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더슬래시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 뭉치

2025.03.01 | 조회 224 |
0
|

제가 사는 곳은 소위 ‘서울 근교’라고 불리는 도시입니다. 서울의 월세가 활동가 임금으로는 좀체 감당하기가 힘들어진 탓에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나 최근에 이사를 한 곳이지요. 낯선 도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고 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였습니다. 풀숲이 우거진 강변과 비닐하우스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뚝 선 송전탑이 보였어요. 강을 경계로 송전탑의 반대편에는 커다란 회색 건물이 떡 하니 서있는데요. 그 건물에는 온종일 물건을 싣은 탑차들이 드나듭니다. 물건을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해준다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센터였던 것이지요.  

서울의 경계로부터 지하철로 고작 서너 정거장 더 왔을 뿐인데,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의 풍경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큰 것이더군요. 모두가 집 앞에 송전탑과 물류센터를 끼고 사는 세상이라면, 24시간 환한 불을 밝히는 도시가, 밤 사이 생필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쿠세권”이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송전탑이 보이지 않는 도시의 불을 밝히는 전기는 어디를 경유하나요? 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마도 불평등과 착취의 필요조건일 테지요.

구독자만 읽을 수 있어요

이 콘텐츠를 읽으려면 로그인 후 구독이 필요해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더슬래시

평화와 커먼즈의 렌즈로 세상을 봅니다.

뉴스레터 문의journal@theslash.online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