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일상 속 여운 그리고 독서

2022.10.07 | 조회 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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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립 책방에서
어느 독립 책방에서

 

토요일은 제게 중요한 날입니다. - 평일은 좀처럼 아들과 놀아주지 못하거든요. - 이제 30개월된 녀석과 단둘이 힘껏 돌아다니며 놀아요. 산과 들, 바다는 물론 동네 책방도 가는데요. 그중에서도 집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물원을 자주 방문해요. 올해 벌써 스무 번은 넘었을 거예요. 덕분에 매표소 직원과 거리낌 없이 인사를 나눠요. 멀리서 저희 둘을 먼저 발견하시면 "또 오셨네요."라며 사탕이나 간식을 아이에게 챙겨 주시곤 해요. 

그날도 평소처럼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궁금하더라고요. 아이가 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잠들기 전, 다섯 권의 책을 읽지 않으면 잠들지 않는 면모를 과시하는 남자니까 뭔가 근사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물었지요.

"아들, 저분은 어떤 사람이야?"

질문을 듣곤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더군요. 혼자 예상한 답변은 '동물원 아줌마'나 '사탕주는 착한 이모' 정도였는데 뭔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밝은 미소로 씩씩하게 말하더라고요. 

"누군가의 엄마야."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아이의 시선에 울컥하더라고요. 고맙기도 하고요. 낯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 예뻐서요.

어쩌면 기약할 수 없는 인연이 참 많아지는 요즘이라 더 저릿했나 봐요. 숱한 사람 중에 계속 안부를 묻고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때론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아이의 짧은 답변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어요. 계속 가만히 있으면 아이가 걱정할 것 같아서 Chet Baker 음악을 틀었어요. 제목은 Tenderly. 

 

 

선선한 가을이 부는 시월을 맞아 '독서'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할게요. 오늘 레터에서 소개해드릴 작가님은 매월 빠짐없이 제게 안부를 묻는 분이에요. 솔직히 고백하면 사심을 담아 추천합니다. 물론 사심을 걷어내도 좋은 글이니까 안심하고 읽어주세요. 그럼, 시작할게요!

 

 


✍ writing한 글쓰기

 

독서라 말하고, 나를 읽습니다

나를 느끼게 하는 책의 말들

글향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니 아침이었다. 전날 읽으려 했던 책을 베개 삼아 잠을 잔 모양... 늘 이 모양으로 책을 대했던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책만 펼치면 잠이 쏟아졌고, 남들이 권하는 유명한 책도 호기롭게 시작은 했으나, 끝까지 완주한 기록은... 글쎄... 깊이 생각해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좋아했지만,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질문들이 던져졌다. "죽는다는 게 뭐지?", "삶이 계속된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만 했다. 너무나도 절실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냥'이었다. 읽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책 냄새를 맡는 것은 좋아했기에 습관적으로 옮기던 발걸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음을 쏙 뺀 채 읽었던 독서는, 그날 이후 마음을 가득 담은 채 읽는 독서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음에 닿는 문장과 마주할 때 오는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어떤 책이었는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날 나를 이끌었던 책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모든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곳'이라는 글귀가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던 <오두막>이라는 책이었다.

 

슬픔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헛된 거였어. 그가 혼잣말로 중얼댔다. '거대한 슬픔'은 더 이상 그의 정체성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 짐을 짊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시가 섭섭해하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그가 그 짐을 짊어지고 괴로워한다면 오히려 미시는 슬퍼할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또한 모든 것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온 죄책감이나 절망감이 없는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오두막> 본문 중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했고, 읽고 보니 내가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주인공 맥켄지는 야영지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살리려다가 찰나에 혼자 남은 막내딸 미시를 끔찍한 사고로 잃게 된다. 그 후로 맥켄지의 삶은 무너져 내렸고, 오랜 세월 동안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원망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다가 오두막에서의 치유 과정을 거치는 내용이었다. 맥켄지의 모습을 보며, 갑작스레 떠나보낸 아버지에 대한 내 마음을 읽게 되었고, 맥켄지를 따라 나 또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소설, 자기계발서, 인문학, 에세이, 수필 등 가리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에 닿는 문장을 찾는 날이면 행여 마음이 날아갈까 싶어 노트에 마구 갈겨쓰기 바빴다. 밑줄 긋고, 생각을 담으며 꼭꼭 되뇌는 독서를 했다. 그렇게 나를 읽어낸다.

책 냄새를 좋아하던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매번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책들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그림책이었다. 일반 서적은 꼼꼼히 읽는 습관에 따라 나를 읽게 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림책은 그런 절차나 과정이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또 '그냥'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나는 독서를 한다. 여러 종류의 책도 좋아하지만 내 일상에 젖어든 독서는 당연 그림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책을 읽으며 나를 읽고, 내 인생을 돌아보는 일상이 루틴이 되어버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지만, 책의 말들과 함께 나를 읽으며, 답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를 느낀다. 

 

 


✍ 글을 부르는 질문

'나를 이끌었던 책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라는 문장에 밑줄 그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잠깐 지난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고요. 위태로웠지만 버티고 견디게 해준 귀한 그런 책이요. 

 구독자님은 어때요? 나를 이끌었던 책 그리고 뚜렷하게 가슴에 남아 있는 문장이요. 

소개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요즘 읽고 있는 책 두 권을 소개하며 인사 드릴게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서간집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 입니다.

수줍은 추천과 함께 편지를 마칩니다. 그럼, 안녕!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을 것 같지 않네요. 어떤 편지든 목적지에 이르는 일은, 아무튼 제게는 늘 경이로운 일이거든요."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 중에서

 

 

 

싸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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