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REDBUSBAGMAN'S STRIDE | Aug. 2026

일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6.09.01 | 조회 6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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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 Intro
  • 좋은 UX는 언제나 쉬어야 할까?
  • 오늘 뭐 먹지? GPT에 물어볼까?
  • 안 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전력질주하는 마음으로
  •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일에 참여합니다
  • Outro

 


 

검색되지 말고 추천되어야 존재할 수 있다.
AI 시대의 상품, 장소, 인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일까?

🎒 REDBUSBAGMAN

 

8월엔 생산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AI 도구를 활용해 자신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스킬과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그만큼 새롭게 해야 할 일을 찾아야만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 ‘오징어 게임’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려면, 먼저 내가 하는 일이 대체될 수 있다는 것부터 증명해야 합니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희극보다 비극에 가까웠습니다.

 

생산성에 대한 압박을 느낄수록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실용적인 것, 빠른 것, 효율적인 것을 추구할 때 정말 소중한 가치는 그 바깥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생산성에 관한 롱블랙 아티클 <생산성에 관하여 : AI 시대 정리법, 폴더는 두고 내용물을 바꿔라> 중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며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구독자님, 무더운 날들에 고생 많으셨어요.

 

실용적이지 않은 것에 호기심을 느껴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다음 거기서 멈추지 않을 용기가 필요해요. 주변에서 인정하지 않더라도 파고들어 봐야 하죠. 중요한 건 이걸 실제로 해내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겁니다. 그 극소수에 들어가서 정보를 모으는 것, 그게 바로 알파를 찾는 일입니다. 

티아고 포르테 포르테랩스 대표

 


 

#1. 좋은 UX는 언제나 쉬어야 할까?

 

조금 섬뜩한 계산으로 시작해 볼게요. 하루 5시간씩 스마트폰을 본다면? 1년 중 76일을 화면 앞에서 보내는 셈이에요. 60년이면 무려 12년 반이고요. 잠깐 본 릴스가 쌓여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죠.

 

스크린타임은 제한을 정하는 것도, 그 제한을 무시하는 것도 같은 화면 안에서 이뤄지잖아요? 결국 사용자가 유혹을 느끼는 환경에 놓이면 스스로 자제력을 다시 발휘해야 해요. 반대로 행동이 일어날 무대를 화면 밖으로 꺼내면? 시선을 스마트폰에서 비로소 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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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아티클 <브릭 : 스마트폰 잠그는 돌멩이 '여유를 만드는 UX' 설계법>에 제 생각을 더했습니다. 브릭은 '디지털 디톡스' 제품입니다. 2023년 미국에서 등장한 5cm 크기의 NFC 자석형 기기로 가격은 59달러(약 8만 3,000원)입니다. 냉장고에 붙여두고 이 기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앱을 잠그거나 풀 수 있습니다. 앱 열쇠 같은 거죠. 저는 이 서비스를 바라보며 "좋은 UX는 언제나 쉬어야 할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의 모든 장점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스크린타임보다는 엄격하지만, 폴더폰만큼 극단적이지 않은 ‘중간 지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예 이걸 창업 아이디어로 삼으려 했죠.

기존의 디톡스 앱은 너무 복잡한 정보를 전하고 있었어요. 주간 사용 리포트를 받아보며 내가 어떤 앱을 많이 쓰는지, 시간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교육받았죠. 전 그 반대를 원했어요. 의지력이나 두뇌를 소모하지 않아도 될 ‘환경’을 설계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TJ 드라이버 브릭 창업자, 2023년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예외도 있습니다.

 

UX를 설계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 단계를 줄이자.
  • 클릭을 줄이자.
  • 사용자가 생각하지 않게 하자.

많은 경우 대충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경험이 쉬워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전문가가 쓰는 도구만 봐도 그렇습니다. 숙련된 사용자는 단순한 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정확하고 빠르게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여도 단축키를 익히고 세밀한 설정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개인적으로 ‘Expert UX’라는 관점에서 종종 생각합니다.

이번에 롱블랙과 함께 살펴본 브릭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브릭은 스마트폰 앱을 잠그는 5cm 크기의 물리적 도구입니다. 잠근 앱을 다시 쓰려면 스마트폰을 브릭에 직접 갖다 대야 합니다. 브릭을 냉장고나 현관에 두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을 걸어가야 하죠. 보통이라면 없애야 할 단계입니다.

브릭은 그 단계를 일부러 남겨뒀습니다. 스크린타임의 ‘제한 무시’는 충동과 행동이 같은 화면에서 일어납니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제한을 풀면 됩니다. 브릭은 그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를 끼워 넣습니다. 몸을 일으켜 냉장고까지 가는 몇 걸음 동안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내가 지금 정말 이걸 보려고 했나?’

어떤 독자분은 이걸 두고 “파는 것이 NFC 칩이 아니라 침실에서 냉장고까지의 거리”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브릭의 UX를 꽤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절제를 위한 UX’라고 생각합니다. 의도된 불편함입니다. 결제를 돕는 서비스라면 한 단계라도 줄이는 것이 좋은 UX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을 줄이는 서비스라면 오히려 한 단계를 추가하는 것이 사용자의 목적을 더 잘 도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브릭의 불편함은 서비스가 강제로 부과한 통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선택한 통제입니다. 태깅을 해야 하고, 몇 걸음을 걸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주도권은 사용자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브릭을 보며 ‘마찰을 없애는 UX’만큼 ‘마찰을 어디에 둘 것인가’도 설계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없애야 할 마찰이 있고, 남겨둘 만한 마찰도 있습니다.

좋은 UX의 기준은 사용자를 얼마나 편하게 만드느냐보다, 그 경험이 사용자가 원했던 행동을 정말 돕고 있는가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브릭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앱을 잠근 뒤 무엇을 하라고 제안하지 않습니다.

명상도, 독서도, 운동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여백으로 둡니다.

실제로 롱블랙 독자분들의 댓글에서도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는 감각’, ‘나로 존재하는 시간’, ‘비움을 선물한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어쩌면 좋은 서비스는 사용자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뿐 아니라, 어느 순간에는 잘 돌려주는 법도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있습니다.

 

충동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만든 브릭 ©롱블랙
충동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만든 브릭 ©롱블랙

 

사람의 행동은 늘 의식적인 선택만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선 하던 행동을 그대로 이어가기 쉽죠. 그래서 중간에 다른 행동을 하나 끼워 넣는 것만으로도, ‘내가 원래 뭘 하려고 했지?’ 하고 마음을 환기할 수 있어요. 브릭까지 걸어가는 시간도 그런 찰나를 만든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손가락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이 절제의 트리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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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아티클을 읽은 롱블랙 독자분이 남겨주신 커피챗 내용입니다.
일을 하며 잊지 말아야 할 문장들이라 뉴스레터를 통해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커피챗 노트 ©롱블랙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커피챗 노트 ©롱블랙

 

 


 

#2. 오늘 뭐 먹지? GPT에 물어볼까?

 

오늘 뭐 먹지? 매일 먹는 점심 메뉴, 저녁 약속 장소, 회식 장소를 정할 때마다 비슷한 고민이 생깁니다. 무엇을 먹을지는 결국 내가 정하는 일인데 GPT나 클로드에 "오늘 뭐 먹지?"를 물어보면 또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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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커 브라이언트는 샌프란시스코에 7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18도쯤 되는 날씨에 반팔을 입을지 긴팔을 입을지를 AI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전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는 이 경험과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가짜 AI 챗봇 ‘ChatTJB’를 만들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6번가와 폴섬가 인근에 광고판을 세우고 “The leading chat interface powered by AI”라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AI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Average Individual, 그러니까 평범한 개인입니다.

질문을 보내면 AI가 아니라 브라이언트가 직접 읽고 답했습니다. 이용자가 늘면서 10명의 자원봉사자도 답변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건 우리가 AI에게 묻는 질문들입니다. 어려운 일을 대신해 달라고 만든 도구인데, 어느 순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까지 묻고 있습니다.

  • 오늘 뭐 먹지?
  • 오늘 뭐 입지?
  • 오늘 뭐 하지?

묻는 게 쉬워진 만큼 직접 판단하는 일은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성형 AI의 인터페이스도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생각 중’이라는 애니메이션, 한 글자씩 나타나는 문장, 매끄럽게 완성되는 답변. 모델의 성능과는 별개로 공급자가 설계한 경험입니다.

와튼스쿨의 스티븐 쇼와 기디언 네이브는 2026년 SSRN 워킹페이퍼에서 이런 현상을 ‘인지적 항복’이라고 불렀습니다. 1,372명을 대상으로 한 세 차례의 실험에서 AI가 맞을 때는 참가자들의 성과도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AI가 틀렸을 때였습니다. AI 없이 문제를 풀었을 때보다 정확도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한 실험에서는 AI가 틀린 답을 내놓았는데도 약 80%가 그 답을 따랐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오답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습니다.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무얼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던지는 질문에도 곧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세상. 도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회피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AI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자신의 판단뿐 아니라 자아까지 도구에 의탁하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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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 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전력질주하는 마음으로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8 네 번째 모임, 쉬는 시간에 남겨둔 장면 ©REDBUSBAGMAN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8 네 번째 모임, 쉬는 시간에 남겨둔 장면 ©REDBUSBAGMAN

 

8월 중순, 퇴근 후 회사 동료와 탄천을 뛰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었지만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페이스를 유지하다 마지막 300m를 남기고 "전력질주할까요?"라는 말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었습니다. 살면서 300m를 전력질주했던 적이 언제였던지요. 숨이 턱턱 막히는 그 상황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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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8번째 시즌 마지막 모임에서는 앤드루 S. 그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제가 모임에서 가져온 문장은 "안 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안전한 선택은 편안합니다. 그런데 기대도 크지 않습니다. 기대치를 낮춰 크게 실망하지 않는 선택이 점점 익숙해지고,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이는 시대입니다. 전력질주하면 힘만 들고 다칠 수도 있으니 애초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겁니다.

 

  • 안 될 텐데 뭐 하러 애써.
  • 어차피 다 사라지는 것들이야.
  • 그 에너지를 다른 데 쓰는 게 똑똑한 거 아니야?

 

안 될 걸 알면서도 애쓰는 사람, 선착순 3명에 들지 못해도 끝까지 전력질주하는 네 번째 사람이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는 뭐가 될지 미리 알 수 없고, 항상 되는 일만 골라서 할 수도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더 나은 선택'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덜 힘든 쪽을 택했던 때도 많았습니다. 저도 힘든 선택 앞에서는 꽤 쉽게 저 자신에게 유리한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고 자기합리화 엔진을 돌리면서 마음을 달래곤 하지요.

 

그래도 쉽게 끝낼 수 있는데도 한 번 더 읽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직접 해보는 것. 다만 끝까지 해본다는 게 같은 방식을 오래 붙든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방법도 바꿔야 합니다.

 

AI를 쓰는 방식에도 변곡점이 있었다

 

봄에 첫 모임을 열던 날, 우리는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들을 한참 이야기했지요. 그래서 "기술이 그 해자의 폭을 나날이 좁히고 있다"(p.33)는 문장을 읽다가 출간 연도를 다시 봤습니다. 1996년입니다. 30년 전이지요.

 

저는 AI를 대하는 방식이 특정 시점부터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GPT에 사진을 넣고 지브리 스타일로 바꿀 수 있게 됐을 때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임원께서 직원들과 찍은 사진을 GPT에 넣어 여러 모습으로 바꾸고, 그걸 다시 영상으로 만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얼마 뒤에는 저와 함께 찍은 사진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보내주셨고요.

 

이전에는 이런 작업을 하려면 각각 다른 도구를 써야 했습니다. 이후에는 여러 서비스와 도구를 AI에 연결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그냥 다 해줘! '자아 의탁형' 사용자

 

처음부터 AI와 함께 공부하고 일한 사람에게는 GPT가 ‘Second Brain’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기 생각이 충분히 자리 잡기 전에, 질문할 때마다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AI를 먼저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일도 채팅창에 맡기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궁금해해야 하는지까지 AI에게 묻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AI를 곁에 두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세 번째 책으로 읽은 최재천 교수님의 『통섭의 식탁』에서 한 가지 단서를 찾았습니다. '기획 독서'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만 읽는 게 아니라, 먼저 내가 알고 싶은 질문을 정하고, 그 질문을 따라 필요한 책을 읽는 방식입니다. 익숙한 분야와 익숙한 방식만 붙들지 않고, 필요하면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읽은 것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을 다시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 뭘 더 알고 싶은지는 결국 내가 답해야 하니까요.

 

AI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건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보고, 고치고, 내 기준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문 마지막엔 이런 질문을 적었습니다. AI가 할 수 있더라도, 내가 계속 직접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AI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커뮤니티에는 결국 사람이 직접 와야만 만들어지는 경험이 많습니다.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간이 되기도 하고요.

 

요즘은 직접 하지 않고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얻기 쉬워졌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정리해 주는 콘텐츠가 있고, 영화나 전시도 누군가의 요약과 리뷰를 통해 빠르게 훑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독서모임에는 더 어려운 질문이 생깁니다. 굳이 책을 직접 읽고, 시간을 내서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수고스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마음을 넘어서 직접 책을 읽고, 모임에 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요약 콘텐츠로 여러 권을 빠르게 훑는 대신 한 권을 오래 붙들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부딪쳐 보는 시간입니다.

 

물론 그렇게 수고했다고 좋은 경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커뮤니티를 만드는 쪽이 계속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쉽게 끝낼 수 있는데도 한 번 더 읽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직접 해보는 것. 저는 그런 수고가 결국 자기 것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데이터는 과거에 관한 것이고 전략적 변곡점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앤드루 S. 그로브,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4. 대한민국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일에 참여합니다

 

첨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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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어떤 부분들을 개선하면 좋을지,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가이드라인을 더 강하게 제시할 부분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한성숙 국무총리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2026년 8월부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공공누리집 UI/UX 위원회에 민간 자문위원으로 참여합니다. 여러 업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홈택스정부24 등 공공누리집을 사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실제 바꿔야 할 부분에 의견을 보태겠습니다.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행정안전부의 UX 자문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KRDS(대한민국 정부 디자인 시스템) 구축과 개선 과정에도 자문으로 참여했습니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서비스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공공누리집을 모두 효과적으로 바꾸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습니다. 민간 서비스와 정부 서비스는 지향하는 방향부터 다릅니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과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고, 각 기관의 요구사항과 기존 시스템, 데이터 보안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합니다. 한 부처의 자문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우선 살펴보고,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논의합니다.

 

공공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쓰기 쉬워지는 데 보탬이 될 기회를 얻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겠습니다.

 

 


 

오늘은 제 20+20번째 생일입니다 🥰 (사실 이 숫자에 1이나 2를 더해야 하는데 매번 헷갈립니다) 생일에 받는 여러 축하 메일 중 북클럽문학동네가 건넨 ‘시’ 선물이 인상적이라 구독자님께도 전해드립니다.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생일 축하 선물로 시를 골라 전하는 일에는 온기가 느껴집니다. 시는 짧은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복잡다단하지요. 맵고도 단 파의 맛을 닮았습니다. 생일에 미역국이 아니라 파국을 먹어도 뭐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날입니다.

 

정끝별, 「대파국을 끓이며」
정끝별, 「대파국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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