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가두면 자신을 해치는 독이 된다.
이야기 주머니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쓰리샷이 들어간 라떼로 아침을 열고 있는 팀라이트 라떼마마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구독자님의 아침은 어떤 풍경일까 무척 궁금하네요 ^^ 이번 한 주도 어김없이 깔딱, 깔딱, 깔딱 고개를 잘 넘기신 구독자님을 위해 정성을 담아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저는 최근에 1인 전용 글사우나를 오픈한 소식을 구독자님께 전해드립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네책방과 북카페를 오픈하는 로망을 갖고 있었는데 저의 깔딱고개를 넘기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전용 글사우나를 열어 마음의 상처가 뿜어내는 독을 뜨겁게 녹이며 글톡스를 하고있어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다 보니 삶이 팍팍하고 힘이 들었는데 어디 하나 털어놓을 곳이 없었습니다. 혼자 고민을 꾸역꾸역 먹다가 돼지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 일 때, 정말 쓰지 않고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지경까지 되면서부터 쓰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살림을 끝낸 밤 11시가 되면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습니다.
글사우나에 입장하기 위한 준비물은 간단해요. 편안한 잠옷, 페퍼민트 티, 음악, 진실함입니다.
4가지의 준비물이 세팅되면 하얀 백지의 브런치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와 함께 마음도 두근두근 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여행의 설렘으로 입안에 은근한 즐거움을 만끽하듯 자유로운 사람이 될 생각으로 입술이 실룩거리는데요,
짧으면 1시간, 길면 2시간 정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민망한 나와 마주하기도 하며 분노를 삭이기도, 종종 애달픈 자신이 안쓰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제 글과 저의 삶이 너무 멀어진 날에는 불안했고 글과 삶이 만나는 날에는 꽤 많이 웃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캐캐 묵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사우나를 통해서 딱 2시간 만이라도 병든 마음을 불리고 녹이며 자신을 돌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제 삶에 대한 마음도 함께 애틋해졌습니다.
노트북만 있다면, 종이와 펜만으로 글을 쓸수만 있다면 지금 서있는 이곳에서도 언제든 여행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 그리고 제 마음에게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매일 1g씩 쌓아가며 저의 깔딱 고개를 깔딱 깔딱 넘어가고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이 레터가 구독자님의 가빴던 숨을 길게 후~~~~ 하고 내쉴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읽으시다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다면 댓글로 좋은 소식도 전해주세요 : )
쓰는마음
저에게 글쓰기가 쉬운 이유는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싶은 욕심이 없기 때문인데요, 부담을 내려놓으니 "작가"라는 부캐가 "강사"라는 본업을 단단하게 떠받치고 지켜주는 저만의 구명조끼가 되고있습니다. 구독자님은 본업을 지속가능하게하는 사이드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모든 것을 걸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사이드프로젝트, 말은 쉽지만실천하기 주저하셨다면 춘프카 작가님의 글로 가볍게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본캐와 부캐의 적당한 간극에 대해 알려주시는 글을 소개합니다.
글쓰기를 글쓰기
"저는 말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말보다 글에서 편안함을 느껴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의외의 캐릭터가 저렇게 글쓰기를 예찬하니 궁금하다며 사람들은 저에게 물어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까지 글을 써? 글이 잘 써져? " 그 때마다 딱히 뾰족한 대답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써지던데요." 라는 언어의 한계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 질문에 나날 작가님께서는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자신만의 방법에 대해 좋은 팁을 주셨는데요, 필사로 시작해서 글쓰기로 이어지는 섬세한 이야기를 구독자님께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떻게 글을 쓰세요?"라는 질문에 '필사를 하면서 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저는 눈으로만 책을 읽지 못합니다. 눈으로만 글자를 들여다보면 한 줄도 제대로 읽히지 않아서, 꼭 펜을 들고 책을 읽습니다. 줄을 그어가면서, 형광펜을 칠해가면서. 책을 읽을 때 펜을 들고 있으면 좋은 점은, 작가와 호흡하면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감 가는 문장, 깨달음을 주는 문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장 등에 가차 없이 줄을 그어가며 내 생각을 옆에 적어놓습니다. ㅋㅋㅋ 웃음도 붙여놓고, 신세 한탄도 하고 말이죠.
제가 글을 쓰는 유일한 때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였어요. 멀쩡한 책에 낙서하는 것은 좀 아까우니 보이는 종이에 끄적끄적 좋은 문장들을 필사하고 내 생각을 적으면서 그렇게 책을 읽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책도 <월든>의 이 구절을 읽다가 시작되었거든요.
“나는 누군가가 나 같은 생활방식을 택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 그가 그 생활방식을 완전히 익히기도 전에 내가 다른 생활방식을 찾아낼지도 모르고, 나는 세상 사람들이 되도록 다양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각자가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이웃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찾아내어 그 길을 따라가기를 바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
다양한 삶의 방식이 허용되는 사회, 나와 다른 사람의 방식을 비난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던 부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다른 방식으로 사는 저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물꼬가 트인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었어요.
유튜브를 찾아보면 필사의 장점을 나열한 영상들이 많습니다. 글의 구조를 익히기 위해, 좋은 표현을 따라 쓰기 위해,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 등 여러 가지 필사의 유익한 점을 소개합니다. 좋은 문장가들이 습작할 때 필사를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책에 밑줄을 긋고, 종이에 적는 이유는 그 문장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였고, 기억해야지 하는 다짐이었고, 제 삶을 변화시킬 한 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장 밑에 제 생각을 쓰다 보면 어느새 독서는 뒷전이고 저의 이야기로 종이를 빼곡히 채우게 되었습니다.
우물쭈물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부끄럼 많은 여자가 마치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작가에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바로 제 생각이라고요." 하면서 꾹꾹 눌러왔던 말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던 시간. 필사가 목적이 아니라 내 이야기가 목적이었던 시간. 하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 가득한 사람에게 그것은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혹은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손으로 하는 명상인 필사를 권하고 싶어요.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이야기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때가 있을 테니까요.
이 글을 읽고계신 구독자님의 꿈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얼마 전 책에서 "나는 피아노치는 할머니가 되고싶어. 피아노를 친다고 해서 대단히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꼭 될 필요는 없잖아. 그냥 피아노를 치는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야." 라는 누군가의 멋진 꿈을 읽으며 난생 처음으로 꿈도 편안한 것이 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에게 꿈은 항상 무엇인가 되고자 애쓰는 마음이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었으니까요.
드라마 "나빌레라"에는 나이 일흔에 발레 무용수가 되고 싶어하는 덕출할아버지가 나오는데요, 무용수로서 대단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한번 쯤 날아보고 싶어서"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비로소 저를 스스로 꽉 묶고 있던 끈을 풀게 되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서 구독자의 꿈도 불같이 타오르다가 지치는 열정이 아니라 친정엄마 댁의 따뜻한 아랫목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진심을 담아, 라떼마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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