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전세사기를 당했다. 오래된 빌라 건물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서울 변두리 산동네, 빛 한줄기 제대로 들지 않아 장마 때마다 곰팡이가 득실거리던 10평 남짓의 다세대 빌라였다. 그래도 세 식구가 서울에 발붙이고 살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집주인(사기꾼)을 찾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집을 담보로 개인 대출을 해 준 남자는 “왜 여기에 니들이 사느냐”며 다짜고짜 화를 냈고, 사람만 믿고 현금을 빌려 준 할머니는 나를 붙잡고 대성통곡 했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소소하고 정답게 살아보려 했던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도 터졌다. 뱃속에는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다. 입덧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나와 에너지 넘치는 다섯 살 아이가 작은 집에 콕 박혀 기약 없이 지내야 하는 건 너무 고된 일이었다. 둘째를 출산하자마자 일자리를 구했다. 남편과 내 급여를 합쳐도 전세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남편과 서로 고민을 나누는데 희미해져있던 우리의 꿈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 좀 더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공동체를 이룰 것. 용기 내어 그 마음을 실행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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