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을 앞두고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저녁시간은 한 달 전의 더위가 무색한 완연한 가을느낌입니다. 더위가 한풀 꺾여 다행인, 너무 늦게 오지 않던 가을이 성큼 다가와 반가운 지금 구독자님 안녕하신지요? 창밖에 들리는 귀뚜라미소리가 그리 정겹고 반가워 제 마음이 웃고 있습니다. 안치환씨의 노래 <귀뚜라미>는 좀 처연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나 여기 살아있소' 하는 독백은 강인한 힘을 느끼게 해줍니다. 참 힘든 여름이었는데 올여름이 앞으로의 나날 중에 가장 시원한 여름일 거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잠시 잊힐까 두렵지만, 그래도 지금은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 집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 때문인지 거리도 상점도 시장도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하고, 긴소매옷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계절에 산책,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에게서 뜨거운 여름보다 더 밝은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주인손에 이끌려 정기적인 외출을 하는 강아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늘의 새도, 곤충도, 나무도 웃고 있는 듯합니다. 꼭 소리 내어 웃지 않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 Writing한 글쓰기
오늘은 글향작가님의 < 해퍼 바이러스 조심! 가짜웃음>이라는 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마음 없는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의 차이를 재미난 예를 소개하시는 글이 구수합니다. 된장냄새가 은은히 베어옵니다. 왠 된장 이야기냐고요? 궁금하시면 함께 글 속으로 들어가 보아요.
해퍼 바이러스 조심! 가짜웃음
어느 주말 저녁,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려보다가 '킹더랜드'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요즘 대세 이준호 배우와 너무 예쁜 임윤아 배우가 연인으로 나오는 드라마였다. 도저히 안 볼 수 없는 비주얼 커플이지. 훈남 훈녀 배우들의 모습에 제대로 눈 호강을 시켜주겠다는 마음으로 잠시 채널을 고정시켜 보았다. 당시 극 중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다.
"우리는 누구?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선물하는 사람.
오직 고객을 위해!!!
헤르메스~~~"
극 중 천사랑(임윤아)은 킹더랜드라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진심인 그녀는 고객에게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상사로부터 웃음 교육을 받고 있었다. 티브이를 보던 나도 따라 해 보았다. (입꼬리를 잡고 끌어올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함과 동시에) "헤르메스~~~" 옆에 있던 남편의 입꼬리를 잡아 올리며 "해봐. 헤르메스~~~" 했더니, 헤르메스 대신 고개를 저으며 쯧쯧쯧 혀를 찼다. 요란한 제스처를 흉내 내며 배시시 웃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재밌게 웃다가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의 감정, 정체는 무엇일까? 웃으면서도 묘하게 공허해지는 것 같은 느낌. 웃음 속에 들어있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웃음 연습까지 하면서 짓는 미소, 그것은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 모두 다 가짜라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내키든 내키지 않든 무조건 방출해야 할 의무를 띈 웃음은 마음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음이 생략된 웃음. 나는 그것을 가짜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일상에서도 가짜 웃음에 현혹되는 일이 참 많다. 친하지 않은 누군가와 인사를 나눌 때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계산된 미소. 헤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원 없이 날려주는 웃음. 아무래도 무표정한 얼굴보다야 더 친근하고 상냥하게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남용할 때였다. 가짜 웃음이 우리를 잠시 현혹할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쏟아내야 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건강에는 몹시 해로울 터이니... 결국 백 번을 헤르메스~~ 하며 연습하고 노력해 봤자 가짜는 가짜일 뿐.
그렇다면 '진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건 어떤 순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이들과 일상 해프닝을 툭툭 쏟아내며 배꼽을 잡고 깔깔깔 구르는 현장. 배가 콕콕 쑤시고 결려서 아파죽겠는데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그런 순간들. 기억을 더듬다 보니 너무 옛날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어쩐지 서글프다. 최근에는 그렇게 온마음을 다해 웃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마음도 따라오는 진짜 웃음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아낌없이 방출하며 살고 싶어졌다. 글을 쓰다 보니 지금 나에겐 그런 웃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고 하지만, 그 미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 마음은 안다. 이제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미소보다, 내 마음이 인정하는 깊고 진한 웃음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웃음은 된장 같은 것이다. 다른 재료들과 섞여도 결코 본연의 맛을 잃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 오히려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것.(갑자기 미소 된장국이라는 음식도 떠오른다.) 나는 우리가 된장처럼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진짜 웃음을 많이 쏟아냈으면 한다. 오늘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 책 속의 한 줄 감상코너
고상한 성격과 뛰어난 두뇌, 낙천적 기질과 명랑한 마음, 튼튼하고 아주 건강한 신체와 같은 주관적인 자산, 즉 “건강한 신체에 깃드는 건강한 정신”이 우리의 행복에서 으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모든 자산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
<행복론> 쇼펜하우어
글향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고 싶은 글로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중의 일부를 발췌해 보았습니다. 행복의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건강한 정신을 강조하며 그중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명랑한 마음을 강조합니다. 바로 이 명랑한 마음은 웃음으로 이어질 것 같네요. 마음이 즐거우면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되어 있고 반대로 마음이 어두우면 무표정이거나 우울한 표정이 되죠. 킹더랜드 속의 직원들이 웃음 연습을 하기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 인위적이라면 글향작가님이 이야기한 마음이 인정하는 깊고 진한 된장 같은 웃음이 자연스러운 웃음일 것 같습니다.
웃음이 소비되고 강요되는 세상은 역설적으로 웃음이 없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가짜웃음 아닌 진짜웃음을 위한 명랑한 마음이 우선 필요할 것 같네요. 이 가을 구독자님의 명랑한 마음, 명랑한 삶을 기원합니다.
귀뚜라미 소리를 담아
나모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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