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커들의 직무에 따른 직업병은 뭐가 있을까?

직업병 때문에 울고 웃고

여러분들은 직업병이 있으신가요?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들을 만난 자리에서 각자의 업무에 따른 직업병을 이야기한 적 있는데요. 저와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직업병을 들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더라고요. 말 그대로 직업병 때문에 울고 웃는 상황을 듣고 나니 우리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직업병은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메이커들이 갖고 있는 직업병은 무엇인지 듣고, 정리해 봤어요!

프로덕트 매니저 H :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집착 그리고 사례 수집

창업에 도전 후 실패한 뒤, 다음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을 때 제가 많이 신경 썼던 건 경쟁사의 동향이었어요. 당시 생산성(노트)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국내에는 관련 서비스가 거의 없어 해외 서비스를 하나씩 찾아보고 유사한 기능, 다음 기능 개발 때 참고할 기능, 눈에 띄는 기능 등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죠. 레딧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생산성 관련 토픽은 모두 팔로우해 새로운 서비스가 있거나, 특정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으면 그 역시 복사 후 문서에 정리했어요.

요즘은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웹서비스도 많이 생겼고, AI를 활용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관련 정보를 찾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던 습관이 직업병처럼 번져 담당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분야의 서비스가 새로 나오면 무조건 다운로드 또는 가입 후 사용해보고 있어요. 사용자처럼 자연스럽게 쓰면 좋겠지만(?) 사용 과정이나 흐름에서 나중에 다시 보고 싶거나, 눈에 띄는 기능이나 화면이 있으면 꼭 캡처를 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팁스터에서 소개해준 ‘레퍼런스 관리’ 방법도 있지만,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가입 과정 등 사용 초기에만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이 많아 습관적으로 먼저 캡처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직업병이다 싶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얼마 전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있는 팬덤 서비스를 하나 받았는데, 온보딩 과정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미처 캡처하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한 적이 있어요. 뒤로 갈 수가 없어 앱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해 그 단계에 해당하는 화면을 캡처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S펜을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사용하고 있어 캡처 후 생각을 꼭 기록해 두는데요. 그나마 이런 방법이 함께 사용되고 있어 사진첩에 저장된 후 잊히는 사례를 줄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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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사용은 제 주변에서도 많은 분들이 ‘직업병’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요. ‘PM의 직업병’이란 글에서도,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가 있으면 무조건 써보고 가입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사용해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최근 서비스들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등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 등 유용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함께 고려해 보면 직업병이기 이전에 업무에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서비스 기획자 D: 일상 속에서 기획하는 버릇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쌓아온 관점과 스킬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도 활용하고 있어요. 특히 친구들을 모아서 모임이나 파티를 개최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데, 서비스를 기획할 때 못지않게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죠. 컨셉을 정하고, 주어진 자원과 시간을 체크하고, 자세한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을 분배하고 진행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묘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끝나고 나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마친 후처럼 회고의 필요성까지 느껴요. 저의 이런 습관을 친구들은 '기획자답다'라고 하던데,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면서 제 직업병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소소하게 친구들과 모여 맛있는 것을 먹으려 시작했던 파티가 어느새 30명 규모로 발전했어요. 장소 섭외부터 파티 프로그램 기획, 드레스코드와 음식 메뉴 선정, 디제이 친구 섭외, 포스터 제작, 참가자 관리 및 후기 수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손봤죠.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담당하는 서비스를 기획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꼈어요. 아무래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로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성향 때문에 가끔은 일이 너무 커져 힘들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 제가 기획한 파티에 와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품 사용자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과 비슷한 희열을 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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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서비스 기획자 카카 님의 인스타툰을 즐겨 보고 있어요. 특히, '기획자의 직업병'을 주제로 다룬 편이 인상 깊었는데요.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의 식사 메뉴 결정과 같이 결론이 잘 나지 않는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해요. 이는 여러분도 공감하실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떠신가요? 제 경험을 더해보자면, 직장에서 여러 기획 아이디어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리고 주저하고 있을 때, 사수가 다가와 "오늘 이 주제는 '부러뜨려야' 한다"라고 조언해 준 적이 있어요.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부러뜨린다'는 표현이 광고계에서 유래한 업무 은어로, 결정을 내려서 일을 마무리한다는 의미였죠.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들을 하나의 기획안으로 좁혀나가는 과정은 때로는 물건을 부러뜨릴 만큼의 단호함을 요구하기도 헤요. 이런 점에서 보면, 기획자들은 개발 프로세스의 가장 첫 단계에 서 있으며, 제한된 시간 안에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 위한 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덕트 오너 S : 타 서비스 업데이트에 공감과 시뮬레이션

예전에 서비스 세부 기획을 주로 담당할 때는 아무래도 앱 스크린샷을 하는 게 습관을 넘어서 직업병이었어요. 스크린샷을 많이 저장하다 보니, 단축행동으로 스마트폰 뒷면을 더블 탭하면 자동으로 스크린샷이 되도록 설정했어요. 그런데 스크린샷을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무의식 중에 더블 탭을 하다 보니 나중에 갤러리를 열어보면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스크린샷만 가득할 때가 많았죠(ㅋㅋ)

지금은 프로덕트 전반적인 의사결정과 일정 관리가 주요 업무다 보니, 스크린샷보다는 일상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보다가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를 보며 나였다면- 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직업병이 새로 생겼어요. 최근에는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 출시를 보며 짧은 순간에 나였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죠.

예를 들어, 작은 이모티콘 기능을 새로 만들고자 한 근거는 무엇일까. 모바일에서 기존 이모티콘과 작은 이모티콘을 구분하는 아이콘에 대해서 디자인팀과 얼마나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을까. 이모티콘 구분값에 따라 우측 끝에 이모티콘샵으로 연결되는 아이콘과 지우기 버튼이 각각 들어가는데, 나중에 작은 이모티콘 탭에서 이모티콘 샵으로 연결하는 건 어디에 넣어야 할까 등 구체적인 생각이 사용의 흐름에 따라 꼬리를 물며 떠오르곤 해요. 특히 이번 기능은 QA 할 때 예쁘게 붙여서 쓰여야 하는 변수도 많고 출력돼서 뷰잉 하는 부분도 변수가 많았을 것 같아서, 작은 이모티콘을 쓰며 전 직군이 모두 애썼을 기능이구나~ 하고 상상만으로도 곤혹스러웠어요.

이런 직업병은 제가 상상력이 많은 MBTI 'N'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고, 걱정이 많은 편이라 많은 변수를 최대한 따져보려는 것에서 비롯된 습관 같아요. 그래서 때로는 이런 직업병이 단순 일상생활에서도 피로감을 줄 때도 있는데요. 그래도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을 상상 속에서라도 엿보면 내 서비스를 바라볼 때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따져볼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 나름 즐기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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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짜 이모티콘이 사라지며, 많은 사용자들의 아쉬움이 컸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 ‘작은 이모티콘’ 기능이 업데이트 되었어요.(관련기사 : 카톡에 불어넣은 싸이월드 감성...카카오, ‘미니 이모티콘’ 공개) 작은 이모티콘은 기사 제목처럼 싸이월드 때 쓰던 다양하게 창작해서 색다른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스타일이라, 사용자들 사이에 탄생될 2차 창작물에 대한 기대가 커요.

다만, 작은 이모티콘 무료로 배포 시점에 동의 받은 마케팅 동의 수신 문구가 큰 논란이기도 했는데요. 작은 이모티콘을 무료로 받기 위해서는 카카오 이모티콘 채널을 강제로 구독해야하고, 동의를 철회하는 방식은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부분이 문제였어요. 카카오 측의 정식 해명으로는 과거 사용했던 문구를 그대로 내보내며, 운영상의 실수로 잘못 기재했다고 하네요.(과연?)

그 외 메이커들이 전해준 직업병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S : 일상의 경험을 UX로 연결 짓기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생활 속의 경험들을 자꾸 UX로 연결 짓게 됐어요. 불편한 경험을 하면 '여기 UX 완전 별로야' 이런 식으로요(ㅋㅋ) 전시를 보러 갔을 때 동선 안내가 잘 되어있지 않거나, 식당에서 불친절한 메뉴판을 보면 '유저를 고려하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고 반대로 좋은 경험을 하면 'UX 대박인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로 적으니까 너무 허세 같은데,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생각이 떠올라요. 평소에 그런 용어에 많이 노출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마케터 L : 여행도 변수를 따져가며 계획하기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여러 변수를 함께 고려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기획안에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안이 포함되는데요. 이런 습관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여행을 준비할 때 직업병처럼 드러나곤 해요. 예를 들어 점심 맛집을 찾는다면 1순위 근처의 맛집을 2-3개 더 찾아두는 방법인데요. 정보상으로는 쉬는 날이 아니더라도 사정으로 영업을 하지 않거나, 웨이팅이 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예요. 문제는.. 혼자 준비할 땐 이런 게 재미가 되지만 친구나 연인과 함께 준비할 때는 상대에게 짜증을 유발할 때가 있다는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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