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습관이 하나 있다.
일이 안 풀릴 때마다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오랫동안 그랬다.
사업이 막히면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자고
할 일을 더 우겨넣었다.
그게 성실함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혼자 사업을 하면 이 성실함이 함정이 된다.
내가 멈추면 사업도 멈추니까 쉴 수가 없다.
쉬면 불안하고, 일하고 나면 지친다.
그 사이 어디에도 내가 좋아하던 일은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삼성에서 5년을 일하다 올해 초에 나왔다.
뭐라도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방향이 없었다.
책을 사고 강의를 듣고 컨설팅까지 받으면서 2천만 원쯤을 썼다.
그러다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작년 5월쯤에는
"더는 못 하겠다" 싶을 만큼 지쳤다.
네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남은 감정은 딱 하나였다.
질렸다.
거기서 한 가지를 보게 됐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일을 대신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였다.
이걸 깨닫고 나서야 클로드 코드가 도구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순서가 중요하다.
도구를 먼저 배우면 신기한 기능과 사랑에 빠져서 이것저것 만들지만,
그렇게 만든 건 대부분 쓰지 않는다.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도구가 제자리를 찾는다.
그래서 나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진짜 아프게 하는 문제부터 건드렸다.
거창할 필요가 없었다.
나에게 가장 아팠던 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었다.
60~70명 수강생이 올리는 과제에 하나하나 손으로 답글을 다는 일,
그것 하나로 다른 걸 할 힘이 남지 않았다.
종이를 꺼내 두 가지만 적어 보면 된다.
- 매주 반복하는데 하기 싫은 일
- 그 일을 없앴을 때 되찾을 시간이 있는 일
이 둘이 만나는 지점이 처음 자동화할 자리다.
흥미롭게도 이건 고객을 보는 방식과 똑같다.
내 고객은 사실 몇 년 전의 나다.
번아웃 직전에 혼자 다 짊어지고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던 사람.
내가 겪은 고통에 집중해야 상품이 되고,
내가 지금 겪는 고통에 집중해야 자동화가 쓸모를 갖는다.
없는 문제를 만들면 상품으로도 자동화로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단계가 있다.
자동화하기 전에 손으로 먼저 해 보는 것이다.
문제를 찾으면 바로 자동화로 달려가기 쉬운데,
그러면 열에 여덟은 엉뚱한 걸 빠르게 반복하는 구조를 만들거나 오히려 일을 늘린다.
내가 자동화에 성공한 영역은 전부 내가 손으로 충분히 해 본 뒤였다.
직접 해 봐야 어떤 일이 진짜 반복인지, 어떤 일은 그때그때 내 판단이 필요한지 구분이 된다.
내가 어떤 순서로 이해하고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모르면 클로드한테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면 클로드가 제멋대로 순서와 기준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꼬인다.
직접 부딪혀가며 만들어낸 첫 번째 업무가 곧 클로드에게 건네는 첫 지침서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적으려 하면 안 된다.
나도 다 적어 넣었다가 과부하가 와서 클로드가 내 말을 안 듣고, 원인은 더 찾기 어려워졌다.
최소한의 기능만 먼저 작동시키고 하나씩 고쳐 가는 게 맞다.
새 직원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틀리면 틀렸다고 알려주고, 한 번에 다 주지 않고 나눠서 쌓아 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 만들지 않았다.
예전엔 부서를 여덟 개씩 한 번에 세우고 기능을 통째로 넣으려 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절반은 멈춰 있었다.
작게 만들어 실제로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다.
작은 기능으로 시험해 보고 효과가 있으면 그때 넓혀 간다.
이건 1인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완벽하게 만들려 하면 시간만 지나간다.핵심은 하나를 끝까지 하는 것이다.
자동화의 90퍼센트는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를 정하는 것이다.
한동안 좋아 보이는 걸 다 만들었다.
책 관련 도구, 감정 일기, 유튜브용까지 열 개 넘게 만들었는데 지금 쓰는 건 거의 없다.
만들다 보면 도파민이 터져서 자꾸 기능을 더하고 싶어지고,
결국 너무 복잡해져서 "이건 언제 쓰지" 싶은 것들만 남는다.
그래서 새 기능이 떠오를 때마다 묻는다.
이게 내 사업의 핵심인가. 핵심이 아니면 메모장에 적어 두고 지금 하던 걸 먼저 끝낸다.
또한, 하나를 끝까지 만든 경험이 열 개를 벌려 놓은 것보다 훨씬 멀리 간다.
이것도 1인 기업과 똑같다.
상품을 짜고 콘텐츠를 만들고 런칭까지, 한 사이클을 돌려야 개선할 곳이 보인다.
런칭은 안 하고 자꾸 다른 걸 벌이면 멀리 갈 수 없다.
절반쯤에서 멈춘 게 쌓이면 "나는 결국 완성을 못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더하기 전에 빼는 것,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하나씩 쌓다 보니 내 사업 안에 여러 부서가 생겼다.
콘텐츠를 만드는 쪽, 고객을 응대하는 쪽, 시스템을 점검하는 쪽이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돌고 나는 결과만 확인한다.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클로드 코드는 한 명에게만 일을 시키는 구조가 아니다.
큰 일을 주면 작은 일로 쪼개져 여러 개가 동시에 돌아간다.
내가 팀장이고 팀원이 실제로 일을 하는 회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사람을 쓰면 월급도 줘야 하고 갈등도 크지만, 이 구조는 24시간 돌면서 관리가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동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내가 반복되는 일을 끝까지 자동화하는 건 그게 재밌기도 하지만,
그렇게 번 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지금 이런 글을 쓰며 내가 아는 걸 전하는 순간,
자동화를 걸어 두고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는 순간,
그 시간을 벌려고 나머지를 시스템에 넘긴 것이다.
더 열심히가 아니라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렇게 되찾은 시간에 이 이야기를 쓰고 있다.
몇 년 전의 나에게 닿기를 바라며 쓰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누구에게나 같은 물음이 남는다.
시스템을 만들어 시간을 벌었을 때, 그 시간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답이 분명한 사람에게는 자동화가 도피가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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