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랜딩'이란 낙관론이 불편한 이유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얼마전 레터에서 한국 증시 랠리의 중요한 원동력이 달러 약세라고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고공행진을 하던 미국 달러화의 기세가 꺾이면서 위험 자산 선호가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코스피의 ‘깜짝 랠리’도 달러 약세 속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6조5400억원을 쏟아부은 덕이었죠.

그런데 한국 증시의 흐름을 가를 달러화의 움직임이 불안합니다. 미국의 긴축 공포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죠.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299.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달러당 1302.9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장중에는 달러당 1300원대로 밀렸죠.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104.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일 100.85까지 떨어졌다 소폭 회복했죠.

달러가 강세로 방향을 튼 건 미국의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말이 ‘노 랜딩(No landing)’ 입니다. 미국 경제가 충격 없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일반적으로 물가를 잡으려 금리 등을 끌어올리면 경기 둔화 등은 불가피합니다. 이른바 ‘소프트 랜딩(Soft landingㆍ연착륙)’과 ‘하드 랜딩(Hard landingㆍ경착륙)’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성장과 물가 안정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는 겁니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보면 긴축이 경기 둔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3일 발표한 1월 고용 수치는 ‘서프라이즈’ 수준이었습니다. 1월 비농업 취업자수는 51만7000명으로 시장 전망치를 3배가량 웃돌았죠. 실업률(3.4%)은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였습니다. 지난달 소매 판매도 전달보다 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2%)를 상회했죠.

이런 분위기, 이른바 ‘노 랜딩’이 왜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걸까요.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팀장이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수요와 경기가 견조하게 간다면 물가는 고공행진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더 길거나 강한 긴축으로 물가를 억제하려 나설 것이란 겁니다.

이미 불길한 조짐이 보입니다. 다음 달 21~22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죠.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연 3.929%까지 오르며 4% 코앞까지 갔습니다.

긴축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Fed 피벗(Pivotㆍ태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달러의 몸값이 들썩이는 겁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신흥국으로 향했던 자금의 기세도 약해질 수밖에 없죠.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을 볼 수도 있습니다. 웬만한 지수 상승으로는 이를 상쇄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달러 강세는 한국은행의 계산도 복잡하게 합니다.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고금리에 따른 가계와 기업 등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거죠.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달 Fed가 빅스텝 인상에 나서면 양국의 기준금리차는 기존의 1.2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이어지면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한동안 긴축 공포와의 동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인데요. 이런 분위기 바뀔 수 있을까요.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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