐기다 보면 다양한 글쓰기 소재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3. 글쓰기 동료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자. 그 동료가 나의 글쓰기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4. 지칠 때는 글쓰기 전을 떠올려보자.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었던 글쓰기의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매 순간 글쓰기를 준비하자.인생의 끝없는 여정에 이보다 더 든든한 친구는 없을 것이다.
생각노트에 이런 것들을 끄적여 놓고선, 또다시 마음을 가다듬어보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쓸모없는 고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렇게 또 '그냥' 쓰고 있을 테니까.
1990년, 현대무용의 전설적 거장 마사 그레이엄이(그때 이미 아흔을 넘긴 고령이었죠)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기자가 "무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한국의 무용학도들에게 한말씀해주십시오."라고 묻자, 미사 그레이엄이 딱 잘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Just do it"
다가오는 1월 29일 토요일 밤 9시 '글쓰기'를 주제로 인사이트나이트가 진행됩니다. 강연자는 마마뮤 작가님과 저 두 사람인데요. 조금이라도 쓰기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구독자님은 글을 써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나요? 무엇이라도 좋으니, 첫 문장을 적어보세요. '작가'라는 정체성을 띈 모두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응원할게요!
싸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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