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진짜 둔화하는가+샘 뱅크먼-프리드의 부모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미국 물가 급등세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여서 기준금리 인상폭도 둔화할 것 같답니다. 1년 내내 이 얘기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1년이나 이 얘기를 했으니 '굳이 경제전문가가 아니어도 금리 인상폭 줄어드는 건 나도 알겠네' 하면 너무 냉소적인가요.

그런데 기억하시나요? 작년 12월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곧 잦아들 거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완화하고, 팬데믹 지원금이 멈추면서 소비자들이 상품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옮겨가면 인플레이션은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했었던 건데요.

그래서 생기는 궁금증. 1년 전에도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거라고 했는데, 그럼 지금 잦아들 거라는 말은 믿을 수가 있는 건가. 작년 12월에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말에 평균 2.5%가 될 거라고 응답했어요. 지금 5%대거든요?? 너무 틀려서 좀 그랬는지 최근 같은 설문을 다시 했더니 내년 말엔 3%가 될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좀 더 완만하게 잦아들 거라고 본 건데요.

사실 이게 지금 시점에선 맞는 진단이긴 합니다. 글로벌 선박 운송 문제나 재고 문제 이런 게 이제 거의 다 풀렸어요. 미국의 경우 중고차 가격도 많이 내려왔고, 가구 값도 떨어졌어요. 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가격이 폭등했던 아이템들이죠. 경제전문가들이 1년 전에 잘못 진단했던 부분은 인플레이션이 ‘빨리’ 잦아들 거라고 했던 것. 현실 세계에선 통계적∙이론적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느리고 완만하게 하강하고 있습니다.

복병도 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이 공급망 문제, 주택 월세 같은 인플레이션 유발 요소들을 계산해 낼 수는 있어도, 작년 12월 시점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었거든요. 지정학적 문제는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유럽에 아주 역대급 한파가 왔는데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는 수입을 안 하겠다고 해놨으니, 유럽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안불안 하고요. 중국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다고 해서 ‘아, 그럼 중국경제가 정상화해서 좋은 거구나’ 했더니 확진자가 급증한다질 않나, 또 갑자기 중국인들이 소비를 확 늘리면 그건 또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대만 관련 미-중 갈등은 얘기도 하지마!

이 레터를 받아보실 즈음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가 났을 텐데요. 단기적인 물가지수 발표, 금리 변동보다 거시적인 국제정세 흐름을 늘 주시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서 긴급 체포됐는데요. 사실 FTX 관련 뉴스는 영미권 언론에선 정말 도배하듯이 쏟아지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하실 수 있어요. 그만큼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물론 월가에서도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해서 마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처럼, 티셔츠와 청바지 입고 다니는 애(92년생)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한 순간에 무너지니까 다들 헤어나오기가 힘든 것 같아요.

이 환상에 일조한 게 샘 뱅크먼-프리드(이름이 길어서 다들 SBF라고 부름)의 학력과 부모인데요. SBF는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수학을 부전공했고요. 하버드를 중퇴한 저커버그와 달리 착실하게 4년 다 다녀서 졸업까지 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둘 다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인데요. (SBF도 스탠퍼드 캠퍼스 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아버지 조셉 뱅크먼은 유명한 세법 교수이고, 임상심리학 박사이기도 해요. 어머니 바바라 프리드는 올해 퇴임했는데 법철학 전문가라고 하죠. 부부가 80년대부터 스탠퍼드 교수를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 돕는 일도 많이 하고 캠퍼스 셀럽이었다고 하는데 말년에 이게 무슨 난리인지.

아버지 뱅크먼은 FTX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를 주관해 왔다고 하고요. 어머니 프리드는 FTX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FTX와 SBF가 정치권에 기부도 하고 안면을 트는 일을 도와줬다고 해요.

사건 초반에 이 FTX 사건은 별도의 금융회사인 알라메다 돈과 FTX 돈이 섞이면서 변제가 불가능해졌다는 식으로 소개가 됐었는데, 지금 미국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SBF가 처음부터 사기 행각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나서 하루하루 충격의 강도가 더 세지고 있습니다. SBF는 원래 의회 청문회에도 출석해 자초지종을 설명할 예정이었는데, 바하마에서 긴급 체포된 것은 SBF가 자꾸 언론에 나가서 자기 항변을 해서 검찰이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하네요.

제가 이 뱅크먼-프리드 가족 걱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여러분, 일확천금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번주 The JoongAng Plus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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