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소위 ‘서울 근교’라고 불리는 도시입니다. 서울의 월세가 활동가 임금으로는 좀체 감당하기가 힘들어진 탓에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나 최근에 이사를 한 곳이지요. 낯선 도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고 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였습니다. 풀숲이 우거진 강변과 비닐하우스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뚝 선 송전탑이 보였어요. 강을 경계로 송전탑의 반대편에는 커다란 회색 건물이 떡 하니 서있는데요. 그 건물에는 온종일 물건을 싣은 탑차들이 드나듭니다. 물건을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해준다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센터였던 것이지요.
서울의 경계로부터 지하철로 고작 서너 정거장 더 왔을 뿐인데,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의 풍경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큰 것이더군요. 모두가 집 앞에 송전탑과 물류센터를 끼고 사는 세상이라면, 24시간 환한 불을 밝히는 도시가, 밤 사이 생필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쿠세권”이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송전탑이 보이지 않는 도시의 불을 밝히는 전기는 어디를 경유하나요? 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마도 불평등과 착취의 필요조건일 테지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