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기대 팬오션, 긴축·전쟁 파고 넘을까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기어이 푸틴이 사고를 크게 칠 모양입니다. 러시아는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대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지역엔 친러 세력이 밀집해 있는데, 이곳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시키는 과정에서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게 명분입니다. 미국은 곧장 "허튼소리"라고 일축했죠.

'침공 임박' 소식에 코스피도 털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은 작년 11월부터 고조돼 온 터라 시장도 새삼스럽게 생각진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침공이 확실해지니, 규모 면에서 전면전이 될지 시간적으로 장기전이 될지 새로운 계산에 분주합니다.

군사적 변수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겹쳐 있으니, 투자자로선 더 피곤. 실물경제가 지정학적 위험으로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니, 긴축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데요. 반면 이 전쟁 여파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오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고 있네요.

개미 입장에선 우선 이 사태를 기관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체크해 봐야겠죠? 증권가에선 초기엔 금융시장에 반응이 나타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질 것으로 봅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조용히 치르려고 하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요.

과거에는 이런 사태가 생기면 먼저 금융시장에 충격이 오고, 정부의 정책 대응이 이어지면 다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반등하는 패턴이 나타나곤 했는데, 이번엔 이런 식의 흐름을 예상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마당에 재정정책을 가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한쪽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쪽은 풀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리는 평화를 염원하는 동시에, 침착하게 이 사태가 내가 투자하는 종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레터에서 설명했듯, 우선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단기에 오르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원유를 도입해야 하는 정유사들은 러시아 산 비중을 줄이는 데 대한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죠.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특수가스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거의 절반을 의존해 반도체 업종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됩니다. 반도체가 쓰이는 전기·전자업종도 마찬가지겠죠. 그 밖에 철강이나 비철금속·자동차·건설·건자재·화장품·음식료·소매·유통·은행·보험업 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디스플레이나 이차전지·통신·인터넷·게임 주는 영향이 좀 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폭탄이 떨어지고 돈줄을 조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잠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것도 방법일 듯합니다. 무엇보다 이 사태가 별 탈 없이 얼른 마무리돼 몸과 마음이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기도하는 수밖에요.

안정적인데 호황도...유가 암초만 피하면? 팬오션

·현금흐름에 나타나는 재무 안정성...부채비율도 양호
·작년 내렸던 BDI지수 반등...주가도 덩달아 반등
·중국 경기 부양책 기대...유가 인상 영향은 살펴야

증시 전문가들은 흔히 금리 상승기엔 성장주보다는 경기 민감주를 담으라고 합니다. 대규모 자본 조달이 필요한 성장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금융비용 부담에 성장성이 무뎌질 수 있죠. 

하지만 경기에 민감한 기업은 금리 변수보다 경기 사이클이 호황이냐 불황이냐가 실적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건설·조선·은행·해운업 등이 있죠. 지금 호황을 타는 기업이 어디인지 찾는 게 중요하겠죠?

이번 레터에선 경기 민감주 중 하나인 팬오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팬오션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통째로 싣는 벌크선, 그중에서도 철광석·곡물·석탄 등 고체 화물만 싣는 드라이벌크(284척 중 248척이 이 배)를 주로 운용하는 국내 2위(매출 기준) 해운사입니다. 

코스피가 연초부터 곤두박질치는 국면에서도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27일 최저점을 찍은 뒤 계속 올라, 22일까지 35% 상승했습니다. 이제 앞으로가 궁금하실 텐데요. 이 회사 분석은 구독자 c98****@naver.com님께서 의뢰하셨습니다. 

'드라이벌크 강자'인 만큼 이 회사가 맞닥뜨린 업황은 벌크 화물 물동량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지표는 2020년 초반 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하락. 그러다 작년 들어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상승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 중국이 철강 생산을 줄인 데다 브라질 호우, 호주 사이클론 등 자연재해가 겹쳐 잠시 급락했습니다. 주가도 덩달아 추락.

올해 분위기는 다릅니다. 중국 춘절(음력 1월 1일) 이후 벌크선 활동성이 늘면서 BDI지수도 반등했습니다. 시장에선 다음 달부터는 중국이 다시 철강 생산을 늘리고 경기 부양책에서 나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만큼 BDI지수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리라 전망합니다. 최근 주가 반등도 이런 관측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리 상승기엔 경기 민감주'란 공식을 알면서도 이를 꺼리는 분이 꽤 많습니다. 경기 따라 기업 재무 상태도 널뛰기 때문이죠. 불황기엔 '조선·해운·건설사 부도' 소식이 종종 매스컴에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

해운사도 이런 속성에서 자유롭진 않죠. 호황 땐 돈을 왕창 빌려 배를 구해 장사를 해도 남는 게 많지만, 경기가 꺾이면 호황 때 투자한 선박이나 빌린 돈이 모두 골칫거리로 돌아옵니다. 팬오션 역시 2013년 기업회생절차를 겪었죠.

하지만 2016년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한 뒤부터 재무구조가 매우 튼실해졌습니다. 이는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표는 기업의 '쌩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재무제표입니다. 손익계산서는 나쁜 마음을 먹으면 분칠이 가능합니다. 

이런 식이죠. 이익을 부풀리겠다고 마음먹은 기업은 친한 거래처에 허위로 물건을 넘겨 매출(가공매출)로 잡은 뒤 투자자들에게 공시합니다. 그리고선 회계 결산이 끝난 뒤 거래처가 대금을 주지 않는다며 슬그머니 손실 처리해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흐름표에는 이렇게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거래는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기록할 수 없습니다. 엄마가 아빠에게 "통장 좀 봐"하는 게 제일 무섭듯, 현금흐름표는 현금이 들락거리는 상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경기 민감 업종에 투자할 땐 현금흐름을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업이익은 꾸준히 흑자인데 현금은 들어오지 않는다면, 뭔가 투자 위험이 커질 신호로 볼 수 있죠. 

2015년 3월 최종 부도 처리된 우양에이치씨는 부도 직전까지 영업이익은 계속 흑자였습니다. 그러나 영업활동으로 들어오는 현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였습니다. 손익계산서만 보고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 이해되시죠?

그럼 현금흐름표는 어떻게 보느냐? 이것도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재무제표가 아닙니다. 기업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현금을 쭉~ 기록한 표죠. 

그럼 기업 활동이란 건 뭘까요? 일단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죠(영업 활동). 팔 물건을 생산할 설비에 투자를 해야겠죠(투자 활동). 그런 설비 투자에 필요한 돈을 구해야겠죠(재무 활동). 현금흐름표는 이 3가지 항목으로 분류해 현금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현금흐름표에 나타나는 패턴을 읽을 줄 알면, 기업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신생 기업과 쇠퇴 기업, 성장 기업과 안정적인 기업 등 상황에 따라 현금 흐름은 다른 모습이겠죠. 외우려 하지 말고 상식적으로 이해해 보시면 됩니다. 아래 표를 좀 보겠습니다.

자, 현금흐름표의 패턴을 이해했으니, 팬오션의 현금흐름표는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팬오션은 수년 전부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매우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영업해서 번 돈으로 투자로 꾸준히 현금을 쓰고(-) 있고, 대출 갚는데도 또박또박 현금을 쓰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기업의 전형적인 현금흐름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 현금흐름표도 이렇게 생겼지요.

이런 현금흐름을 갖추게 된 건 팬오션의 선박 운용 전략 자체가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화물주가 15~25년간 전용선처럼 이용할 수 있는 장기계약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가량(2021년 9월 말 31.4%)을 차지합니다.

건물주로 따지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내줄 세입자를 확보해 놓고, 성수기에는 탄력적으로 단기 임대를 놓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거죠.

그래서 부채비율도 50~80% 선을 유지합니다. 일반 가계보다도 부채비율이 낮죠. (내 돈 2억에 대출 2억 받아 4억짜리 아파트만 사도 부채비율은 100%인데….) 팬오션이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는 지옥에서 천당을 오간 HMM의 현금흐름표와 비교해 보면 딱 드러납니다.

HMM 현금흐름표를 보면 최근 7년 동안에 기업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모습입니다. 2015년과 2016년은 영업으론 돈을 벌지 못하고(-), 투자는커녕 투자했던 자산을 팔고 있고(+),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대출을 갚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쇠퇴 기업의 패턴입니다. 그리고 2017년과 2018년에는 영업으로 버는 돈은 없지만(-), 투자를 해 나가면서(+) 투자 재원도 마련하고(+) 있죠. 신생 기업 패턴이죠. 

그러다 가장 최근 2021년 9월 말 상황을 보면 영업으로 돈을 벌어(+) 투자에도 쓰고(-) 대출을 갚는 데도 쓰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기업으로 돌아선 거죠.

거의 망할 뻔했다가 다시 신생아로 부활하여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스토리가 여기에 다 담겨 있습니다. 개미라면 현금흐름표 패턴을 보고 기업의 옥석을 가릴 줄만 알아도 큰 성과!

자, 그래서 팬오션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자랑하는 건 알겠는데 주가는 어떻게 될 거냐. 이달 14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상당수 증권사(NH·유진·신영·신한)는 목표 주가를 올렸습니다.

중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원자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호주가 철광석 수출을 늘릴 전망이어서 팬오션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봅니다. 향후 BDI지수 전망도 긍정적!

다만,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은 관찰 포인트입니다. 배는 기름을 넣어야 운행을 할 수 있으니, 아무리 유류할증료로 커버를 하려 해도 비용 측면에선 부담이겠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주가 꽤 내렸는데, 다시 찾아온 호황

우크라 사태, 유가 인상 부를텐데...정유사 실적엔 어떤 영향?

지난 153번째 레터에서 앤츠랩 에디터 '두번의상폐'님이 제게 숙제 낸 게 있죠. 메인으로 S-OIL을 분석하면서, 정유사의 원유 재고 관련 손익을 어떻게 회계로 인식하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 정유사라면 원유를 창고에 많이 비축해 뒀을 텐데, 유가가 오르내리는 데 따라 실적이 어떻게 변하냐는 것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가는 정유사 실적에 완벽히 연동된 건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원리로 그런지 최대한 쉽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명심해야 할 회계의 대원칙이 있습니다. '보수주의'입니다. (선거 이야기 아님 주의!)

회계에서 보수주의는 '손실은 최대한 빨리, 이익은 최대한 천천히' 반영하라는 원칙이죠. 좋은 건 빨리 알리고 싶고, 나쁜 건 감추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일 터. 그러나 회계의 원칙은 이를 과감히 거스릅니다. 그래서 회계가 본성을 이긴 인간 지혜의 산물!

이런 대원칙은 염두에 두고 생각해 봅시다. 어떤 기업 창고에 있는 재고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이건 손실이죠? 최대한 빨리 반영해야겠죠? 

기업은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을 때 즉각 반영해야 합니다. 정유사가 배럴 당 50달러로 사서 창고에 저장해 둔 원유 가격이 40달러로 내리면,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10달러를 인식하는 식입니다. (재고자산의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순실현가능가치가 떨어졌다고들 하는데, 이 부분까지 설명하면 더 헷갈릴 수 있으니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반대로 재고자산 가치가 오르면요? 이땐 '재고자산 평가이익'으로 반영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회계는 보수주의라고 했죠? 재고자산 평가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회계란 사전엔 없습니다. 50달러에 사 둔 원유가 60달러로 오른다고 해도 오른 가치 10달러 만큼의 이익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그럼 이럴 땐 어떻게 될까요? 50달러에 사서 창고에 뒀는데, 이게 40달러가 돼 10달러 만큼을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처리했습니다. 그랬는데, 유가가 다시 60달러로 뛰면요? 

이땐 손실로 처리한 부분에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온 만큼만 다시 이익으로 되돌립니다. 40달러였다가 60달러로 오른 20달러 만큼이 아니라, 애당초 구입했던 50달러까지 오른 인상분만큼만 다시 살리는 거죠. 사실 이익이라기보다는 과거에 손실 처리한 것을 다시 되돌렸다고 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환입했다'라고 합니다.

유가가 출렁출렁하는 만큼 정유사는 재고자산 변동이 잦은 편입니다. 어떨 땐 수천억원대 손익이 이 재고 가치 변동으로 생깁니다. 기름은 가만히 창고에 들어가 유유(油油)자적하고 있는데,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기업과 투자자 속만 울렁울렁하는 거죠.

실제 사례를 볼까요? 두번의상폐 에디터가 분석하신 S-OIL의 최근 3년간 재고자산과 재고자산평가손실, 그리고 환입한 숫자를 좀 봅시다.

이 회사의 2019년 당기순이익은 654억원이었는데, 2018년과 2019년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잡았다가 환입한 규모만 2000억원대입니다. 순이익 흑자·적자 여부를 좌우할 정도죠.

그럼 정리해 봅시다. 지금처럼 유가가 오르면 이게 곧바로 정유사의 이익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 유가가 내려 손실로 처리한 부분을 다시 이익으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좌우되는 금액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 이해하고 가실게요. by.앤츠랩

그래도 유가, 물가 변수에 금리 정책이 바뀌는데...

ººº 머니랩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