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사고 손실·부도 가능성 완벽 점검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안녕하세요. [앤츠랩 재무제표] 뉴스레터를 맡은 에디터 안동제리입니다. 4일 첫 재무제표 분석 레터를 보내드렸는데, 어떠셨나요? 

회계란 기업 분석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긴 한데, 용어가 참 어렵습니다. 아무리 쉽게 써도 한번에 쓰윽~ 읽어 내려가기에는 만만찮은 게 사실입니다. 한편한편 생생한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한 회계 공부도 될 수 있으니 '열공'모드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쉽게 쓰도록 할게요. 골치 아픈 건 저만으로 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 그럼 지난주 주식 시황부터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 코스피는 2800선을 넘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습니다.

미국 긴축 발작 이슈가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꿈틀하면서 또다시 공포 모드.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가 올랐는데, 이런 건 4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이라네요. 

미국 연준은 금리를 결정할 때 이 CPI와 고용지표를 가장 많이 참고하는데요. 1월 고용지표는 물론 CPI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으니, '인플레 파이터' 연준으로선 왼손 오른손 원투 펀치를 연달아 맞은 셈이죠. 연준이 더 독하게 나올 것이란 걱정. (이미 충분히 걱정한 것 같은데...)

여기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도 뉴욕과 서울 증시에 악재가 됐습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미래 경기와 물가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니까 증시도 이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죠.

이래도 저래도 걱정인 불확실성의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만, 이럴 때 '안전벨트'가 돼 주는 건 역시 함께 공부하는 앤츠랩 뿐이겠죠? 이번 주도 힘차게~!

급한 불 끄겠지만, 후유증 오래간다. HDC현대산업개발

·'5000억+α' 화정 단지 손실에 공사 차질 손해도  
·'손실 폭탄' 돌변할 수 있는 '미청구공사'에 주목
·단기 차입 급한 불 끄겠지만, 적자 수주 우려 지속

지난달 11일 있었던 충격적인 사고,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이 처참히 무너져 내렸지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6명의 노동자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

사고는 사망자와 유가족은 물론 투자자에도 손실을 끼쳤습니다. 사고 당일부터 한 달간 주가는 39% 내렸습니다. '아이파크'란 아파트 브랜드 가치도 치명상. 리스크는 언제 수습될지 기약도 없습니다.

우린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주주·채권자·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는 회계란 도구로 리스크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죠. 짚어 볼 리스크를 조목조목 살펴볼까 합니다.

① 우선, 사고 손실입니다. 일차적으로 광주 화정 단지에서 생기는 직접적인 손실이 있습니다. 사고 수습부터 철거·재공사·입주민 보상 등에 나가는 비용입니다.

증권업계에선 대략 '5000억원+α' 정도로 봅니다. 화정 단지는 지금껏 짓던 건물을 몽땅 철거할지, 사고 난 동만 철거하고 다시 지을 지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직전에 터진 대형 사고라 감독기관이 무관용으로 나올 것을 가정하면, 전면 재공사 명령이 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면 재공사를 가정하면, 지금까지 투입한 공사원가(매몰비용) 1500억원, 철거비 150억원, 입주민보상비 1000억원, 재공사 비용 2700억원으로 5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계산됩니다. 여기에 사고 후 공사를 중단한 광주 지역 내 다른 아파트 단지 6곳의 손실도 인식하게 될 겁니다.

건설회사 손실은 재무제표에서 어떻게 처리될까요?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요? 예 알아야 합니다. 건설사와 같은 수주기업은 매출과 손실 인식 방식이 독특해서, 이를 이해해야만 재무제표로 투자 위험을 미리 캐치해 낼 수 있습니다.

건설사는 일반 회사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산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미청구공사'란 것입니다. 말 그대로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공사'란 의미입니다.

대금을 청구하지 않았으니 돈이 들어올 기약이 없는데도, 이 항목은 재무제표에 매출액으로 반영하고, 자산 항목으로도 떡 하니 잡힙니다. 아니 왜? 이게 말이 돼?

네. 말이 됩니다. 차근차근 설명하죠. 자동차 제조사라면 1000만원짜리 자동차 5대 만들어 팔면 5000만원의 매출액이 생기죠. 쉽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작업해야 수주한 완성품 하나 만들 수 있는 기업이라면요?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로부터 천장화 '천지창조'를 수주했습니다. 완성까지 4년이 걸렸죠. 젤로 형은 그동안 아무런 매출도 없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걸까요? 벽화법인 ㈜미켈란젤로의 재무제표에 4년 동안 매출액을 '0원'으로 표시하는 게, 투자자에 정확한 정보를 주는 걸까요?

이런 문제 때문에 수주기업은 '진행기준'이란 방식으로 매출액을 잡습니다. 1000만원짜리 일감 공정진행률이 10%라면 100만원, 50%라면 500만원을 매출액으로 인식하는 거죠.

이 진행률 계산 방식은 대체로 '원가가 얼마 들어갈 것 같은 작업에, 실제로 얼마나 투입했나(실제 투입원가/총공사예정원가)'란 기준을 씁니다. 원가 100만원이 들어갈 예정인 공사에 실제로 50만원이 투입된 상태라면 진행률은 50%인 겁니다.

'예정원가'란 단어에서 풍기듯, 계산 과정 자체에 인간의 추정이 들어갑니다. 물론 합리적으로 추정해야겠지만, 내세우는 근거에 따라 건설사와 발주처의 계산 결과가 다소 다를 순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게 다 그렇죠)

이런 차이가 바로 '미청구공사'란 항목을 만듭니다. 건설사는 공사를 50% 했다고 주장하지만, 발주처는 40%만 공사했다고 우긴다면, 그 차이인 10%는 '공사는 하였지만,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아 청구하진 않은 공사'가 되지요. 뭐 어차피 꾸준히 공사하면 나중에 받을 돈이긴 하니까, 다소 시점이 이르긴 하지만 매출액으로 인정해 주는 겁니다.

미청구공사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앞당겨 매출로 인식한 자산입니다. 만약 앞으로 공사에 들어갈 원가가 갑자기 폭증하면 어떻게 될까요?

진행률 산식 '실제 투입원가/총공사예정원가'에서 분모가 커지니까, 진행률이 확 하락합니다. 이전엔 매출로 잡았던 미청구공사가 '손실 폭탄'으로 돌변하는 순간입니다. 재무제표상 미청구공사가 느는 건 좋지 않은 징조지요.

앤츠랩은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주요 건설사의 주택·건축 부문 미청구공사(플랜트·토목 등 제외)를 비교해 봤습니다. 현산의 증가 폭이 좀 큰 편입니다.

현산은 수주잔고의 87%가 주택 일감입니다. 주택은 해외 플랜트처럼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미청구공사가 가파르게 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입니다. 특히 이번 사고 이후 공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예정원가는 증가하고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돌변하는 규모도 커질 수 있습니다.

② 두 번째 살펴볼 점은 부도 가능성입니다. 위장이 아무리 튼튼해도, 피와 산소 공급이 멈추면 사람도 숨을 거둡니다. 기업도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대출자금 공급이 막히면 부도가 나죠.

채권자는 기업이 불안하면 빌려준 돈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당장 갚으라고 독촉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에 신용위기 징조가 생기면,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은 얼마나 있고, 이를 갚을 돈은 얼마나 있는지를 재무제표로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증권가에선 현산의 신용등급이 현재(A+)보다 1~2단계 하락할 가능성까지 내다볼 정도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산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차례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3조7800억원 규모입니다. 이에 대응할 현금화 가능 자산은 3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다소 빠듯하긴 하지만,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준은 된다는 게 시장 내 시각입니다.

③ 세 번째는 사고로 인한 미래 사업 리스크를 살펴봐야 합니다. 영업정지 등 예상되는 행정조치와 브랜드 손상에 따른 피해가 뒤따를 겁니다.

현산은 최근 입주민들이 '아이파크' 명칭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판국이라, 수주 경쟁에서 실패 사례가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주금액을 낮춰서라도 일감을 얻으려 할 동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가 수주는 미래 실적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수주할 땐 빠듯하게 마진이 남을 줄 알았죠. 그런데, 공사를 하는 동안 시장 상황이 바뀌어서 공사를 해도 역마진이 나게 되면 건설사들은 '공사손실충당부채'란 항목으로 손실 처리합니다.

수주액 1000만원에 공사를 따냈는데 원가는 12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면, 역마진 규모인 200만원은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손실 처리해야 하죠. 과거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등이 분식회계로 처벌받은 것도 이 항목을 고무줄로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현산은 현재로썬 현금 유동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장의 파고는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산은 토목·플랜트처럼 흔히 '선수들끼리'의 거래가 아닌, 일종의 B2C 상품인 주택 사업 비중이 큰 것은 앞으로도 계속 부정적 뉴스에 수익성이 좌우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동안 불타올랐던 주택 경기도 하강하기 시작하면, 이 또한 미래 리스크가 될 수 있죠.

단기적인 뉴스보단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주택 건설업황 전반과 현금 유동성 대응 과정, 회사의 수주 내용 등을 계속 지켜봐야 할 기업으로 보입니다. 현산에 투자한 주주라면 회계 공부는 필수겠죠?!

결론적으로6개월 뒤:

증권사들도 투자의견 낮추는데, 앤츠랩도 보수적일 수 밖에...

선행지수·수출 상황 보면 코스피 어디로 갈지 안다고?

연초부터 미끌려 내려 온 증시로 마음으로나, 주머니로나 힘든 시기입니다. 잠깐 심호흡을 하고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 멀찍이 떨어져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코스피 5000포인트 간다' 같은 희망적인 말은 듣기엔 좋지만, 이런 말들만 철썩같이 믿고 투자했다간 결과가 처참할 수 있죠. 지수 전반이 하락해도 실적과 성장성이 탄탄한 개별 종목은 오를 순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수 전반이 하강하는 국면이면, 알짜 종목 주가에도 영향을 주게 마련. 증시의 큰 물결이 어디로 흐르는 지 점검해보자는 겁니다.

우선 주가 지수의 방향성은 경기, 즉 실물 경제 상황의 변동과 뗄 수가 없습니다. 반영 시기엔 좀 차이가 있지만, 실물이 좋으면 증시도 좋고 그 반대도 성립하지요.

그래서 주가와 경기는 흔히 '개와 개주인' 관계에 비유합니다. 개는 주가, 개주인은 경기죠. 주인과 산책 나간 반려견은 주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지만, 결국 같은 곳에서 출발해 같은 곳으로 돌아갑니다. 과연 지금 우리 반려견은 어디 매쯤 와 있는 걸까요?

이걸 가늠하기 좋은 거시경제 지표로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있습니다.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경제심리지수·장단기금리차 등 실물 경제보다 미리 움직이는 숫자들을 모아,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만든 지표입니다.

주가지수도 경기보다 앞서 움직이니 비슷한 점이 많지요.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경기·증시 예측을 해 온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 선행지수순환변동치와 코스피의 상관계수는 0.5였습니다. 이 숫자는 -1로 갈수록 상관관계가 낮고, 1로 갈수록 높은데 두 지표는 상당히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이죠. 아래 차트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지표는 작년 6월에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경기에도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순환주기가 있는데요. 계절의 변화를 막아서긴 어려운 것처럼 경기 흐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유동성 파티로 증시가 활활 탔던 지난해가 최근 들어 가장 좋았던 시절일 수 있다는 얘기도.

선행지수순환변동치만큼 관세청에서 발표하는 일별 수출액 통계도 증시와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한국은 흔히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하지요. 국내 증시에 상장한 대부분의 기업도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들입니다. 그러니 수출액 통계는 곧 국내 기업 실적으로 직결되죠.

수출이 잘돼야 실적도 좋아지니, 실물 경기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지표로 삼을 만 합니다. 역시 김 교수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분석한 일별 수출액과 코스피 지수 간 상관관계는 0.86입니다. 상당히 높죠. 수출 지표는 올 초에도 여전히 양호한 편입니다. 지금이 정점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두 차트를 보면, 지금 코스피가 2700선까지 내린 것이 단순히 미국의 긴축 발작이나 동유럽의 군사적 긴장, 대형주 IPO와 같은 일시적 이벤트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생깁니다. (제발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주식 투자 하지 말까요? 앤츠랩 구독도 접을까요? 어려울 때 옆에 있는 친구, 앤츠랩과 함께 공부를 할 때입니다. 실탄도 두둑히 마련해 놓으시고요. 기회는 찾아 옵니다. (늘 그럴 때마다 돈이 없을 뿐)

"러시아군이 새로운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고, 벨라루스와 합동훈련이 끝나면 철수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당국자가 마크롱과 푸틴 회담 결과를 전한 말

러시아 당국자는 "사실무근" 반박. 결국 공은 다시 푸틴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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