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대박의 꿈…코인의 봄은 아직 멀리 있다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드라마 <응답하라1988>엔 천재 바둑소년으로 등장하는 ‘택’이 우승 상금으로 받은 5000만원을 두고 이웃끼리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은행 직원으로 나오는 덕선이 아빠는 이렇게 말하죠. “은행 금리가 쪼까 내려가지고 15%여. 그래도 목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 따박따박 받는 게 최고지라.” 이 말을 듣던 다른 이웃은 이렇게 받아 치죠. “은행에 뭐 하러 넣어. 금리가 15% 밖에 안 되는데.”

15%가 ‘밖에’였던 시절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대략 10~20% 정도의 고금리를 유지했는데요.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 없이 은행에만 가져다 줘도 돈이 금방 불어났습니다. 이 시절, 가계저축률이 약 20%에 달했던 건 다 이유가 있었죠.

이에 반해 2010년대는 우울한 저성장 전망과 초유의 저금리가 맞물린 시기였습니다. ‘대체 뭘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느냐’는 냉소와 우울이 퍼져갔죠. 많이 지쳤던 그때 예상 못한 사건 하나가 터졌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이 역병을 호재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조용한 우물에 큰 돌 하나가 던져진 건 확실했죠.

자산 시장이 요동치자 젊은층은 전에 없던 생의 의지를 표출했습니다. 주식이고, 부동산이고 거침없이 진격했는데요. 실제로 초반엔 재미 좀 봤다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거품은 빠르게 꺼지기 시작했죠. 주식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부동산은 엄청나게 뛴 주담대 이자만 남았는데요. 돌아보면 ‘영끌’ 전략, 성공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시기, 여기에도 손을 많이 댔습니다. 바로 암호화폐. 늘어난 계좌 수와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죠. 2018년 1차 버블 이후 또 한 번 돈이 몰린 시기였는데요. 결과는 처절했습니다. 대장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만 60%가량 하락했고,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간 코인이 한두 개가 아니었죠.

미국은 올해만 7번 금리를 올렸습니다. 그 중에 4번은 자이언트 스텝. 40년 만의 초강력 금리 인상은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꽁꽁 묶어버렸죠. 어떻게 해도 잘 될 수가 없는 분위기였던 겁니다.

금리가 바닥을 깔았다면 중층을 흔든 건 몇 가지 사건이었습니다. 5월에 터진 테라·루나 사태가 그 시작이었죠.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던 루나. 그러나 결국 휴지 조각이 됐고, 약 50조원이 공중 분해. 혁신의 상징이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수사 대상이 됐고, 도망가지 않겠다더니 지금도 도망을 다니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엔 공포 심리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 암호화폐 전문 헤지펀드 3AC가 파산했고, 손을 털고 시장을 떠나는 기업이 늘어갔죠. 결정타는 11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였습니다. FTX 관계사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게 11월 초였는데 단 열흘 만에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 통제 부실도 문제지만 애초에 체계 자체가 없었단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국의 적절한 규제가 없던 것도 분명하고요. 국내에서도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암호화폐 위믹스의 상장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죠. 한때 시총 3조원 이상이던 위믹스를 주요 거래소에선 사고 팔 수 없게 됐습니다. 

따뜻한 봄이 올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빠를 거란 기대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외부 요인이었던 금리부터 확신이 어렵거든요. 대략 언제까지 올릴 거란 건 알겠는데 그 금리 수준이 얼마 동안 유지될 지는 알 수 없죠.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 중에 방향 전환이 이뤄지긴 힘들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거 안전한 거야?’ ‘정말 괜찮은 거야’라는 본질적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1위 거래소 바이낸스도 휘청거리고 있는데요. 회계 법인의 감사 중단 소식이 전해졌고, 스테이블코인 USDC의 인출이 늘자 이를 중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 검찰이 돈세탁 혐의 등으로 자오창펑 CEO의 기소를 고민 중인 것도 우려할 만한 포인트.

수사와 기소 공방이 길어지면 암호화폐의 혹한기도 같이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낸스는 최근 7가지 궁금증에 대해 해명하는 자료까지 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수습하든 1등도 안전하지 않다고 사람들이 느끼게 됐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카지노에서 돈을 딸 지, 잃을 지는 알 수 없으나 이겨도 카지노가 돈을 내주지 않는다면 거긴 안 갈겁니다.

규제를 빨리 마련 혹은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그래야 투자자 신뢰 회복도 빨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껏 제대로 안 하다가 내년에 고삐를 당길 것 같지도 않고, 경기를 생각하면 암호화폐에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내년에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앤츠랩도 연말에 좀 쉬었다가 1월 2일 새해 첫 레터로 돌아오겠습니다. 새해엔 행복과 자주 만나길 기원할게요.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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