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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그냥 재미있게 살고, 책임감 있게만 살아

📌비케이레터 잠정 휴간 안내

2025.02.03 | 조회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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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유독 올해 설과 추석 연휴는 다른 때보다 긴 것 같습니다. 구독자님께서는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을 모두 다녀왔는데 국내에서는 안동, 청송, 영덕을 해외 여행은 일본의 후쿠오카를 갔었는데 모두 처음 방문해본 낯선 곳이었어요.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겪어보지 않은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설레곤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에 읽었던 칼럼 중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느꼈던 글을 발췌하여 전해드리려 합니다. 어릴 때 저는 신문에서 사설과 칼럼을 열심히 읽고, 전용 공책을 만들어 열심히 스크랩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아마도 저와 같은 시대를 보내신 구독자분들 중에서는 저처럼 사설 및 칼럼을 모아둔 스크랩 노트를 열심히 만드셨던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논리적으로 잘 쓰여진 글을 읽으면 글쓴이의 요지를 파악하는 사고 연습을 할 수 있고, 글쓴이와 같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사설과 칼럼을 권유해 주셔서 읽었었는데,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설/오피니언/칼럼 코너를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제가 칼럼을 권유하고 있네요. :) 

오늘 전해드리는 글은 고려대 심리학부 허지원 교수님께서 쓰신 칼럼입니다. 이전에 <실패에 우아할 것>이라는 허지원 교수님의 칼럼을 전해드린 적이 있었죠.

당시에 많은 분들이 감동받으시고는 제게 이런저런 코멘트를 전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제가 느꼈던 위로와 감동이 구독자께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합니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나요?

1.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삶의 가치를 추구하라는 말들에 눌려 자기 삶에 가치가 없다고 슬퍼하는 사람들과 지내던 중 문득, 그 가치가 그 가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삶에 ‘가치’가, 정확히는 ‘쓸모’가 없다는 것에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2.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를 ‘쓸모’에 둡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아왔습니다.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야 해. 네 가치를 세상에 보여줘. 마음이 건강할 때는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동기와 자극이 됩니다. 그러나 상실과 실패를 겪어 슬픔에 차 있을 때면 이런 생각들은 우울의 충실한 씨앗이 됩니다.

‘나는 아무 쓸모도 효용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구나. 내가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3.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말들은 진실로 사실인가요, 아니면 생각인가요. 그것이 생각이라면 그 생각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요. 100% 나만의 생각인가요, 혹은 내게 의미도 없는 사람들의 잣대로 습관처럼 자신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결론인 듯 말하고 있나요. 

4. 우리의 인생은 아주 대단히 쓸모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아기들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삶에 가치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결과물을 내기 바라는 사회구조의 목소리이지, 개인의 안녕감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5.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면, 나는 잉여인간으로, 깍두기로, 그저 재미있게 살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내 삶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있게, 다만 책임감 있게만 살면 됩니다. 내 하루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6.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내공을 쌓으면서(그것이 성냥 쌓기라 할지라도) 하루하루를 보내도 바쁘고 재미있기 그지없습니다. 얼마 전 우리 집 어린이도 물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난 거야?’ ‘너 뿐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원래 그렇게 갑자기 엉겁결에 태어나. 네가 태어난 이유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말고, 태어난 김에 그냥 재미있게 살고, 책임감 있게만 살아.’

7.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인생이 대단히 의미 있고 제 삶의 가치가 높다고 믿고 있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요? 저는 정확히 압니다. 저의 빈자리는 누군가 채울 수 있습니다. 그게 어때서요. 오히려 좋습니다. 나는 자유롭게 나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8. 반면, 누구도 채우지 못하는 저의 빈자리가 어디인지는 분명히 압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나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하루에 책임을 다하고, 나의 사람들에 집중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가치를 두는 영역입니다.

9 .우리 삶이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기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집중하세요. 당신이 평생을 추구하고 다다르려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족이나 관계. 건강. 학문. 돈. 예술. 재미. 영성. 공동체. 사회적 책무. 기후나 자연. 그것이 무엇이든, 삶의 방향으로 삼고자 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후회 없이 하세요. 

10. 실은 내 삶이 어떤 쓸모가 있었는지는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야 알게 될 것입니다. ‘아, 내가 그때 그 친구, 빛나는 여름날에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려고 이 생을 살았나보다.’ ‘길을 잃었던 그 사람, 길 한 번 찾아주려고 내가 이 삶을 살았나보다.’ 그렇게.

이 정도 삶의 쓸모라면, 더없이 충분하지 않나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나요?' 원문 읽기

 


지금의 뇌에 속지 마세요 

1. 행복해지고 싶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뇌 자체는 위험을 예측·탐지하는 데 최적화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행복을 만끽하라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악착같이, 의도적으로, 행복감을 느껴야 합니다.

2. 모든 문화와 역사를 통틀어 인류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기본 감정 여섯 가지는 기쁨·슬픔·분노·놀람·혐오, 그리고 공포. 긍정적인 감정이라고는 기쁨 한 가지뿐입니다. 부정적 감정은 그 강도 자체도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웬만해선 기쁘기 어려운데, 엔간한 일로도 쉽게 슬퍼지고 손쉽게 자기 혐오할 수 있지요. 

3. 그러니 지금의 뇌에 속지 마세요. 그 친구는 700만년 내내 긴장하고, 경계하고, 생존에 가장 진심인 기관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척박하더라도, 더 진화되고 세련된 방식으로 내가 길을 새로 내면 됩니다. 오늘 시도해 볼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음미하기(savoring), 그리고 즐거움을 찾기.

4. 순간을 음미하세요. 처음에는 어려울 거예요. 습관을 만들어주세요. 불 곁이 따스했다면, 음미합니다. 밥의 온기가 기분 좋았다면, 날씨가 청명하다면, 놓치지 않고 음미합니다. 누군가의 덕분으로 무탈한 하루를 보냈다면, 음미하고 감사해 합니다. 그렇게 하루 몇 분만이라도 일상 중의 명상에 진입하고, 감사하고, 마음을 챙기며 내공을 쌓습니다. 

5. 그까짓 음미, 정신승리 아니냐 치부할 수 있겠지만,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유쾌한 일을 경험할 때 우리 뇌에서는 ‘미래를 기대하게 하고 모험하게 하는 도파민’이 경쟁하듯 나옵니다. 내가 감사해 하고 기뻐하는 순간순간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점차 차오른다고 잠시 상상해 보면, 그 정도 음미,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6. 두 번째로, 내 삶의 재미와 즐거움을 어떻게든 찾아내세요. 임상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인간의 가장 비합리한 생각 중 하나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꼽습니다. 아무 콘텐트도 업로드 하지 않아도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유튜브 채널, 아무 공부도 하지 않아도 유창해지는 외국어 실력, 아무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손님이 밀어닥치는 식당만큼이나 허황된 것입니다.

7. 나의 행복은 내가 작정을 하고 발견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시간을 들이는 취미나 신체 활동에서, 곁에 선 아이의 볼록한 볼 윤곽에서, ‘나 이런 거 좋아했네’ 하며 나 자신을 발견하세요.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삶의 허무와 절망을 이겨내는 작고 귀여운 장치들입니다. 

8.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느냐, 물으신다면, 네. 그것이 인간의 삶이니까요. 질병과 재난, 가난, 고립에 불안해하고, 운이 나쁘면 어느 순간 칼날 아래로 추락하는, 한계가 있는 인간이니까요. 삶이란 참 난이도가 높아, 순간순간의 재미를 찾으며 살지 않으면 어느 순간 우울과 불안의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렌즈로 자기 삶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니까요.

9. 가만히 놔두면, 뇌는 부정적 감정과 생각의 물결에 몸을 싣고 무력감의 지옥에 다다릅니다. 그러니 뇌가 가자는 대로 가만 내버려 두지 마세요.

10. ‘다들 인간이니까, 누구든 삶이 참 힘든 거야.’ 그리고는 반추의 문을 닫고는 팔에 닿은 이불의 감촉을 음미하고 늘 들려왔던 가족의 숨소리에서 새삼스러운 기쁨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다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삽니다. 

'지금의 뇌에 속지마세요' 원문 읽기

 


📌 Notice

본 레터를 기점으로 비케이레터는 잠정적으로 휴간 합니다.

이 공지를 전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끝내 휴식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숙고 끝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휴간기에 저는 회사로 복귀하여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세금 납부도 하고 또 얇은 지갑을 조금씩 통통하게 불려가면서 성실히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예정입니다.

(휴직한 동안 조직 구조에 변화가 있었더군요. 새롭게 구성된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총동원할 예정입니다. 응원해주세요!)

또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부지런히 읽고, 기록하고, 가끔씩 쓰기도 하며 건강하고 옹골진 마음을 차곡차곡 채워가려 합니다. 

예전에 건넸던 인사처럼, 각자의 트랙에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고군분투하시길 바라봅니다. 저도 저의 트랙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다가,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를 때면 구독자님의 메일함을 똑똑똑 두드려 보겠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혹시, 비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인사를 건네주세요. 

비케이에게 인사하기👋🏻

아무쪼록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길, 가끔 지치는 날이 있더라도 금새 회복하시길, 삶 속에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시길,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자신의 트랙을 뚜벅뚜벅 걷고 계신 구독자님을 응원하며,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우리 또 만나요.

 

 


✍🏻이번 주 문장들

 

같은 책을 열 살 때 읽고, 서른 살에 읽고, 지금 읽을 때, 그때마다 책이 나에게 하는 말이 다 다릅니다. 내가 달라지면 책도 달라집니다. 내가 자라면 책도 자랍니다.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 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소설가의 일>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별이었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 만날 수 없어서 어둠 속에 눈빛을 반짝이며 알 수 없는 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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