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은 마음에

글쓰는 마음, 열 두번째 마음

2021.07.02 | 조회 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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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글쓰는 마음, 열 두번째 편지를 시작합니다. 

Chet baker-Time After Time


요즘 비가 자주 오죠. 마치 우리 마음에 장난을 치듯 내리다 말다, 하네요. 
이런 하루 속에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가요? 비에 젖고 있나요, 우산을 쓰고 있나요? 

저는 요즘 울적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글도 잘 안써지고, 의욕도 많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오늘은 이렇게 모니터 앞에 앉아 제 마음을 줄줄 읊어볼까 싶어요. 쏟아내다보면 막막한 이 마음이 비워질거고, 혹시나 저와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는 구독자님이 제게 "저도 그래요." "저는 그럴 때 이렇게 해요." 라고 답변을 보내줄 지도 모르죠. 혹시 주저 앉은 마음을 일으키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제게 귀띔해주시겠어요?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좋다가도 울적해지곤 해요. 마음이 촉촉해지고 우수에 젖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어요.

어릴 적 어떤 순간이 생각나요. 저는 중학생이었고, 방과후 수업을 들으며 교실 창가에 앉아있었어요. 춘추복을 입고 있었던 것 같으니 아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나봐요. 당시 운동장은 모래바닥이었는데, 덕분에 물 웅덩이가 아주 많았어요. 비가 물웅덩이를 추적추적 때리는 모습을 보며 저는 '아프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물웅덩이가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툭, 툭 소리지르는 것 같았어요. 아마 그 즈음부터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때의 그 감정도 메모장에 적어뒀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을 이렇게 오래 간직하는 거겠죠? 

저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있어도 속절없이 맞는 기분이 들어요. 몸은 분명히 우산으로 잘 가리고 있는데, 마음은 추적추적 그 물웅덩이가 되는 거에요. 

이 비를 맞은 마음에, 누가 바람을 불어줄까요? 

 


쓰는 마음 

이번 달부터 쓰는 마음은 한달에 한번 팀라이트의 작가님을 선정하여 선정 작가님의 소중한 글을 보내드립니다. 

스티브 작가님의 첫번째 글은 지난 문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에 대한 영어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마드리드에서의 문체부 일행 수행과 바르셀로나에서의 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회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일행 수행을 맡으시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현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생생하게 옅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글쓰기

글을 쓰면서 마음의 안정을 받을 때가 있죠. 일기가 대표적이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멋진 에세이가 되곤 합니다. 마마뮤 작가님은 글을 쓰면서 자존감 회복에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는데요. 구독자님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쓰면서 치유받는 삶

나는 어려서부터 그랬다. 뭔가 속상하거나, 대단히 화가 나거나,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될 때면 모두 일기장에 써 내렸다. 그렇게 난 마음속의 감정과 생각들을 써내리는 것이 어려서부터 익숙했던 것 같다.

사실 직장에 다니고 삶이 바빠지니 맘먹고 일기를 쓴다거나 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간단하게나마 소셜미디어에 생각을 잘 표현하곤 했는데, 그 조차도 결혼 후 아이 출산과 동시에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나는 감히 글 따위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육아전쟁의 필드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으니까..

언제까지나 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내 인생은 커리어 우먼의 정점에서 피날레를 찍게 될 거라는 생각만으로 인생을 살아왔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맘이 된 이후로는 사실 알 수 없는 작아짐과 자존감의 무너짐을 서서히 경험해 가고 있었다. 아무리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지만, 이건 정말 그다지 머릿속에 그려보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자존감에 대해 그리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었는데, 이 감정이 쪼그라드니 사람이 우스워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상대는 별 의도가 없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곡해'하는 건 온전히 자존감 게이지가 바닥을 친 내 몫이었다. 자연히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도 좋을 리가 없었다. 스스로를 자꾸 지하세계로 끌어내리는 나로 인해 모든 관계가 불안정 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없이 바닥을 치던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린 해법은 단 한 가지였다.

다소 준비 없이 다가왔던 브런치가 그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금 글쓰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사실 예전처럼 나의 다양한 감정 상태를 바로 글로 옮기지는 못한다. 생각보다 여전히 아이는 손이 많이 가고, 육아와 살림에 치이다 보면 온전히 차분하게 생각을 하고 글을 적어 내릴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찌 됐건 혼자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는 순간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를 들으며 내 머릿속 생각들을 한 자 한 자 끄집어내는 일이 즐겁다. 희한하게도 글을 씀으로써 칭찬받고 인정을 받으며 바닥을 긁고 있던 나의 자존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는 비약과 곡해란 없었다. 나에게 있어 ''이란 그렇게도 놀라운 치유제였던 것이다.

브런치라는 곳은 참 희한하다. 각양각색의 수많은 작가님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에 한없이 공감하며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브런치는 그렇게 '치유'가 존재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아주 훌륭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삶이 이 곳에 담겨 있고, 우리는 그 삶 속에 존재할 뿐이다.

얼마 전 접하게 된 세바시 강연에서 소설가 김영하 작가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단 몇 문장 만으로도 과거의 나, 어두운 지하실을 열어젖히는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행위가 필요한 이유는 과거의 자신과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글을 쓰는 동안 제 아무리 복잡한 심정이라도 언어의 논리로 써내리면 이 논리적 과정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숨어 있는 어두운 감정들을 언어화해서 쓰는 동안 우리는 그 감정 위에 올라서게 된다고 표현해 주셨다.

들으며 생각하니 왜 글쓰기가 나에게 치유제가 되었는지 끄덕끄덕하게 된다. 그는 강의 마무리를 이렇게 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어라.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마치 어떤 마법의 주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디 바비디 부~ 를 외치면 호박이 마차가 된 것처럼, 무엇이든 첫 문장을 적어 내리면 그 다음엔 어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묘한 기대감.. 아마도 그것이 우리 모두가 쓰고, 쓰고, 또 쓰는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써 내리며 나의 인생을 담고, 그 안에서 치유되는 마법. 글 안에서만 오롯이 느껴지는 충만함. 오늘도 그 감정을 향해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오늘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맑은 하늘에 천둥이 치고 이내 비가 오고, 후덥지근한 하루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젠가 구름이 걷히고 다시 해가 모습을 드러낼 거에요.

구독자님의 마음에도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면 금요일마다 찾아가는 이 레터가 조금의 햇살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비 맞은 마음이라면,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요. 

 

어느 멋진 날, 이현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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