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효율을 높이는 메모, 기록 방법은?

제가 홍보대행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제 사수는 손바닥만 한 메모장과 펜을 꼭 들고 다녔어요. 회의 등 업무를 할 때는 물론, 담배를 피우러 가거나 화장실을 갈 때 심지어는 밥을 먹으러 가는 순간에도 늘 함께였는데요. 적을게 뭐 그리 많은지 틈틈이 기록하는 모습을 보며 대체 뭘 저렇게 적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턴 계약 종료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드디어(?) 메모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요.

작은 노트에는 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질문과 거칠게 쓴 답 그리고 키워드 단위로 순간순간 떠오른 내용들이 잔뜩 있었어요. 그렇게 작성한 내용은 자리로 돌아와 관련 업무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고, 문서에 바로 구체적인 내용을 작성하는 연결고리로 활용하기도 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자리에 돌아와서 써야지-라는 생각을 몇 번 했지만, 떠오른 그 순간의 느낌 그대로 남겨진 적이 없다며 그 이후부터는 꼭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닌다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저도 그때 사수의 영향을 받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고, 지금도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다른 메이커들이 메모와 기록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듣고 정리해 봤어요.

프로덕트 매니저 H : 관심주제에 대한 자료를 확인하고 학습하기 위한 메모

저는 여러 종류의 메모와 기록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중 업무와 가장 밀접한 것은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를 꾸준히 정리하고 학습하며 관리하기 위한 내용이에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료와 정보를 모으는 일은 개인의 성장과 업무 과정에 분명한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자료와 기사, 글을 모으고 그때의 내 생각을 하나씩 덧붙여 정리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또 조금씩 덧붙여진 내 생각들을 모아 나만의 시각이 충분히 담긴 근거이자 논리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요.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상황은 한정적이고 늘 바뀌기에 각자의 '기준'이 필요해요. 먼저, 어떤 주제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해야하죠.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하는 것처럼, 우리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여러 내용들 역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순서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노션을 활용해 주제 별 자료를 정리하고 생각을 덧붙이고 있어요. 중요한 건 꾸준히, 하루 한 개의 자료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에요. 그리고 한 줄이라도 꼭 내 생각과 의견을 덧붙여야 한다는 점이에요.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밑줄을 긋고 여백을 활용해 생각 등을 기록하는 건 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요. 잊지 않기 위한, 내 생각을 덧붙이며 공감하기 위한 목적에서 말이죠.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이 내용을 기록하는지,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되어줍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생각을 덧붙이는데요. 하나는 새로 작성하는 노트의 처음에 쓰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생성한 이유가 무엇인지 4-5줄 정도로 작성하는 방법이에요. 이는 기록을 활용하는 의도를 잊지 않게 해 줌과 동시에 정말 필요한 기록인지를 초기에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줘요. 새로운 노트가 계속 생성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있어요. 또 하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만의 메모를 덧붙이는 방법이에요. 노트에 담기는 내용은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내 생각을 덧붙여 붙잡아 두지 않으면 단순 요약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배운 점을 매일 기록하는 노트라면 특정 기능을 기획하며 느낀 스스로의 경험일 수도 있고, 누군가 같은 경험을 하며 작성한 외부 글이 담길 수도 있어요. 스스로 경험은 더 다양한 케이스를 고려하지 못한 상황, 외부 글은 나와 다른 방법을 택한 경험일 수 있기에 각각에 대한 코멘트를 작성하지 않으면 내용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수밖에 없죠. 생각을 덧붙이면, 특정 주제에 대한 내용을 큰 맥락에서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각 기록이 따로 저장되는 것보다, 연결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자료를 정리하고 생각을 덧붙인 내용을 태그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이전에 작성한 내용중 연관되는 내용이 있다면 링크를 함께 첨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유사 내용에 대해 어떤 내용이 담겨 있고, 우리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다양한 범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최초로 생성한 노트에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내용을 추가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유사한 내용을 작성한 내용 아래에 덧붙이는 방법, 두 번째는 이미 덧붙인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을 덧붙이는 방법, 마지막으로 함께 살펴보면 좋은 다른 노트(앞서 기록한) 링크를 더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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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람의 메모 기술’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메모는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단순한 비망록이 아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정보의 인풋과 아웃풋을 통해 탄생하는데, 정보의 인풋과 아웃풋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메모다. 그래서 책은 메모를 ‘인풋 메모’와 ‘아웃풋 메모’로 구분해 설명한다. 인풋 메모가 수집한 정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것이라면, 아웃풋 메모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정리하고 정제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만의 관점으로 정리하고 정제한 생각을 표현하는 메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메모 후, 메모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짧게라도 꼭 남겨보세요!

프로덕트 매니저 S : 메모를 습관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 

저는 사실 정보 정리와 메모 관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잘 활용하는 레퍼런스 기록및 관리 방법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기획 업무를 함께 병행하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화면도 남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그럴 때마다 매번 레퍼런스를 찾고, 타사의 운영 방식을 찾아보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획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아쉬웠는데요. 그래서 평소 ‘아 이거 나중에 참고해야지!’ 싶은 화면이 있으면 스크린샷을 찍어두는데, 결국 그 스크린샷도 어딘가에 쌓여서 묻히고 활용이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스스로 도입한 게, 노션 갤러리형 테이블이었습니다.

노션은 평소 업무,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기에 익숙했는데요. 데이터를 갤러리 형태로 하면 사례 이미지를 쉽게 나열해서 볼 수 있었고, 주요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그렇게 어떤 서비스인지, 어느 부분을 참고하고 싶었는지 스크린샷을 찍을 때마다 빠르게 옮겨서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내용이 하나, 둘 쌓이고 나니 기획을 할 때 자연스럽게 고민해보고 녹여내는 연습할 수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일정한 기준(템플릿과 같은)에 따라 작성하게 되니 습관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좋은 사례가 보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캡처, 메모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었죠.

다만, 레퍼런스를 정리할 때 꼭 기능에 한정지어 내용을 작성하진 않았어요. 예를 들어 회원가입 화면에서 버튼 계열을 다르게 표현한 점이 좋았다면 그걸 회원가입에 동일하게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대신, 콘텐츠 상세화면에서 옵션 값을 보여줄 때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어요. 정리한 레퍼런스는 업무 미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근거가 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메모 자체가 단순 이미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현해야할 기능 또는 업무와 깊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업무에 도움이 되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들고, 하나의 동기가 되어 더 잘 관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물 노트던, 노션과 같은 디지털 도구이던 매체가 어떤 형태이든 내가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에 주요 메모를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각 잡고 열심히 메모하고 기록하려는 것보다 편안하게 바로 시작하고, 편집이 내 손에 익은 방법이라면 뭐든 추천합니다. 물론, 시작의 이유도 함께 살펴보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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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거인의 노트'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잘못된 메모습관에서 첫 번째는 기억하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작성한 메모이고, 세 번째는 재활용하지 않는 메모이다" 이중 내 생각을 꼭 덧붙이면 좋다는 내용은 앞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세 번째 내용은 이번 메이커의 의견과 맥락이 같아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작성한 메모를 반드시 꺼내 봐야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시작과 동시에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우리의 메모를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프로덕트 매니저 S: 행동 기반의 노트 관리법, PARA 

메모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 처음에는 여러 메모 앱을 사용해 보면서 장단점을 비교하고, 메모를 주제별로 분류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폴더를 만들어서 사용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그렇게 관리를 해보니, 저는 메모 앱에 들어가서 글만 빠르게 적는 타입이라 다양한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메모 앱을 비교한 것이 별 소용이 없었어요. 그리고 메모를 분류한 것도 처음에는 체계적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분류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어요. 새로운 정보가 계속 쌓이면서 폴더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뒤죽박죽이 되다 보니, 중요한 메모도 찾기 어렵게 되고, 기록들을 방치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는 기록에 맞는 폴더를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기록 자체가 부담스러워졌어요.

그때 PARA라는 기록 체계화 방식을 접했어요. PARA는 전통적인 주제별 분류가 아니라, 필요와 상황에 따라 메모와 기록을 분류하는 방식인데요, 크게 'Projects(프로젝트)', 'Areas(영역)', 'Resources(자원)', 'Archives(아카이브)'라는 네 가지 주요 범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Projects'는 목표와 마감일이 있는 과제를, 'Areas'는 시간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활동 영역을, 'Resources'는 프로젝트와 연관된 정보와 자료를, 그리고 'Archives'는 과거의 프로젝트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정보를 분류하면 돼요. 예를 들면 저는 ‘프로젝트’에 회사에서 진행 중인 업무나 포트폴리오에 관한 메모를 작성하고, ‘영역’에는 꾸준히 조금씩 공부하는 주제인 개발이나, 독서 노트를 기록하고 있어요.

저는 PARA가 특정 기능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계층화가 가능한 어떤 메모 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분류 방법이라서 좋았어요. 이 방식으로 메모를 몇 달째 정리하고 있는데, 예전보다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져서 추천하고 싶어요! 가장 좋았던 것은 기록한 것을 저장하고 찾는 것이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인데요. 주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분류하다 보니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기록하더라도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고, 예전에 쓴 메모를 찾는 것도 기존 분류법보다 쉬웠어요. 그리고 저는 업무 메모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른 메모도 많이 하는 편인데, PARA를 통해 내 생활의 현황을 쭉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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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 관리법과 함께 많이 언급되는 앱이 있는데요. 바로 4세대 노트앱이라고 불리는 옵시디언과 롬 리서치입니다. ‘앗, 무슨 노트 앱이 4세대까지 있어?’라고 놀라워하실 분들이 있을것 같아, 노트앱의 진화 과정을 정리한 분석맨님의 ‘두 번째 뇌 만들기를 위한 노트 앱’이라는 글을 가져왔어요. 3세대 노트앱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션, 에버노트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라면 4세대 노트앱들의 특징은 노트 간의 연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하네요. PARA를 통해 메모를 관리하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이고, 4세대 노트앱을 통해 잠들어 있는 메모의 활용도를 높인다면, 우리의 삶이 예전보다 1g정도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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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는 올해 마지막으로 발행되는 내용입니다. 다음 뉴스레터는 2024년 1월 11일 목요일에 발행될 예정이며, 변경된 구성 그리고 온라인 정기 모임 등에 대한 내용도 함께 확인하실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입니다. 그럼, 올해 마무리 즐겁게 하시고 내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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