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추억하려 애쓴다

우리가 추억하려는 이유

2023.06.09 | 조회 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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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 덕분에 산책을 즐기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집 근처를 산책하며 동네를 탐방하다가, 우연히 공중전화를 발견했어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하는 흉내를 내보았지요. 순식간에 그 옛날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한 듯 신나기도, 애틋하기도 했습니다. 추억을 간직한 옛 물건을 보며 잠깐 신이 났던 제 모습에 함께 걸었던 언니도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그 모습을 또 추억하고 있더라고요. 우린 추억을 추억하려 애쓰며 한동안 공중전화 부스에 머물렀습니다. 아쉬운 듯 그 자리를 벗어나며 공중전화가 가능한 오래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구독자님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오늘은 추억에 깃든 의미를 파헤치며, 또 한 번 삶을 돌아보게 하는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을 소개하려 합니다.


✍🏻 writing한 글쓰기

 

추억을 위한 추억

글: 스테르담 작가

첨부 이미지

 

추억은 선택적 결과물이다.

저 멀리 지나간 어느 시간에,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억은 생각과 경험 그리고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복합적인 것들이 얽히고 설켜 기억을 더듬게 만들고, 그것을 돌이켜 더듬어 나아가는 과정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르는 것이다. 추억은 그 과정에서 여과된다. 더듬어 아픈 추억은 배제되거나, 아니면 오히려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라는 말미가 된다. 또는 좋았던 걸 붙들려 노력하고, 그것은 과장되거나 미화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이 그 증거이자 결과이다.

 

내게 있어 좋지 않았던 건 '경험'이고, 좋았던 것은 '추억'이다.

추억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은 경험으로 승화하고, 좋았던 건 더 좋게 기억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기억'과 '추억'의 차이도 이야기해야겠다. '기억'은 감정이 배제된 이성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것이 감정과 엮여 그 어떤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것은 '추억'이다. 고로, 마음이 요동하느냐 그러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둘은 구분된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역학은, 기억하지 않으면 추억할 수 없다는 명제다. 기억을 해야, 그것이 감정을 요동할 수 있는지 판명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기억 없는 추억은 있을 수 없으며, 그렇다면 그것은 상상이나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재밌는 또 하나의 명제가 도출된다.

잘 기억하면, 잘 추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좋지 않았던 것들도 '경험'으로 고착되기 전에, 좋은 것으로 기억한다면? 아니, 반대로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 잘 기억하려고 했던 그 노력이 '경험'이란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추억을 추억하려 애쓴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되새기고, 떠올려 의미를 찾는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그것은 여러 겹의 필터를 투과하여 나쁜 것들이 걸러진 조금은 더 순수한 무언가를 얻는 것과 같다. 그 여과물이 내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좋았던 것이 나쁜 것이 될 수도 있고, 나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 삶이 그렇다. 때론 좋고, 때론 실다. 때론 의미가 한가득인 것 같지만, 또 인생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마음의 요동을 오가며 얻은 이러한 깨달음은, 추억을 추억하며 얻은 선물이다.

 

기억과 추억엔 경계가 있다.

그러나 추억을 추억하면 그 경계가 사라진다. 경계가 사라진 개념은 자유로워진다. 그 개념을 얻은 자 또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끊임없이.

추억을 추억하려는 이유다.


 

✍🏻 글을 부르는 질문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가 추억을 추억하려는 이유를 되새겨 봅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되새기고, 떠올려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나쁜 것들이 걸러진 순수한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여과물이 삶에 있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어쩌면 허무할 수 있는 큰 깨달음을 선물합니다. 

✨ 문득 궁금해집니다. 구독자님의 오늘은 어떤 추억이 쌓여있나요? 훗날 오늘의 추억을 또다시 추억하는 날이 오겠죠. 뜻밖의 선물처럼 말이에요.    


 

수년 동안 비싼 값을 치르면서 나는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높은 산과 대양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내 집 문 앞 잔디에 맺혀 있는 반짝이는 이슬방울이었다.

_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레터의 마무리 글귀를 적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채우지'라는 막막한 기분이 들어요. 아마도 한 편의 편지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발견한 글귀랍니다. 오늘만큼은 내 눈앞에 반짝이는 추억이 이슬처럼 방울방울 맺히는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추억을 추억하며, 글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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