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온라인 피스빌더’로 지칭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양육자로서의 책무가 일상을 가득 채운 나머지, 피스빌더로서의 정체성은 ‘온라인 공간’에서만 펼칠 수 있었는데요. 일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SNS에서만 혹은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서만 평화를 고민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조 섞인 한탄이었습니다. 사실 피스모모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요즈음, 피스모모를 통해 모이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연결되는 기회들이 아니었으면, 평화를 위해 ‘실제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흔히 변화를 바란다면, 나부터 혹은 내 주변부터 바꿔보라고 하는데, 변화를 주변으로,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7월의 더슬래시 필진과 인터뷰이로 기여해주신 문슬아, 유리 나카오, 강은빈님은 세상에서 제일 용기 있는 분들이 아닐까 감히 생각합니다. 나를 둘러싼 일상의 공간에 ‘원하는 미래’를 엮어내는 작업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에요. 예시적 정치를 연구하는 소파 그래딘( Sofa Saio Gradin)은 ‘우리가 미래에 보고자 하는 사회를 지금 여기서 실현’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개인의 삶과 일상의 행위를 정치 투쟁의 현장으로 보고, 보고자 하는 행위와 관계를 실천을 통해 실현해내는 과정을 제안합니다. 일상적인 실천들을 쌓아가며 원하는 미래를 현실에 당겨오는 것이죠.
문슬아님은 강원도 고성에서 ‘고유의 뜰’이라는 숙소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 좀 더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공동체를 이룰 것”이라는 마음들을 실행하기 위해 “고유한 삶과 이야기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연극 오타쿠에 비건 지향인이자 글쓰기를 좋아하고 반전(Anti-war)을 꿈꾸는 외지인”인 자신의 공간에 “다양한 정체성, 다양한 지향, 다양한 고민과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안전하게 초대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비건 음식을 먹으며 채식을 이야기하고, ‘죽음의 바느질 클럽’ 워크숍에서 옷을 지어보고, 어린이 전시 프로그램을 열며 주민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을 통해 말이죠. 군사적 긴장이 있는 지역에서 청소년 대상의 평화 캠프를 실현할 준비를 하며, “느리지만 고유”하고, “작지만 선명한 변화의 씨앗들”을 심어가고 있었습니다.
일본 고베 지역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공유주택’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유리(Yuri)님은 “누군가가 결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드는 사회”가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시키는 중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어서 각자의 감각과 욕구가 ‘매끈한 돌’처럼 다듬어지는 것이 아닌,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다 함께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 공간과 시스템을 만들어가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번거로운 과정을 감내하며 “새로운 답을 찾아낼 때, 인간에 내재된 창조성”에 떨리는 마음을 한껏 즐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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