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매일 읽고 쓰는 춘프카입니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내겐 우리 이야기가 가장 아름다워
영화 <업>
몇 시간 뒤면 제주도로 떠납니다. 짧은 2박 3일 일정인데요. 한참 짐을 싸놓고서야 겨우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장황하게 밑밥을 까는 이유는, 제가 쓰는 레터가 조금은 두서없을 수 있음을 예고하기 위함입니다. 넒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
먼저,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어떤 풍경으로 짧고도 길었던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어요. 2차 접종 후, 컨디션을 차근차근 회복하는 아내 대신 어설픈 요리를 준비했고요. 이제 막 16개월 된 아들과 단 둘이서 서점도 다녀왔습니다.
녀석이 주변 곳곳을 신나게 누볐어요. 시집부터 소설, 에세이, 부동산, 주식 등 종류를 막론하고 막 꺼내고 던지는데, 쫓아다니며 줍기 바빴습니다. 겨우겨우 이쁜 누나를 발견하고서야, 아이가 침착해지더라고요. 들고 있던 책을 그대로 바닥에 놓고, 한참을 쳐다보면서 무어라 중얼거리는데 '역시 내 아들이구나!' 했습니다.
식당도 들렸는데요. 이른 오전부터 조금은 초췌해 보이는 남자와 어린아이가 식사를 하고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조용히 제 곁으로 다가오셨어요. "힘내이소. 씩씩하게 잘 살아가면 됩니다. 아들 계란 먹지요? 계란 후라이 서비스로 해드릴게요."
그때 당시에는 몰랐어요. 막상 이렇게 쓰면서 회상하니까, 무언가 마음이 저릿하네요. 제가 가엾어 보였나 봐요. 어쨌든 저와 아들은 씩씩하게 계란 후라이 3개를 다 먹어치웠습니다.
아이가 책만큼이나 흙을 좋아하는데요. 아파트 주변에 어르신들께서 심어놓으신 텃밭만 가면 고추, 가지, 상추 하나하나 직접 살펴보고 만져보고... 도통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시장을 들렸습니다.
상추 씨앗을 사고, 크고 넑찍한 화분도 구입했어요. 흙은 어디서 구하면 되냐고 여쭤보니까, 집 주변 산에 가면 있다고 하셨어요. 삽을 구해 뒷산을 올라 땋을 파기 시작했고, 집 주변 적당한 위치에 화분을 놓고 흙을 부었습니다.
마지막 씨앗을 뿌리는 일만 남았는데요. 여러 자문을 통해 배운 대로 작업하려 했지만, 신난 아들은 이곳저곳에 흩날리더라고요. 성공적인 작업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기뻐하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어요.
물론, 틈틈이 글도 썼어요. 출간 준비로, 퇴고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초고를 쓰는 것보다, 다시 읽고 수정하는 부분이 더 뭐랄까요. 깊은 과정이라 느꼈습니다. 배운 점도 많고요.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럼, 9월 25일자 '글쓰는 마음' 시작합니다.
쓰는 마음
스테르담 작가님은 말합니다. "우리가 필력만 있으면 글을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중심에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없고 필력이 없는 것보다, 소위 말하는 필력은 없어도 나를 제대로 인식하면 글은 써진다."
내 삶을 바꾸는 힘, 사전적 의미를 떠나 작가님이 직접 소개하시는 필력에 대한 다섯 가지 의미를 함께 읽어볼까요?
글쓰기를 글쓰기
마마뮤 작가님은 언제나 친근합니다. 따뜻하고, 정감어린 분이죠. 기대고 싶은 그런 사람, 고백하건데 제가 애정하고 있습니다. 🤞
매일 쓰다 버릇하면 펜을 놓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우린 글 쓰는 기계가 아니니까 가끔은 쉼이 필요한데요. 마마뮤 작가님은 그때 심정을 고스란히 문장으로 담아내셨어요. 같이 읽어볼까요?
글 쓰는 날들
잘 안 써져서 쉬었습니다.
첫 번째 브런치북을 발행해보고 스스로 뿌듯함에 잠시 젖어 있었다. 물론 모든 기획부터 쓰는 과정을 거쳐 가상이지만 하나의 '책'이라는 형태로 나의 글을 엮어보는 경험은 상당히 긴장감 넘치고 그만큼 온 기운을 쏟아 넣어야 하는 일이었다. 나 스스로 모든 과정의 검증을 거쳐야 하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또 확신이 서질 않다 보니 완성을 하고도 한참 동안 '발행'을 누르기가 두려운 맘이 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한번 주사위를 던져보자 하는 생각으로 발행에 이르렀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피드백도 들어오고 또 구독해주시는 분들도 생겨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실제 책을 출간하시는 작가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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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그렇지 않던가. 뭔가에 전력을 다해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면 그 후에 찾아오는 허탈감을 꼭 마주하게 된다는 것. 마치 풍선에 바람 빠져나가듯 알 수 없는 허전한 마음에 한동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게 끝이 아닐진대 하나의 스타트를 끊어놓고 이렇게 맥이 탁 풀리다니, 앞으로 어떻게 더 전진을 할 샘인가 말인가 싶어 스스로에게 끌끌 혀를 찼다. 게다가 실제 출판을 한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유난인가 싶어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껏 살아오며 그래도 내 경험상 얻은 나름의 지혜라 한다면, 뭔가가 잘 안될 때는 그냥 놔버리는 게 답이다. 그걸 붙들고 있는다고 해서 갑자기 신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무기력함을 뚫고 나갈 돌파구가 어디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물 흐르듯 나의 감정과 몸 상태에 모든 걸 맡기고 놔두다 보면, 슬럼프도 양심이 있는지 어느샌가 슬그머니 물러가곤 한다. 그렇게 잠시 '떠남'을 경험하면 자연스레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인간의 놀라운 회귀본능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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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부터 조금 멀어진 생활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존감이 참 많이 낮아져 있었던 것 같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남편이 별 의도치 않은 말을 툭 던져도 쉽사리 화가 나는 일이 많아졌었다. 결국은 그게 내 안에 자리한 못난 마음, 바로 열등감을 스스로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겠기에 더 화가 나곤 했다.
어떤 문제이든 원인을 알아내면 사실 그 실마리를 찾는 건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라는 말처럼 갑갑하고 절망적인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나는 스스로가 문제를 알면서도 딱히 벗어나지 못하는 데 더 화가 났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브런치는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 되어 주었다. 나의 과거, 나만의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리며 그 누구도 내게 주지 못했던 '치유'가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글쓰기의 이런 위력이라니...
생각을 정리하며 나만의 스토리를 탄생시키면 그걸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많으 분들이 계셨고, 아주 오랜만에 나도 꽤나 잘할 수 있는 게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주 조금씩 자신감이 돌아와 주었다.
어릴 때 미국에 사시는 외할머니께 꽤나 자주 편지를 써 보내 드렸는데,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우리 손녀딸은 글재주가 이렇게 좋으니 이다음에 작가가 되면 참 좋겠다고... 물론 손녀딸이 무엇을 써 보낸다 한들 기특하다 생각하실 할머니셨으니 그다지 객관적인 칭찬도 아니건만, 나는 그 말씀을 들으며 내슴 무의식 속에 글쓰기에 대한 '꿈'을 한 주머니 담고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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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책상 앞에 앉았다. 조용한 밤 스탠드 불빛 아래 따뜻한 차 한잔 홀짝이며 타다닥 자판이 자아내는 소리를 듣는 이 기분이 반갑고 좋다. 역시 대상이 무엇이든 가끔씩은 떨어져 지내는 게 관계 유지에 더없이 좋단 생각이 든다. 사람 관계도 각자의 시간과 영역이 존주아 받을 때 오히려 더 건강하고 원만한 사이가 될 수 있건만, 하물며 글쓰기라고 예외가 있을까. 버겁게 느껴질 땐 가끔 비켜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시금 머릿속 스위치를 켜고 생각에 잠겨본다.
지극히 일상적인 제 삶의 기록을 서두에 풀어냈는데요. 평소랑은 다른 결이라, 어떻게 다가갈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용기 내어 편지를 끝까지 써내봅니다.
이번주 토요일 실시되는 9월 인사이트 나이트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스테르담, 스티브 작가님의 주옥같은 강연이 진행되니까요! 🙌
그럼, 다음 레터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사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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